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역사서라 할 수 있어 나름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읽어보곤 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 완역본을 제대로 다 읽기는 엄두가 안 나고 핵심 내용들을

수록한 '사마천 사기56',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세가' 같은 책은 물론 사기를 소재로 한 '꿈꾸는 20대,

사기에 길을 묻다', '사기 교양강의' 등을 읽어봤지만 여전히 사기에 대한 갈증이 그치지 않는데 사기의

국내 최고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저자의 책인지라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라는 익숙하지만 인상적인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97꼭지의 칼럼 형식의 글들을 모은 것인데, 역사를 

통해 세상을 바른 쪽으로 바꾸고자 하는 리더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기 속 일화들과 현실 비판을

총 일곱 개의 범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먼저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는 첫 번째 주제에선 

중국 역사상 최고의 위선자이자 위장 전문가가 왕망이라고 얘기하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는

명언(?)을 남긴 중국사 최초 농민 봉기군 지도자 진섭을 언급한다. 송나라때 충신이자 명장인 악비를

죽게 만든 간신 진회는 죽어서 악비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철상으로 영원히 치욕을 당하고 있는데

어느 지역에 있는 모씨의 동상이 떠올랐다. 이렇게 역사를 속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는 

무수한 데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여성 황제 무측천도 죽기 직전 자신의 비문에 무엇을 

쓸지를 두고 신하들이 논란을 벌이자 아무것도 쓰지 말라고 해서 '무자비'로 남게 되었다니 아무리 

세상을 좌지우지하던 사람도 역사의 평가만은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었다.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에서는 주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리더와 공직자들의 자세를 

다루고 있는데,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판결했다면서 자살한 춘추시대 진나라의 이리라는 사법관과 

부하들을 보호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참군인 이광을 소개한다. 이런 인물이 없는 우리의 

사법부와 군대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에선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인 관중의 기본 철학인 '부민부국'을 토대로 성장과 분배라는 예민한 문제들을 다루고, '권력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에선 권력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다룬 사례들을 소개한다. '언격이 인격이다',

'좀 알자, 중국', '지식이 해방된 시대'라는 챕터들을 통해 말의 힘과 중국 지도자들의 언행, 인문학적 

소양, 리더십,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옛사람들의 통찰을 소개한다. 각 글마다 '일침견혈'이라는 

명언명구로 마무리를 해서 해당 부분의 핵심을 잘 정리해놓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거의 모든 글에 

적폐니 수구니 하는 편향된 정치적 입장으로 일관해서 현실 비판을 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나라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데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에서만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니 균형 잡힌 시각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고, 아무래도 중국통이다 보니 중국을 좀 미화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점은 

사기를 통한 역사 공부의 의미를 너무 저자의 주관적 입장에서 퇴색시키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사기 속의 여러 얘기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 언젠가 사기를 완역본으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게 만든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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