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소원 빌기 상당히 어렵다. 물론 정령의 '지니'가 나의 소원을 들어주지도 않겠지만 소원 빌기 은근히 어렵다.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오듯이 소원을 비는 신화나 전설은 많다. 그리고 대부분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원은 함부로 빌면 안된다는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탐욕은 화를 부른다는 등의 교훈이다. 약간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나비효과>같은 영화처럼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과거를 바꾸면 미래에 전혀 예측못한 결과가 따라온다. 주로 나쁜 결과가 따라온다.
방금 소원을 떠올려봤다. 세상 모든 여자가 나에게 반하면 어떨까라는 소원을 떠올려봤다. 잠시 후 역효과가 생각난다.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분명 엄청난 혼란이 따라올 것이다. 일단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 반하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중에는 변태적이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사람도 있다. 분명 나를 사랑해서 나를 죽이는 여성도 있을 것이다. 나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 방부처리를 할지도 모른다. 아... 역시 소원은 신중하게 빌어야 한다. 최소 한 달은 고민하고 A4 용지 세 장에 달하는 긴 소원을 빌어야 한다.
다른 소원도 떠올려 봤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만들어주세요. 약간 모호한 소원이다. '지니' 가 소원을 잘못 이해해서 나를 세계에서 가장 부자의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다. 생김새만.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일론 머스크라고 하자. 그럼 나의 소원은 '일론 머스크로 만들어주세요'가 된다. 지니가 오해하고 모습만 일론 머스크로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런데 재산은 그대로다. 지니가 소원을 제대로 이해해서 내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입금해줄 수 있다. 내 통장에 엄청난 돈이 찍힐 것이다. 그러면 분명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지니가 소원을 들어줬다고 우겨도 내 돈은 단순한 오류로 치부되서 사라질 것이다. 현금이 입금된 증거도 없고 이체된 증거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계좌에 돈이 찍힌다면? 분명히 돈의 출처를 인정받지 못하면 그 돈은 없어질 것이다. 역시 소원은 세 달 정도는 고민해서 1만 4천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빌어야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잘못될 가능성이 생각난다. 만약 지니가 돈을 입금했다고 치자. 수많은 재산이 원화로 입금되었다면 원화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나 때문에 국가부도가 나고,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고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나에게 복수를... 소원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이쯤되니 소원을 떠올리기가 두렵다. 큰 소원을 빌수록 크게 잘못될 확률이 높아진다. 작은 소원은 리스크는 작지만 굳이 작은 소원을 왜 빌겠는가.
아래는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에 관한 소설 <아자젤>이다. 소원 비는 게 왜 위험한 것인지 알고 싶은 분은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유머러스하고 SF 적이며 재밌다. 소원을 빌 때는 물리법칙까지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