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몬씨의 <세계사 브런치>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영화 <컨택트>에 나온 것처럼 언어와 사유방식은 정말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스파르타의 군국주의와 단순한 생활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간결한 '스파르타 식 화술' 들을 소개합니다. <세계사 브런치> 115p에서 116p의 내용들입니다.
먼저 스파르타의 전설적인 입법자 리쿠르고스의 일화이다. 어느 스파르타인이 리쿠르고스에게 스파르타에도 민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자네 집안에서 먼저 민주주의를 세워 보게."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이 글 보고 혼자 빵터졌습니다. 촌철살인입니다.
잠시 후 본격적으로 소개할 페르시아 전쟁 당시 페르시아 장수가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직접 와서 가져가라."
사이다같은 한 마디입니다.
테르모필레 전투에 앞서 누군가가 페르시아의 수많은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면 화살이 해를 가릴 것이라고 하자 레오니다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늘에서 싸우게 될 것이니 이 아니 좋을쏘냐?"
레오니다스의 어록은 마지막에 또 하나 나오는데 정말 이 남자 멋집니다. 테르모필레 전투는 영화 <300>의 배경이 되는 전투입니다. 스파르타인 300명이 협곡에서 30만 명의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영화에서는 스파르타인 정규군 300명 만 나오는데 역사에서는 그리스인 2000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300대 30만이나 2300대 30만이나 매한가지지만요. 심지어 좁은 협곡에서 스파르타, 그리스연합군은 영화에서 처럼 페르시아군을 막아냈습니다. 페르시아인이 뒷길로 돌아서 포위하기 전까지는요.
스파르타 여인들의 입담도 남자들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아들이나 남편이 전쟁에 나갈 때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걸 들고 오든지, 그 위에 누워 오든지."
여기서 '그것' 은 방패를 말합니다. 보통이라면 울면서 남편이나 아들을 떠나보낼텐데요. 역시 대단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외국 여성이 레오니다스의 아내 고르고 왕비에게 스파르타 여성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자들을 '꽉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왕비는 이렇게 응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스파르타 남자들을 낳아 주기 때문이죠."
스파르타 남성들만큼 여성들도 멋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페미니즘이 실현되었던 곳은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스파르타 화술의 '종결편'은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와 스파르타인들 사이의 대화입니다. 한창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를 복속시키며 기세를 올리던 필리포스 2세는 스파르타에 사신을 보내 기선 제압에 나섰다. 필리포스 2세가 보낸 사신과 스파르타인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대화체로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필리포스 2세: 만약 내가 라코니아로 입성하면, 스파르타를 초토화할 것이오.
스파르타인들: '만약' 이잖소.
Philip 2: If I enter Laconia, I will raze Sparta to the ground.
Spartans: "If."
영어로 봐야 제맛이라서 영어 원문을 함께 실었습니다. "If." 한마디로 필리포스의 엄포를 되받아친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필리포스 왕은 결국 스파르타만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필리소프 2세는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입니다.
마지막은 300명의 정규군을 이끌고 페르시아에 맞섰던 스파르타왕 레오니다스의 말로 끝맺으려 합니다.
플루타르코스에 의하면 마지막 전투에 앞서 레오니다스는 장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밤 만찬은 하데스의 땅에서 한다."
하데스는 저승을 다스리는 그리스 신입니다. 결국 "우리는 오늘 전부 죽는다." 라는 말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한 것입니다. 스파르타인들 매력적이지 않으신가요? 아마 스파르타인들 전부 영화처럼 근육을 울긋불긋했을 것 같습니다. 스파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