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사이비 1
간호윤 지음 / 작가와비평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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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꽤 많이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기분좋게 책을 받고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 일단 서평단에 당첨되면 공짜로 책을 받아본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되도록 호의적으로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다. 나는 보통 영화나 책을 평가할 때 별점이 후한 편이다. 결코 박한편이 아니다. 되도록 좋은 면을 보는 편이 내게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게 다가왔다. 저자와 글에 대한 반감이 커져서 도통 중립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저자와 출판사에게는 죄송하지만, 솔직하게 집고 넘어가야겠다.

 

 꼭 비판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그냥 적당히 리뷰쓰고 적당히 넘어가면 서로 좋은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분도 글은 솔직해야 하고, 당당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 글에 대한 비판까지도 각오하며 글을 써야겠다.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해보겠다. 단점부터 시작하려니 어렵다. 장점은 저자가 정치나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고 올곧은 정의와 도덕적 가치를 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은 본받을 만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과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제 단점을 이야기해보겠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불편했다. 너무 책이 불평불만, 푸념, 부정, 자책, 열등의식 등으로 꽉꽉 채워져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일기를 모아놓은 듯하다. 일기란 자기 자신을 위해 쓰여진 글이다. 결코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니다. 이기적인 글이다. 저자도 책도 너무 이기적으로 쓰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에 대한 배려를 찾기 힘들었다. 조금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다듬고 좀 더 건강한 글들로 추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누가 모르는 사람의 하소연, 넋두리, 투정, 푸념을 듣고 있고 싶겠는가? 500p에 달하는 푸념을 말이다.

 

 "가끔씩이긴 하나(사실 남들이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종종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기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연유이다. 이 말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내 위주로 나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내 생각만 하느라 상대의 행동과 말을 정녕 유의 깊게 보고 새겨듣지 못했다는 말이다. "떡꾹이 농간한다" 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내 못된 버릇이다." -p220

 

 책이란 독자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간의 의미가 없다. 자신만을 위한 글은 자신만 읽으면 그만이다. 책을 출간했다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 배려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부분에서 그런 불친절을 많이 느꼈다. 중요한 내용이 짤린 사진이라던가, 해석 없이 한자로만 된 글이라던가,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던가 등등.

 

 저자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달리는가?' 에 대해 자문한다. 자문할 뿐 심도있게 고민해보고 그 답을 내리지 않는다. 여기에 나는 가장 큰 문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럴까?' 라고 푸념으로 글을 끝맺지 말고, 거기에서부터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계속 질문만 던지고 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태만이다. 저자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거기서 찾은 답을 글로 써나간다면 훨씬 훌륭하고 좋은 글, 좋은 책이 탄생할 것이다.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글과 책이 나올 것이다. 독자들은 그런 글을 원한다. 

 

 그리고 또 하나 좀 더 자신의 좋은 모습, 주위 사람의 좋은 모습, 세상과 역사의 좋은 모습들을 바라보고 그것들을 글로 옮기셨으면 좋겠다. 불행을 견뎌내는 글이 아닌 이겨내는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p.s 생각해보니 불평불만으로 가득찬 글도 유머와 휴머니즘이 깃들어 있으면 굉장히 좋은 글이 된다. 그런 책으로 더글러스 애덤스의 <마지막 기회라니?>와 호무라 히로시 <세계음치>가 기억난다. 이런 책들은 저자의 불평불만 가득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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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2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가가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낸 에세이를 좋지 않게 봅니다. 이게 에세이에 대한 저의 편견이기도 한데, 그래서 제가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아요. ^^;;

고양이라디오 2016-11-02 18:22   좋아요 0 | URL
전 에세이도 좋아합니다ㅎ 감정과잉보다는 아무래도 담담한 어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나쁘다기보다는 그 감정이 대체로 부정적으로 흘러서 힘들었어요. 저도 앞으로 글을 쓸 때 자아비판 그만해야겠습니다ㅠㅋ

kan771 2016-11-05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 님, 저자 간호윤입니다. 그렇게 보셨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과도한 감정`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평안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