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후의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이 책은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정치, 사회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오후 그는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즘이란 국가 뿐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혹은 평소에 접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그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에 깨닫게 되었다.
그가 영화광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는 당선 직후, 캐나다 최초의 남녀동수 내각을 만들었다. 그는 왜 성비를 맞췄냐는 기자의 질문에 "2015년이니까요!" 라고 답변했다). -p054
쿨한 답변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장관급 인사 28명 중 7명만이 여성이었다. 25%이다. 실망스런 수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갈 길이 멀다.
들뢰즈는 니체의 '영원회귀'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 이라고 해석한다. 이 해석은 재밌다. 영원을 말하지만,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 이 순간 포기한다면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 일어서면 영원히 일어서는 것이다. 영원회귀, 순간은 영원하다. -p078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었다. 삶에서도 적용해볼 철학이다. 순간의 행동, 순간의 선택에도 사고를 멈추지 말고 신중해야겠다.
우리의 삶은 히스토리가 아니라 해프닝이다. 순간일 뿐이다. 역사에 기록되든 아니든 상관없다. 세상을 바꾸는 건, 기록된 역사가 아니라 한순간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p079
이지의 <분서>란 책을 알게 됐다. 명나라, 유교가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에 유교 사상에 의문을 던졌던 유학자가 있었다. 이탁오(이지, 호는 탁오)라는 유학자이다. 대단하다 느꼈다. 그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사고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저자 오후도 이탁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사람에겐 모두 사회의 패러다임에 대해 반문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 이탁오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글을 접해보고 싶다.
"노년의 비극은 그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젊다는 것" -오스카 와일드 -p102
항상 촌철살인의 경구를 날리는 오스카 와일드이다.
<필로미나의 기적>, 재밌을 거 같은 영화이다.
"사형을 집행할 만큼 나쁜 놈이 존재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과연 누가 그를 죽일 것인가?" -p196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인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형제도를 실행하려면 누군가는 최종 결졍을 내려야 하고 누군가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건 누가 감당할 것인가?
오후의 책과 그의 시선이 좋다. 당분간 그의 책을 계속 읽어야겠다. 그가 유명해지고 그의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특히 이 책이 그렇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유명해져야지 나의 안목이 맞았음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