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여행한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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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식물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데 이사를 한 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좀 생기자 부쩍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물론 내가 직접 키우지는 않지만 꽃이 피고 싹이 트고 잎과 줄기가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는데,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시대에 발도 없는 식물이

세계를 여행했다니 과연 어떤 얘기들을 담고 있는 책일지 정말 궁금했다.


사실 이전에 이 책과 비슷한 컨셉의 책들은 몇 권 만나보았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은 세계사 속에 맹활약한 식물들의 얘기를 담고 있는데 이 책도 유사한 설정이지 않을까

생각했더니 역시나 유럽인의 입장에서 타 대륙에 있던 식물들이 전파된 흥미로운 모험담을 담아냈다.

총 10개의 식물들의 세계여행(?)을 다루고 있는데, 먼저 중국에서 차를 훔쳐낸 얘기가 등장한다. 

영국인들의 차 사랑은 유명한데 차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 불균형으로 아편전쟁이 발생했을 정도니

차나무를 훔쳐낸 게 이상할 것도 없지만 유명한 식물학자였던 로버트 포춘이란 사람이 스파이 노릇을 

했다니 좀 의외였다. 딸기는 내 최애 과일 중 하나인데 이 책에선 사략선 선장이던 프레지에가 딸기를

유럽으로 들여온 얘기가 펼쳐진다. 로키모란이란 독특한 이름의 꽃은 조지프 록이라는 괴짜 모험가이자

식물학자의 업적(?)이었는데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했고, 우리와 중국의 특산품

으로만 알았던 인삼은 캐나다산 화기삼이 유럽에 소개되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된다. 


고무는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물질 중 하나인데 이 책에선 아마존 밀림에 있던 파라고무나무를 

유럽에 전파한 프랑스인 프레노의 얘기를 들려주고, 백해무익한(?) 담배는 가톨릭 신부 테베가 브라질

에서 유럽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키위는 뉴질랜드가 떠오르지만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예수회 

선교사 뎅카브빌이 가져왔고, 러시아인들이 애용하는 약용 대황은 독일 출신 자연학자이자 모험가인

팔라스가 큰 역할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는 래플스와 아놀드라는 두 사람의

공로가 컸고, 우리에게는 메타세쿼이아로 더 친숙한 세쿼이아는 괴팍한 선장 밴쿠버에 의해 선실에

감금되기까지 한 멘지스가 미국 서부 온대림을 탐험하면서 발견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선 그동안

잘 몰랐던 여러 식물들이 유럽으로 진출(?)한 흥미로운 모험담을 알려주는데 역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것들이 전파되고 대중화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험담을

연출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집에도 여러 식물들을 도입해 슬기로운 식물생활을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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