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1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익숙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들 중 상당수가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다.

각종 단체에서 선정한 교양도서 목록이나 추천도서 목록에 꼭 실리는 책들이 있긴 한데

그런 책들을 일부러 찾아보긴 맘처럼 쉽지 않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는데 도대체 조르바가 누구길래 하는 호기심이 늘 있었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던 읽을 신간이 떨어지는 바람에 가까스로 나의 선택을 받았다.

 

조르바라는 인물은 한 마디로 자유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책이나 영화 등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을 많이 봐 왔지만 조르바는 거의 최상급이라 하겠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살기가 정말 어려운데

조르바는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산다.

물론 그런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선 다른 생각들이 존재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지켜야 할 것들이 있고, 싫어도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이니 관습이니 하는 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다면

세상의 비난 속에 매장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조르바는 세상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행보를 보인다.

특히 그의 자유분방한 여성편력은 부러울 지경이다.

흔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구속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르바는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였다.

단 하룻밤의 관계로 끝날지라도 자신의 몸과 맘을 다해 사랑하는 그의 쿨한(?) 연애관은

카사노바도 울고 가겠지만 오히려 더 진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사랑하는 여자에게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어쩌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조르바를 고용하는 화자인 나는 조르바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이성적이고 항상 책을 중시하는 나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은 누구를 모습을 보는 듯했다.ㅋ

자유분방한 조르바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조금씩 조르바를 닮아가는

나의 모습은 세상의 눈에만 신경쓰고 자기 마음의 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책 속의 죽은(?) 지식만 열심히 찾으려하지만

조르바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에는 결코 당할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지식과 지혜의 차이라 할 수 있는데 종교도 국가도 초월한 조르바의 모습은

존 레논이 'imagine'에서 노래한 바로 그 세상에 사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사는 게 과연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실 나도 내 맘에 충실하게 살지 못한 편인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매달리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시간을 낭비하다 보니 삶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Carpe diem'을 너무나 잘 실천하는 조르바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가지 구속과 굴레에서 벗어나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완전무장했던 마음의 갑옷을 무장해제시키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도록 마음의 근력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조르바급의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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