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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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참 편하게 읽히면서 좋다. 그동안(그의 책을 읽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을 조금 현학적이고 오만한 녀석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오해는 사라졌다. 나는 알랭 드 보통을 일상의 언어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상의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상식에 벗어남이 없다. 논리적으로 모순이나 도약도 없고, 그의 사고는 차분하고 명료하다. 읽기에 아주 좋은 작가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아니면 주의깊게 보지 못했던, 혹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이다. 이 책에서 그는 불안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을 알게된 계기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독실이님이 '지대북' 코너에서 이 책을 소개해줬었는데, 듣다보니 정말 읽고 싶어졌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우리의 불안의 원인은 우리가 가진 '지위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불안해진다. 어쩌면 진화론적으로 생각해 볼 때도 우리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동물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배척당한다는 것은 곧 생존과 번식에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지위가 떨어질수록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지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생존과 번식은 더욱 힘들어지고 더욱 불안해진다.

 현대에 와서 불안은 더욱 팽배해지고 만연해진 것 같다. 불안장애환자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현대인들의 불안의 크기도 과거에 비해 커진 것 같다. 그 원인을 알랭 드 보통은 능력주의와 그리고 불평등으로 본다. 과거에는 모두가 가난했다. 때문에 모두가 평등했다. 물론 계급간의 불평등은 컸지만, 어차피 대부분(70~90%)은 농노나 시민계급이었다. 그때의 농노는 귀족들을 크게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 계급의 격차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평등이 심화되고 아주 많이 분화되었다. 예전에 우리 이웃은 다 우리만큼 가난했고 그 가난은 자신의 능력과 크게 연관이 없었다. 그냥 가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가난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종교는 가난을 우리의 죄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위안을 줬다. 부자는 천국에 가기 힘들다고 안심시켜줬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부와 능력이 연결되었다. 부자는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가난한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때문에 그 가능성은 부메랑처럼 날아와서, 나의 가난과 나의 무능력을 연결시킨다. 계급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지위가 올라가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우리 주변 이웃은 우리처럼 고만고만하게 가난했지만, 지금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부자들이 눈에 띄고,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도 많아 보인다. 예전에는 저녁에 먹을 게 없으면 옆집에 음식을 꾸러도 가고 옆집 사람이 먹을 게 없으면 고구마나 감자를 대접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저녁에 먹을 것이 없다고 옆집에 가는 행위는 내가 가난하고 또 무능력하다고 광고하러 가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알랭 드 보통 그 해결책으로 철학, 종교, 예술, 정치, 보혜미아를 이야기한다. (보헤미아라는 개념을 잘 몰랐었는데, 이 책 덕분에 알게되었다.) 그 해결책을 종합하자면,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고 더 나은 가치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다 해진 옷 한 벌에 신발 한 짝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행복했고,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 너무 뻔한 해답이라고 말하실 것 같다.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이리라. 나도 책을 읽은 지 꽤 되어서 자세한 내용들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돈이나 권력에서 발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리 돈과 권력을 가져도 자신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 돈과 권력을 언제 잃을지 몰라서 불안해 할 수도 있다. 가치의 척도는 꼭 돈과 권력만이 아니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이 의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라는 질병, 혹은 증상에 대해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원인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것은 의사의 행위와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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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 2015-12-04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자인지 소설가인지 경계가 모호한 작가이지만, 읽기 아주 좋은 작가라는 데는 적극 공감합니다. 전 불안도 좋았지만 알랭의 소설 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재미면에서요.

고양이라디오 2015-12-04 17:04   좋아요 0 | URL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좋다는 평을 참 많이 들었는데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ㅎ

서니데이 2015-12-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의 책은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양이라디오님, 편안한 금요일 밤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15-12-05 12:43   좋아요 0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05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쪽에 한표 던집니다^^ 이 책은 못읽어봤지만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처음 읽었을 때, 이 작가 뭐야!! 하고 소름끼쳤었어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2-05 12:42   좋아요 0 | URL
윽, 오로라^^님까지 추천을 하시고, 얼른 빌려서 읽어봐야겠네요ㅋ
사실 저 책 몇 번 읽으려다 극초반부를 못 넘기고 덮었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도전해봐야겠네요ㅠㅋ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