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인류의 역사에 스며든 수학적 통찰의 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4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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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은 학창시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칭 '수포자'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도 수포자까진 아니어도 수학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수학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리 큰 도움은 안 된다고도 볼 수 있어 수학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배워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수학의 쓸모'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납득시켜 주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들려주는데 한국인 최초의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된 김민형

교수가 저자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총 8강에 걸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수학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각 2강씩을 할애하였다. 시작은 아무리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피타고라스 정리로 포문을 여는데 피타고라스가 화음이론도 발견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좌표만 알면 직접 자로 재지 않고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 공식에서 출발해 기하학을 일반화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유레카'를 외친 사연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기계 등을 많이 발명하였음에도 플루타르코스 등에 의해 플라톤주의적인 모습으로  

순수성이 강조되며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여기까진 그래도 유명

인물들의 얘기와 연관되어 그런대로 소화해낼 수 있었는데 점점 수학 본연의 얘기들이 주가 되면서

솔직히 머리가 좀 아프기 시작했다. 중세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수학이 훨씬 발달했는데 르네상스를

거쳐 유럽에 전파되었고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에 철학자로 더 유명한 베이컨이 '노붐 오르가눔'이란

책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소르 후아나라는 멕시코의 수녀이자 시인이 17세기 과학사에 등장하는 모든

중요한 사상을 녹여낸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금시초문의 얘기도 만날 수 있었다. 현대에선 원자론을

본격적으로, 수학적으로 체계화한 맥스웰, 볼츠만, 기브스를 다루면서 이들이 세운 통계물리가 원자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만들어 '확률적 물리학'인 양자 역학으로 이어짐을 잘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기브스의 전기를 쓴 시인 루카이저를 통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은유가 필요하며 과학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렇게 수학이 인류 역사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데 쉽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수학이 수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여러 분야와 연관되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21세기북스에서 서가명강 시리즈에 이어 인생명강 시리즈도 선보여 이 책이 네 번째 책인데 서울대

교수가 아니어도 훌륭한 교수들의 주옥같은 강의들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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