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키 17>영화를 봤다. 평들을 보니 호불호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원작 소설도 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구입해서 봤다. 후속작은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다. 


 소설과 영화는 같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 둘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 역시 재밌다. 봉준호가 선택한 소설이니 재밌지 않을리가 없다. 소설은 확실히 영화와 다른 풍부함이 있다. 그 풍부함을 잃지 않으면서 살짝 다른 스토리로 각색한 봉준호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각본을 쓰시는 감독 답다. 훌륭한 각색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원작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과 봉준호 감독의 대담이 실려있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봉준호 감독은 작가에게 꼭 영화에 넣어줬으면 하는 챕터가 무엇이냐 물었다. 소설은 총 27장으로 되어 있다. 작가는 19장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19장은 꼭 넣으려고 했던 챕터라고 말했다. 나도 영화를 볼 때 19장의 내용이 가장 좋았다. 서로 다른 세 명이 공통된 감상을 보인다는 점. 국적, 나이를 초월하고 더 나아가 시대와 성별까지 초월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바로 문학이다.



 아래는 좋았던 문장들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은 덕분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완벽한 친구란 있을 수 없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단점들을 이유로 사람들을 내친다면 그들이 가져다줄 기쁨과 행복 역시 누릴 수 없게 된다. -p117 

 

 단점 하나를 보지 말고 수많은 장점을 봐야 되는데... 반성하게 되는 글이었다



 "맞습니다, 사령관님. 살아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p175


 소설 속 주인공은 죽고 재생된다. 그런 설정이 소설에서 이런 유머를 만들어낸다. 



 소설의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소설의 설정은 그리스 신화 테세우스의 배를 모티브로 한다. 테세우스의 배가 있다고 하자. 그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판자를 더 튼튼한 새 판자로 바꾼다. 이런 과정을 계속하다보면 어느 시점에는 모든 판자가 교체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 때 그 판자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은 죽게 되면 그 전에 세이브한 신체와 정신으로 다시 출력된다. 주인공은 과연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인공 미키는 불멸하는 존재인가? 죽어도 다시 재생되니까? 아니면 죽으면 끝일까? 미키7 이 죽고 다시 태어난 미키8 은 미키7 과 다른 인물일까? 재미난 철학적 난제다.


 소설 속에서 미키7 이 죽은 줄 알고 사람들이 미키8 을 재생해버렸다. 미키7 이 살아서 돌아왔다. 미키7 과 미키8 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둘은 다른 존재다. 미키7 은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죽으면 나의 존재는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재생된 존재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존재, 죽음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수 있는 재밌고 좋은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