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함정 (고양이라디오님 리뷰를 읽고)
오로라^^님 먼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로라^^님의 말씀 많은 부분 공감이 갑니다. 대략 98% 공감합니다^^
저의 리뷰는 분노의 찬 리뷰였기 때문에, 중립과 객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는, 저자의 이 책이 중립에서 벗어나 저자 본인의 주관적 시선이 상당부분 개입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저또한 똑같이 날을 세워서 비판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의도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인용해서 비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 기자들이 연예인들의 인터뷰에서 앞 뒤 문맥을 제거하고 자극적인 발언들을 기사로 내보내는 것처럼요. 저는 몇몇 부분에서 저자가 잘못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소 강도높은 비판을 했던 것입니다.
1. 저도 저자의 취업과 스펙쌓기에 빠진 자기계발에 대한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제가 문제 삼았던 것은 그 정도가 가끔씩 지나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의 주관적 느낌입니다. 오로라^^님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셨고요. 그런 부분들을 찾아서 인용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책이 지금 없어서ㅠ;;) 저는 저자가 마치 모든 자기계발서가 취업과 스펙쌓기를 위한 자기계발서인 것 마냥 묘사해서 비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기계발서들이 사회의 모순은 무시한채 말이죠. 저는 사실 이부분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자기계발서에서 사회의 모순과 구조적 폐해도 같이 언급하면 좋겠지만, 이는 성형외과에 가서 허리디스크수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요리책에서 사회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초간단 요리법> 이란 요리책에서 왜 현재 TV에서 '세프'들이 각광받고 요리방송이 넘쳐나는지를 설명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힐링서, 자기계발서에는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사회불평등에 관한 내용은 인문서, 사회과학서, 경제학서에서 읽고 자기계발에 관한 내용은 자기계발서에서 읽으면 될텐데요. 제 생각에는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그나마 읽는 책이 이런 힐링서, 자기계발서 뿐이다보니, 이런 책에서 사회불평등까지 꼬집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자기계발서, 힐링서 열풍에 대해서 분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조장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회적 현상과 자기계발서, 힐링서 자체는 조금 구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올바른 사회적 인식을 가지고 좋은 자기계발서를 적절히 이용할 수는 없는 걸까요? 사회의 현상과 자기계발서, 힐링서가 서로 반드시 모순되는 관계일까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식하면 자기계발서와 자기계발을 포기해야하는 걸까요? 제게는 이것이 분명 대립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대립적인 이원론으로 놓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처럼 자기계발서를 조장하는 사회와 자기계발서, 그리고 자기계발서에 매몰된 20대를 한 세트로 묶어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치 여기에 예외란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항상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고요. 마치 이런 구조 속에서는 좋은 자기계발서도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좋은 자기계발을 하는 20대도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20대는 그럼 자기계발의 늪을 깨닫고 굴레 속에서 벗어나야 할까요? 아쉽게도 저자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또다시 20대를 자기계발에 굴레 속에 남겨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자기계발서를 옹호하면서 생각해보니, 저도 사실 국내 자기계발서는 그렇게 많이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달리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이지성작가의 책 말고는 딱히 감명깊게 읽은 책이 생각나지 않네요. 국내작가의 자기계발서도 대부분 책과 독서에 관한 책들을 읽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일본 혹은 미국 자기계발서를 읽었고(그것도 몇몇 작가의 책 뿐이지만요. 일본작가로는 나카타니 아키히로와 사이토 다카시씨의 책을. 미국 작가로는 데일카네기와 스티븐 코비의 책을 읽었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결국 모든 책이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어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오로라^^님의 말씀 중 아래 말씀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근데 이렇게 좋은 말씀 허락 없이 함부로 인용해도 되나요^^ㅎ;;?) 제 생각과 너무도 일치하는 글입니다^^
