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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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유럽의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유럽의 변방 취급을 받으며 여행지로도

그리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직전에 직항편 등이 생기는 등 우리에게도 새롭게 각광받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받고 말았다. 나도 '스페인 데이' 등을 통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스페인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가는 김에 포르투갈도 일정에 끼워

넣어 이베리아 반도를 일주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보면 포르투갈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사실 포르투갈 하면 양대 도시인 리스본과 포르투에 몇몇 소도시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인데

이 책에선 포르투갈의 구석구석을 저자가 직접 여행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프롤로그에서 포르투갈

출신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가 즐겨 찾은 레스토랑을 방문한 얘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포르투갈 여행을

시작하는데 역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한다. 에두아르두 7세 공원, 호시우 광장 등 대표적

명소들은 물론 리스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노란색 28번 트램이나 포르투갈의 애절한 노래 파두 

공연까지 소개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화가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지만 이 책에선 리스본 국립고대

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마치 미술책인 것 같이 상세하게 설명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성 안토

니우스의 유혹', 알브레히트 뒤러의 '성 히에로니무스', 대 한스 홀바인의 '성인들과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 예수' 등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벨렝 지구의 발견 기념비와 제로니모스

수도원 등을 둘러본 후 페나 궁전이 있는 인근 도시인 신트라와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을 연상시키는

헤갈레이라 별장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진 작은 소도시들이 수두룩했는데 여행기로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순례길

답사였다. 흔히 프랑스에서 스페인까지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럽

각지에서 순례길이 있는데 저자는 포르투갈에 있는 순례길을 5일 동안 걸으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

준다. 핀란드 청년 파울리와 동행하는 동안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사연들은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

줬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이를 대처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나같이 계획을

중시하는 사람은 이런 스타일의 여행을 하면 멘붕에 빠질 것 같은데 포르투갈 시골 사람들의 친절함이

여러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다. 포르투 같은 유명 관광도시는 물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여러 소도시들을 두루 섭렵했는데 코임브라의 조아니나 도서관에선 박쥐들을 일부러 키워 

책벌레를 잡아먹게 해 도서관을 관리하는 독특한 방식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역대 왕을

통해 포르투갈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했는데 포르투갈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나라였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포르투갈 곳곳에 숨겨진 매력을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을 찾아가 그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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