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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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동안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자유롭지 못하다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

하면서 점점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은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하기 직전이라

그동안 거의 폐업 상태였던 항공, 여행업계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인데 낯선 곳을 여행하는

묘미는 역시 그곳이 간직한 사연들을 아는 재미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언론인으로 세계 곳곳을 누볐던

저자가 자신이 다녔던 국내외 도시들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이 책에선 유럽·미국, 일본, 중국, 아시아, 한국의 총 5부로 나눠 각 도시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들어가는 말에서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이다. 낯선 곳과 

마주하면 그곳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며 여행의 매력을 멋지게 표현한 후 먼저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에서 대장정을 시작한다. 내가 안 가본 도시들이 대부분이어서 저자의 가이드로 

몰랐던 도시들의 얘기들을 듣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더블린에선 사뮈엘 베케트와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리스본의 베르트랑이나 엔히크 왕자 얘기는 얼마 전에 읽은 '포르투갈에 

물들다'를 떠올리게 해주었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멜크 수도원이나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잠든 크레타섬 등 유명 작품에 얽힌 도시들이 주로 등장했다.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공공미술의 천국인 시카고와 아직도 18세기 방식을

고집하는 아미시 마을 등으로 미국 여행을 간략히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된 도시들은 아시아에 있는 도시들, 특히 한, 중, 일 삼국이 중심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선 아무래도 우리와 관련된 도시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된 칼인 

히젠토가 보관된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나 윤동주가 잠시 다녔던 교토의 도시샤대학,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가나자와 등을 둘러보았고 금각사 등 일본의 대표 관광지들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윤봉길 의사 의거 장소로 친숙한 홍구공원이 루쉰공원으로 개명해 구혼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된

사실이나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기착지인 베이징 등을 다루고 장구한 중국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여러

장소들이 소개된다. 그 밖에 아시아 지역도 동남아부터 중동 지역까지 누비는데 베트남에선 국부로

불리는 호치민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이승만을 비교하고, 맥아더 장군에 대해서도 필리핀과

우리의 대접이 사뭇 다른 점을 아쉬워했다. 국내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들이 소개되는데, 얼마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에서 봤던 이중섭의 '소'와 연관된 서귀포나 '제주올레 인문여행

에서도 봤던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에 왔던 서복의 사연 등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모르고 여행을 갔다면 놓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예습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을 직접 방문해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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