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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며 지냈다. 유뷰트에서 관련 영상들을 계속 찾아보며 국뽕에 젖었었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다니. 뜻밖이고 감개무량했다. 맨부커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다. 충분히 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너무 힘들어서 그녀의 책을 읽지 않았었다.
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일주일 기다린 끝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받았다. 초반부는 생각처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 걱정했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기분탓인지 작가의 필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이 아름다웠다. '이게 노벨상 수상 작가의 문장이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무지했다. 1947년을 시작으로 발생한 사건이니 나에겐 너무 먼 사건이었다.
주인공을 따라서 사건을 점점 알게 되면서 경악스러웠다. 글로 읽던 것을 멀리서 보게 되고 점점 가까이 가서 보게되는 느낌이랄까? 누군가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여다보게 됐다.
슬프고 몇 번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오래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때는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주인공과 저자의 결의가 느껴져서였을까? 소설 속 주인공은 울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작별의 뜻을 찾아보았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 이별과 작별의 차이점은 이별은 수동적이고 작별은 능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별은 당할 수 있지만 작별은 당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의지다. 결코 작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아픔과 고통을 파헤쳐서 소설로 쓴 작가.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다시 한 번 고통을 마주한 저자의 의지가 감탄스럽다. 누구보다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무엇보다 큰 고통을 견디며 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