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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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계를 여행한 식물들'이란 책들을

통해 세계사 속에 맹활약한 식물들의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식물 중에

과일로만 특정해서 이들이 세계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본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가

작년에 읽었던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를 통해 로마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 책에선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총 25가지 과일과 관련한 얘기를 세 파트로 나눠서 얘기한다. 요즘이야 워낙 재배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과일들을 특별히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엔 과일을 아무나 맛볼 수 있던 게 아니었다. 먼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수박으로 포문을 여는데,

세종 시대에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일 정도로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군으로 칭송

받는 세종도 수박 도둑에게 유배를 보낼 정도로 엄한 벌을 내렸다. 이런 수박의 원산지는 고대 서부

아프리카로 추정하는데 먼 길 떠날 때 수통 역할을 대신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수박이 인종차별의 

상징물이라고 하니 흑인과 수박을 연관짓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수박 못지 않은 여름 과일 참외는

서민들도 즐겨 먹던 과일인데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과일이란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은 멜론을 주로 먹지 참외는 잘 안 먹는다고 한다. 멜론은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인데 교황

바오르 2세는 멜론을 지나치게 먹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설이 유력할 정도였다. 파인애플은 과일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왕권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감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올해 감을 엄청 많이 먹었는데 감은 구황음식으로도 긴요하게 활용

되었고,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씨이자 중국에서도 왕씨 다음으로 많은 1억 명 이씨의 '오얏'이

자두라는 건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무릉도원에 쓰인 신들의 과일 복숭아는 다산, 생명력 등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고, 매실은 신맛 때문에 과일 자체보다는 조미료로 주로 사용되었다. 앵두의 어원은

보석같은 열매라는 뜻이고, 바나나의 어원에 대해선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과 잠비아 원주민의 월로프어 

중 '바나이나'란 단어가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바바나로 전해졌다는 설이 다수설이라고 한다. 메디치

가문의 조상이 당시 약재로 쓰였던 오렌지 무역으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오렌지가 르네상스를 연

거란 얘기나 모택동이 파키스탄에서 선물로 받은 망고를 모택동 사상 선전대원들에게 보낸 후 망고

숭배운동이 벌어졌다는 어이없는 얘기 등 과일에 얽힌 다채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곡물이나

채소가 굶주림을 막아주는 식량으로 역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면 희소성과 진귀함이 돋보인 과일은

은밀하게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과일들이 세계사에 어떤 이정표를 

남겼는지를 풍성한 얘기들로 풀어내서 우리가 즐겨먹는 과일의 진면목을 재발견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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