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라를 하나만 뽑으라면 아마도 로마가 아닐까 싶다.

긴 역사나 방대한 영토, 후세에 끼친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로마에 필적할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까

싶은데, 상대적으로 로마 역사는 카이사르가 활약하는 시대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지

건국부터 분열, 멸망까지의 큰 흐름 외에 세부적인 역사는 그다지 인상에 남아있지 않다.

한때 열풍이 일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봤다면 아마도 로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 그녀의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나마 읽어봤지만

15권짜리인 '로마인 이야기'를 1권으로 대체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로마사를 대표하는 역사가 리비우스의 책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었는데, 원래 150권으로 완성하려던 책을

142권까지 쓰고 사망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부분은 1~10권과

21~45권(이 중 41권과 43권은 완전하지 않음)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일부만 남아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시의 책은 두루마리 형태라 두루마리 한 개 분량이 오늘날 단행본 책 65쪽에

해당하며, 리비우스의 로마사 142권을 오늘날 책으로 환산하면 9230쪽으로 단행본 한 권을 300쪽으로

가정할 경우 약 31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책에선 원전의 1~5권의 내용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창건한 때로부터 기원전 390년 로마를 함락한 갈리아인을

카밀루스가 몰아낼 때까지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아이네아스를 중심으로

트로이인들이 오랜 방랑 끝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과 그의 후손인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본격적인 왕정시대가 개막하는 부분은 여느 나라들의 건국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이방인들이

토착 세력과의 갈등과 투쟁을 겪으면서 점차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결혼할 여자들이 없어서 사비니 여자들을 강제로 납치해와서 결혼하는 것을 비롯해 로물루스를

시작으로 7명의 왕들의 시대를 잘 엿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왕위계승이 꼭 혈연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는 점인데 거의 선거와 유사하게 선출된 왕들이 로마의 초석을 어느 정도 닦았지만

마지막 왕이었던 오만왕 타르퀴니우스가 선왕인 세르비우스를 암살하고 왕위에 오르면서

왕정이 최악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루크레티아란 정숙한 여인의 성폭행사건이 발단이 되어

왕정이 무너지게 된다. 요즘 불고 있는 미투운동처럼 왕정이 무너지는 것도 성범죄에서 시작되었으니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 자는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공화정이 되면서 원로원에서

해마다 선출하는 두 명의 집정관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는 귀족과 평민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진다. 자신들의 특권을 지켜려는 귀족과 자신들도 귀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려는 평민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데, 그 와중에 호민관 등 조금이나마

평민들의 권리가 신장되긴 했다. 1년 단위로 집정관이 바뀌고 이름들이 비슷하다 보니 솔직히

누가 누군지 막 헷갈렸는데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외부 세력과의 전쟁이 있거나 할 때에는

나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화정 이후의 역사는 아무래도 잘 몰랐던 부분이라 좀 낯설었지만

리비우스 특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화법이 중간중간에 많이 들어가 있어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특히 주요 인물들이 연설하는 듯한 대사 처리는 역사서라 하기에는

픽션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개연성 있는 리비우스의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르게 보면 역사를 창조한 그야말로 문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로마의

초기 역사에 대해 상당히 풍부한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역사서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장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편이지만 고대 로마의 역사를 이 정도로 자세히 정리한 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3권이 추가 번역되어 나올

예정으로 보이는데 로마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