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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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유명한 분이고 대단한 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장정일이란 이름을 굉장히 많이 들어서 한 번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분이다. 베스트셀러작가는 아닌듯 하지만 독서일기로는 유명한 분 같다. '독서일기'가 7권까지 나왔고 이후로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시리즈로 3권까지 나왔다. 흠, 앞으로 그의 책을 다시 보게 될지는 의문이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불편함이었다. 물론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불편함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 불편함은 마치 거울을 보는듯한 불편함이었다. 나의 단점을 고스란히 보는듯한 느낌. 혼자서 책을 읽으면 독단에 빠지기 쉬운 듯하다. 다른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하다보니 자신의 생각, 자신의 논리만이 옳다는 착각에 빠진다. 장정일작가가 다른 작가나 책을 비판하는 글을 보면서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의 책을 비판하는 글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불편함을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에 관한 장정일씨의 비판을 읽으면서부터 였으리라.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 중에 한 분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분이 비판받았기 때문에 불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 비판이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장정일 작가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속독론을 비판하는 일본 작가의 글을 인용해서 다치바나 다카시씨를 비판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일본 작가의 비판이 부적절했다는 것이고, 때문에 장정일 작가의 비판도 잘못된 정보에서 나온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 모르는 것은 죄다. '몰라서 그랬어.'는 무책임한 태도다. 장정일 작가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 같지도 않고 다치바나 다카시씨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 자신있게 비판을 하는 모습이 안좋아 보였다.

 

 그 비판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한 일본작가가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속독론을 비판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책 한 권을 30분 만에 읽는다는 둥 하는 내용을 비판했다. 그런데 사실은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을 한 번 훑어본다. 그 책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읽은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미리 훑어봄으로써 전체적인 개요를 파악하고 머리 속에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렇게 훑어본 후에 정독을 한다. 그런데 그 일본작가는 30분 만에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만을 인용해서 다치바나 다카시씨를 비판하고 장정일 작가도 그 내용을 수용해서 앵무새처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경숙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이 조금 거슬렸다. <엄마를 부탁해>는 나도 본 작품이다. 무척 슬펐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감동받은 베스트셀러일 것이다. 장정일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를 비판하는 요점은 소설의 작법에 관한 것이었다. 머라머라 이론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그의 의견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의 작법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꼭 그 작법에 맞춘 작품만 좋은 작품이고, 그 작법에 어긋나면 나쁜 작품인가? 물론 나는 소설가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고 한 명의 독자일 뿐이다. 작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작법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무슨 헐리우드 흥행공식도 아니고 소설이 따라야 할 작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여기서도 내게는 '장정일 작가가 자신의 기준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헙한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편협함이 있다. 나또한 그렇다. 아마 남들이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주관적이고 편협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균형잡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바로 그 지점이리라. 장정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편협함을 보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확신. 모든 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오만. 그것을 나는 장정일 작가에게서 보았고, 불편했다. 문제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경우처럼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나의 오류가능성을 당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틀리기 전까지는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남들과 대화를 하면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오히려 더욱 강해진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하다. 혼자서 책을 읽으면 점점 더 그런 생각이 강해지는 것 같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겸손해지는 것이 아니고 오만해진다. 남들의 오류나 잘못이 너무 눈에 잘 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오류나 잘못은 눈에 잘 안 뛴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오류나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을 간절히 원한다. 그것을 수용할 마음가짐을 더욱 열심히 갖추어야겠다. 정반합의 변증법에서 나의 반이 되어서 나를 합으로 이끌어줄 책이나 사람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나의 관점과 반대되는 관점의 책들을 더욱 많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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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29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치바나 팬입니다. 거의 다 읽은 것 같네요.. 굉장한 사람이죠... 그런데 저는 장정일 식 독서에세이도 좋아합니다.
고양이 님이 느낀 불편함(나의 단점을 고스란히... ) 이 저는 고양이 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양이 님의 최대장점입니다. 저는 모든 리뷰는 주관보다는 객관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두루뭉실한 리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고양이 님 리뷰 보면 호불호가 분명하잖아요. 전 그게 좋더군요.. 물론 저와 생각이 정반대인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뭐 그렇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9 17:30   좋아요 0 | URL
저도 장정일씨 책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좋은 부분,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이 칭찬해주시니 감사하네요ㅎ; 단점과 장점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네요ㅎ;

저도 애매모호한 것을 싫어해서 리뷰에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드러나나 봅니다. 다만 위험한 점이 `생각의 차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옳고 너는 틀렸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장정일작가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가끔 저도 다른 것과 틀린 것이 혼동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는 페이퍼에 글을 올려서 알라디너분들께 여쭙기도 하고요ㅎ

저도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다만 자신의 틀린 주관을 알아차리기 힘든점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혼자 책을 읽다보니 읽는 책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는 책만 자꾸 읽게되는 것 같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9 17: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ㅎ 장정일 꼰대스러운 점이 있죠.. 개인적으로 그의 독서 에세이를 좋아할 뿐 소설이나 이런 것은 이제 한물 좀 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ㅎㅎ.

cyrus 2016-03-2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의 서평집보다는 알라딘 독자서평이 더 좋아요. 정희진 님, 윤미화 님, 장정일 작가 서평집을 한 번도 안 읽어봤어요. 단 예외가 있으면 로쟈님인데, 제가 읽고 싶어서 읽은 게 아니라 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곰발님 말씀처럼 두루뭉술한 내용의 서평이 많이 있지만, 제 생각의 허를 찌르는 독자서평도 있습니다. 독자서평의 문장 표현은 작가와 비교할 수 없지만, 확실히 쏙쏙 이해됩니다. 표현이 어설퍼도 현학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작가의 서평보다 훨씬 낫습니다. 비판 없는 독자서평이 많아지면 출판사들 비위 맞추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쓴 글이라도 여기 알라딘에 전체 공개된 이상, 상대방의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30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방의 비판에 대해 환영입니다. 저도 알라디너들의 서평 좋아합니다. 컴퓨터로 보기보다 책으로 보는 것을 좋아해서 몇몇 분은 책으로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책으로 내게되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누구를 비판하기도 어려운 일이고요. 하지만 알라딘서재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서 알라디너분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