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에서는 이 책에 대해서 개략적인 소개만 했습니다. 책 속의 글들을 소개하면 좀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전후 맥락이 빠져있어 전혀 이해가 안 될수도 있습니다. 잘 요약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촘스키의 말씀입니다.


  로나   선생님과 푸코의 정치적 불일치는 어떤 것이었나요?


 촘스키  저는 두 가지 지적 과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인간 본성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하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여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과 압제의 성격을 분석하는 겁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푸코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현대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어낸 것뿐이다. 정의와 '인간 본질의 실현' 같은 개념은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의 계급 제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정의라는 개념은 권력을 잡은 계급 혹은 권력을 잡으려는 계급이 내놓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개혁가나 혁명가의 과제는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추상적 정의는 제기할 수도 없고 설령 제기한다 하더라도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기될 수는 없다는 거였어요.

 제가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푸코는 계급투쟁에 참가하는 사람은 이기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이 점에 대해 저는 아주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사회적 투쟁이라는 것은 어떤 뚜렷한 주장이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 가치관과 사실에 바탕을 둔 간접 주장일지라도 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 주장은 투쟁의 끝에 인간에게 이로운, 더 정의로운 사회가 앞당겨질 것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폭력을 예로 들어봅시다. 저는 절대적인 평화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자기방어를 위해서는 폭력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느라 불가피하다든가 하는 주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만약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승리가 온 세상 모든 사람을 화장장으로 보내는 것이라면 계급투쟁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계급의 압제를 끝내고, 그리하여 근본적인 인권을 회복시켜줄 것이라는 주장이 뒷받침되어야 계급투쟁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물론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정치에 관한 한 푸코와 저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의를 말하는데 그는 권력을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의 견해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p177~179


 꽤 깁니다만 전문을 수록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촘스키는 절대적인 '정의' 라는 것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중시합니다. 이에 반해 푸코는 정의라는 개념은 권력을 잡은 계급 혹은 권력을 잡으려는 계급이 내놓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의라는 것의 권력의 산물이다.' 라는 의견입니다. 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푸코의 말처럼 역사 속에서 권력은 정의를 만들어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촘스키가 말하는 보편적인 '정의'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합니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유와 평등이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권력이 바라지 않는 '정의' 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복지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몰아가듯이요. 


 다음은 푸코의 말씀입니다. 진리에 대한 말씀인데, 어렵습니다.


 '진리' 는 진술들(담론) 의 생산, 규제, 분배, 유통, 작동을 원활하게 만드는 규칙적 절차의 체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진리' 는 그것을 생산하고 지탱하는 권력 체계와 순환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유도하고 그것을 확대하는 권력 효과와도 연계되어 있다. 이것을 가리켜 진리의 '체제' 라고 한다.

 이 체제는 단지 이데올로기나 상부구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주의를 형성하고 발달시키는 전제 조건이다. 약간 수정되기는 했지만 이와 똑같은 체제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작동한다(중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므로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지식인에게 핵심적인 정치적 문제는 과학과 연계된 이데올로기의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과학적 실천에 정확한 이데올로기를 동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가 탐구해야 할 것은 새로운 진리 정치학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 혹은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 이 아니라,. 진리를 생산하는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 체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체계로부터 진리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진리가 이미 권력이므로 해방 운운은 환상입니다), 진리의 권력을 각종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헤게모니 형태- 현재 이 안에서 진리가 작동합니다- 로부터 떼어내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오류, 환상, 소외된 의식, 이데올로기 등이 아닙니다. 문제는 진리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니체의 사상이 중요해집니다. -p216

 

 역시 먼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헤게모니란 '가장 통상적인 의미에서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르는 말' 이라고 합니다. 정치적 지배라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진리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도밖에 모르겠습니다. 진리는 규칙적 절차의 체계이며, 권력 체계, 권력 효과와도 연계되어 있다. 진리의 권력을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지배로부터 떼어내야 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 합리성은 서구 사회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점점 성장했고 굳건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목자권력의 관념을 취했고 이어 국가이성의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 불가피한 효과가 개인화와 전체주의화입니다. 해방은 두 가지 효과 중 어느 하나만을 공격해서는 얻을 수 없고, 정치적 합리성의 근본을 파헤쳐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p258


 위 글은 더 이해가 안가실 겁니다. 용어의 개념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 정치적 합리성, 목자권력, 국가이성, 개인화, 전체주의화 등의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문단만을 때어놓으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구사회에서 국가가 형성되었고 국가는 막대한 권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게 국가를 유지 운영하는 것을 정치적 합리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이성을 국가이성이라고 합니다. 국가는 고대의 목자개념을 빌려와서 개인을 돌보고 이끕니다. 그러면서 국가는 개인을 합친 인구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를 다룹니다. 출산율, 사망율 등을 관리합니다. 개인을 돌보는 목자권력의 효과가 개인화이며, 인구를 다루는 것의 효과가 전체주의화입니다. 이런 국가의 형성과정을 이해해야지 국가의 권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렇듯 이 책은 조금 어렵습니다만,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개념과 사유들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푸코의 저서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어려운 책을 읽고 재미없는 페이퍼를 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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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4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상의학의 탄생>의 번역이 구리다는 독자 평을 봤어요. <촘스키와 푸코...> 책은 이종인 씨가 번역했는데, 그런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배경지식 없이 덤비듯이 읽었던 터라 지금도 이 책에 본 내용들이 1도 기억나지 않아요. ^^;;

고양이라디오 2016-11-04 17:45   좋아요 0 | URL
저도 <임상의학의 탄생>의 번역이 구리다는 독자평을 봤습니다. 번역이 구리다는 평을 보게되면 책을 보려는 생각이 줄어듭니다ㅠㅋ

<촘스키와 푸코...>은 확실히 배경지식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운 책입니다. 1장은 거의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ㅎㅎ 하지만 2장 부터는 조금 읽을만 했습니다. 저도 제가 확실히 이해했는지, 오독하진 않았는지 모르겠지만요. cyrus님도 지금 읽으시면 충분히 읽어내실 수 있을겁니다ㅎ

긴 글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해요 cyrus님ㅎ 좋은 주말 되시고요~^^

AgalmA 2016-11-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안 읽고 있었는데 두 분 말씀 참고해서ㅎ; 뭔 소린지 이해하기 위해 애써 보겠습니다~ <과학 혁명의 구조> 번역보다는 좀 낫길 빌어요. 문장이 너무 안 읽혀서 스트레스 때문에 중반까지 읽고 중단 사태;;: 인용하신 부분으로 봐서는 <과학 혁명의 구조>보다는 훨씬 낫네요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7 12:24   좋아요 0 | URL
<과학혁명의 구조>... 1/3 쯤 보다가 내려놓은 책입니다. 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읽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번역도 구렸나보네요ㅠㅋ 읽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 책은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해는 안되더라는...ㅎ 이 책은 번역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