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인데 비싸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있고 가격이 오르는 것이 있다. 예술작품이나 명품은 가격이 오른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절판된 책이 다시 출간되었으면 좋겠지만 떨어지는 사과를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 중고책이 비싸더라도 읽고 싶으면 사야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절약정신이 뛰어나다. 이런 내가 산다면 그건 합리적인 소비다. 아마 그렇다.
절판된 책들은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큰 도서관은 모르겠지만 우리동네, 인근 도서관들에는 없는 책들이 많다.
사려니깐 망설여진다. 개정판이 나오면 어쩌지? 반대로 생각하면 안샀는데 다른 사람이 사가면 역시 기분이 나쁠 거 같다.
3권을 구입했다. 중고책을 이렇게 비싸게 돈주고 사는 건 처음이다. 보통은 사고 싶어도 비싸니깐 안 샀다. 어차피 다른 읽을 책들이 많고 많으니까. 굳이 비싸게 그 책을 사서 읽고 싶은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왜 거금을 주고 샀을까? 다케시씨의 뜨거운 열정에 자극받아서일까? 어쩜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아끼다 그 돈 쓰지도 못하고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정도는 괜찮잖아!!!
어차피 기타노 다케시씨의 책은 계속 읽을 것이다. 다 읽을 것이다. 이 참에 함께 구입하는 거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게 시작일 거라는 점이다. 이제 비싸서 못샀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을 곧 사겠지...
<독설의 기술>이라니 재밌겠다. 신선할 거 같다. 유익할 거 같다.
다케시씨의 그림 59점과 그에 대한 에세이가 있는 책이다. <하나비> 영화에서 다케시씨의 그림을 보고 감명받았다. 그림도 이렇게 잘 그리다니. 이 책 보고 싶다.
메멘토 모리. 새해에 '메멘토 모리'를 되새기기 위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다케시씨는 죽을 위기를 한 번 넘겼다. <죽기 위해 사는 법>은 그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후 삶과 죽음에 관해 쓴 병상 에세이다.
세 권에 76700원을 태웠다. 역대급이다. 아직 마음이 무겁다. 책을 읽으면서 내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고 칭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