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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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봐도 충격적이다. 책으로 읽었을 때도 충격적이었는데 그림으로 농업혁명의 과정을 찬찬히 되집어 보니 더 실감난다. 


 농업혁명은 인류의 방향을 바꿨다. 인지혁명, 과학혁명, 정보혁명 등 인류사에 크나 큰 혁명들이 있었지만 농업혁명은 그 중에서도 가공할만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토대가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사유재산, 불평등, 신화, 종교, 계급 등이 생겨나게 된다.


 하라리는 인간이 밀을 길들인게 아니라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그의 주장에 100% 공감한다. 하지만 그게 과연 인류에게 좋은 일이었는지 나쁜 일이었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에겐 좋고, 누군가에겐 나쁜 일이었다고 하는 게 가장 공평하려나? 


 이미 우리는 문명의 과실을 맛보았다. 수렵채집인으로 태어나고 살아보지 않고서는 현재의 삶과 수렵채집인의 삶을 비교하긴 힘들다. 수렵채집인은 하루 3-4시간을 노동에 썼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냈다. 춤추고 노래하고 놀이하고 이야기하고 밤에는 별도 보고 예술에 관심있는 이들은 예술 활동도 했을 것이다. 신체는 건강했다. 고기,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3-4년에 한 명씩 자녀를 나았다. 형편과 상황에 맞게 자녀수를 조절했다. 수렵채집인의 사회가 평화로웠는지 폭력적이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책에선 수많은 수렵채집인 사회가 있었고 사회마다 각각 달랐을 것이라 말한다. 


 밀은 인간을 길들였다. 밀은 인간이 땅을 경작하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병충해를 쫓고 울타리를 만들고 수로도 만들게 했다. 인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해질녘까지 어마어마한 노동을 쏟아부었다. 곡식은 늘었고 곡식을 저장 할 수도 있었다. 인간는 더이상 삶의 터전을 옮길 필요가 없어져 정착을 했다. 사유재산이 생겼다. 노동력이 필요해서 아이들을 많이 나았다. 거의 매년 아이를 나았다. 노동력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입도 늘어났다. 이쯤되면 더이상 벗어날 수 없다. 다시 수렵채집인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공동체는 커졌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생겼다. 농업에 필요한 천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대우를 받았다. 불평등이 시작되었다. 기근과 전염병이 생겼다. 밀집되어 살다보니 전염병에 취약해졌다. 입이 많다보니 기근은 치명적이었다. 가부장제사회가 시작되고 계급사회가 시작되었다. 먹고 살만큼만 빼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바쳐야했다. 지금도 그렇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먹고 살고 자녀를 키울 만큼만 벌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바치고 고용주에게 바쳐야한다. 


 농업혁명은 인류에게는 번영과 혁신을 안겨줬지만 개개인에게는 노동을 주고 자유를 빼았았다. 이것이 농업혁명의 전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래도 농업혁명이 나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사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한 농부였다. 1만년 동안 대부분의 인류는 밀의 노예로 살았다. 인류가 지금처럼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살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채되지 않는다. 만약 평생을 농사짓고 살아야 한다면 그리고 가끔 전쟁에 동원된다면 그 삶이 수렵채집인의 삶보다 좋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 인간을 통합하기 위한 수많은 상상의 질서들이 만들어졌다. 이 책은 그것들에 대해서도 파헤친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일 뿐이다. 자연법칙이 아니다. 국가, 인권, 화페, 종교 등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고 질서일 뿐이다. 계급, 인종, 젠더 불편등 역시 마찬가지다. 


 3권이 어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3권을 기다리는 동안 <사피엔스>를 다시 읽어야겠다. 최고의 그래픽 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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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3-18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동은 신성하다는 일반적 얘기에 저도 반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3-18 22:43   좋아요 3 | URL
다시 읽어보니 오타도 많고 고쳐야할 문장도 많이 보입니다. 내일 고쳐아겠습니다ㅎ

노동하지 않는 이들은 노동하는 이들이 노동은 신성하다고 믿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mini74 2022-03-19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갈수록 너무 많은 걸 희생당하는 거 같아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3-21 13:49   좋아요 1 | URL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깨어있으면 더 나을텐데요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