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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도둑맞았다. 분명히 도둑맞았다. 누가 범인인가. 누가 도둑놈인가.
나는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집중력이 있었다. 더 오랜 시간 앉아서 책을 봤다. 더 집중해서 더 재밌게 책을 봤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확실히 느껴진다. 내 뇌가 바뀌었다는 것을.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누가 도둑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아직 해결 방법까진 모르겠다. 유혹과 쾌락에 저항하는 건 힘들고 어렵다.
나의 유튜브 중독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 전이었던 거 같다. 물론 그 때도 알고리즘에 빠져 늦은 밤까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알고리즘은 점점 강력해지기 시작했고 쇼츠가 나오는 순간 나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잠들기 전까지 나의 삶은 꽤 괜찮다.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잠들기 전 아마 그때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보낸 하루의 보상을 원한다. 휴식을 쾌락을 원한다. 자제력은 최고로 약해진 상태다. 리모컨을 든다. 유튜브 영상 딱 하나만 보고 자야지.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이 지나 있다. 1시간이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시간을 인식할 수 조차 없다. 무엇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수면 시간을 도둑맞았다는 불쾌함. 참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
어쩜 유튜브는 나의 친구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혼자 밥을 먹는다. 밥 먹는 동안 할 게 없다. 가만히 밥을 먹기에는 심심하다. 심심하고 시간도 낭비하는 거 같다. 밥도 먹고 유튜브도 보고 일석이조다. 그래서 유튜브를 끊을 수가 없다. 밥을 끊을 수 없는 것처럼. 밥먹는 동안 유튜브 말고 다른 할 거를 만들어야 한다. 이북을 보거나, 오디오북을 듣거나. 유튜브 말고 다른 게 필요하다. 금연할 때 금연껌이 필요하듯이.
자기 전에도 절대 티비를 틀어서는 안된다. 알고는 있지만 자기 전에는 항상 까먹는다. 하나만 보고 끌 수 있을 거 같다. 항상 실패한다. 이정도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건가? 습관이 이렇게 무서운 건가?
밥 먹을 때 유튜브 하지 않기. 자기 전에 유튜브 하지 않기. 시간 정해놓고 유튜브 보기. 이 세 가지만 지켜질 수 있으면 집중력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 같다. 보고 싶은 책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 같다. 의미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그로 인해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유튜브 대신 이북을 보자. 최근에 이북을 봐봤는데 괜찮았다. 밥먹으면서 충분히 볼만했다. 유튜브 대용으로 가능성을 봤다. 이상하게 유튜브를 보면 이성이 마비되어 잘 시간을 뺏기게 되는데 책을 보면 이성이 충만해서 이제 그만 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tv는 바보 상자다. 보는 동안 생각을 안하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도둑맞기 전에 잘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