"사람이란 끝없이 배우고 자신을 고양시키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죠. 제가 어떤 책을 읽고 저를 돌아보고 앞으론 삶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면 그것이 무슨 장르든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저자가 대학생들에게 "인서울대학교와 지방대학생들간의 학문적 역량차이를 구체적 증거를 들어서 입증해봐라." 라고 한 부분인데요. 저도 오로라^^님의 말씀에 일견 동의합니다. 저자의 의도도 충분히 짐작가능하고요. 대학생들이 구체적인 증거없이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대학생들이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데, 이 편견과 고정관념이 틀렸는지 맞는지는 그렇게 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를 저자가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서 입증하지 못하면 대학생들도 자신의 고정관념을 수정하지 못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저자의 말대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편견과 고정관념인줄은 알겠어. 근데 그게 정말 틀렸나?"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대학생들도 저자에게 공감을 할 수 없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것이고요. 제가 만약 저런 질문을 받았다면 "교수님이 인서울대학교와 지방대학생들간의 학문적 역량차이가 없다는 것을 구체적 증거를 통해서 증명해보세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라고 대답했을겁니다. 저는 책 전체에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저자가 자신의 주관적인 논리에 구미에 맞는 내용들을 끼워맞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대학생들이 무비판적으로 차별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의 사례를 보여주기위해서 이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흡한 대학생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자신조차 증명할수도 없고, 심지어 인정하고 있는 고정관념을 대학생들에게 내미는 것이지요. 물론 이건 역시 저의 느낌이고, 소설입니다. 하지만 자신조차 반박할 수 없는 고정관념을 대학생들에게 증명해보라고 내미는 것은 비겁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3. 김난도씨와 혜민스님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제게는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자기계발서, 힐링서 작가인 두 분을 악의 축으로 지정해놓고 비판을 펼치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논리성이 결여되어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맥락과 의도를 제거하고 비판하면 쉽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 김난도씨는 개그맨의 일화를 통해 전하려고 한 것은 "너무 현재가치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가치도 고려해라." 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생계에 시달리는 청춘들에 적용해서는 멋대로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김난도씨는 개그맨의 일화를 들어서 이야기를 한 것이지, 생계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대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마치 이런 것과 같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간단히 머 먹을래? 아니면 조금있다 저녁먹을까?" 라고 질문했는데, 다른 쪽에 있는 누군가가 "머 저녁? 저녁 먹었냐고? 몇 끼째 못먹었다. 장난해? 너는 배부르고 밥 사먹을 돈도 있다 이거지? 이 나쁜놈!!!" 이런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난도씨가 생계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예로 들어서 "지금 열심히 밥을 굶고 절약해서 미래에 꼭 성공하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이는 비난을 받아야 하겠죠. 그리고 저자도 김난도씨의 책 속에서 이런 예를 들어서 비판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예로 들었던 이야기에서 만약 옆에 있던 친구가 아니라, 생계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에게 "저녁에 더치페이로 스테이크먹으러 갈까?" 라고 이야기 했다면 이건 맹비난을 받아야 하겠죠. 이처럼 다른 맥락에서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멋대로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난도씨와 혜민스님의 책에서 좀 더 제대로 된 예를 들어서 비판했다면 저도 충분히 수긍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인용에는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자의 논리대로 비판을 하면 달라이 라마의 <용서>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수업>도 비판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을 지적했던 것입니다.
저도 자기계발서와 힐링서가 범람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도 누구 못지않게 이러한 사태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문제의식과 의도도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큰틀에서 저자의 요지와 내용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의 의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오로라^^님의 말씀대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요. 하지만 몇몇 세부적인 부분에서 논리적인 비하와 오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좋은 글은 중립적인 시선에서 쓰여져야 하고, 논리과 데이터를 그 무기로써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 생각에 입구는 있는데 출구가 없습니다. 문제점은 인식시켜주지만 해결책은 제시하고 있지 않죠. 물론 해결책까지 저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저나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20대 입장에서는 꽤나 허탈하고 화가날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저자는 대학서열화를 부정하지도 못했고, 그리고 부모의 소득격차에 따라서 자식들의 교육정도가 달라져서 이는 결국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20대에게 더욱 위기의식을 심어준 것은 아닐까요?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제 생각에는 저자는 20대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하지 못했고 공감을 얻어내지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20대를 괴물로 만든채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