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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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마 제국의 역사는 다양한 작가들이 여러 책에서 다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는 편이다. 김대식의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시오노 나나미의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등 현대 사람들의 책은 물론 당시의 대표적인 역사가 리비우스의 '리비우스 로마사1'

읽어봤지만 로마 제국의 역사는 방대해서 역시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음식으로 천 년의 로마 역사를 정리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음식이 소재이다 보니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와도 

비슷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로마 시대 식탁에 뭐가 올랐는지를 살펴보면서 로마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로마인의 주식은 죽과 빵이었고 대체로 고기보다 생선과 채소를 더 많이 먹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거의 모든 식재료를 외국에서 들여와서 로마 제국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식탁이

달라졌다. 특히 로마 역사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포에니 전쟁이 로마의 식탁을 크게 변화시켰는데

1차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 최대 농업지대인 시칠리아를 속주로 얻자 밀밭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식이 보리죽에서 빵으로 바뀌었다.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자 스페인과 북아프리카를 차지

하게 되었고 이곳의 포도밭과 올리브 농장을 통해 와인이 로마인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3차 포에니

전쟁으로 카르타고를 완전히 멸망시키고 이집트를 제외한 북아프리카 전체와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게

되면서 평민도 빵과 생선에 와인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정복에 나서 갈리아와

브리타니아을 정복하면서 햄, 소시지, 굴까지 식탁에 오르게 되었고,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이집트를 격파하면서 빵을 무상분배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로마의 영토가 확대됨에 따라

식탁이 점점 풍성해지고 서민들까지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고 와인에 굴까지 즐겼다니 로마인의 식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격파한 악티움 해전도 로마 시민들에게 빵을 공급할 이집트의 밀밭과

해군력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와는 사뭇 다른 해석이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빵을 무상 공급하는 큐라 아노라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포퓰리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무료 식량 배급제도가 존재할 정도로 로마의 국력이 대단했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폼페이가 멸망한 것은 로마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 그중 중요한 원인 하나가 식사 때 마실 와인이 부족하게 된 점이라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럽은 깨끗한 물을 먹기가 어려운 환경이라 로마 시대에 와인이 사실상 물과 같은 생필품

이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와인 공급지였던 폼페이가 사라진 건 그야말로 멘붕을 가져왔다고 한다.

굴도 로마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오늘날 영국인 브리타니아가 주요 굴산지이다 보니

신선한 굴을 로마까지 운반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자연스레 발전했고 이는 로마 목욕 문화의 발전

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로마인의 음식 문화를 살펴보니 저절로 로마 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만 살펴보아도 역사를 잘 알 수 있게 됨을 흥미롭게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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