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보게된 다큐멘터리이다. 평소에 문어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터라 보게 되었다. 문어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바다 속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최근에 외국 기사를 봤다. 문어를 산 채로 삶는 것에 대한 기사였다. 문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은 거의 명백하기 때문에 산 채로 삶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다행히 나는 문어 요리를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는다. 1년에 1-2번 먹을까 말까한 정도? 문어 요리를 볼 때 마다 이 다큐멘터리가 생각나고 마음이 불편할 거 같다.
문어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지능이 높다. 우스겟소리로 생김새나 지능을 보면 외계 생명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문어 아이큐는 7-80 정도로 개와 고양이, 침팬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마디로 인간을 제외하고 동물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어는 한자어로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고대인들도 문어의 높은 지능을 알고 있었던 거 같다.
개, 고양이, 침팬지, 돌고래의 높은 지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문어의 지능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때문에 사람들은 개, 고양이, 침팬지, 돌고래의 고통과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다. 만약 식탁에 이들이 음식으로 올라오면 거부감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지능을 가진 문어가 식탁에 올라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다. 문어를 하등동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래는 읽지 않고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삶에 의미를 잃은 영화감독은 재충전을 위해 바다로 간다. 어렸을 적 바다 속을 헤엄치던 좋은 경험을 떠올리고 매일 바다로 향한다. 그러다 문어를 발견하게 되고 문어의 기묘한 모습, 습성, 행동 등에 이끌린다. 매일 문어를 찾아간다. 그렇게 문어에 대해 알게 되고 빠져든다. 문어 전문가가 될 정도다. 문어에 대한 모든 논문을 찾아보고 문어를 관찰한다.
처음에는 경계하고 굴 밖으로 나오지 않던 문어도 20일이 지나자 호기심이 경계심을 이기기 시작한다. 굴 속에서 팔을 뻗어서 영화감독을 더듬는다. 그렇게 영화감독과 문어는 거의 1년을 함께 한다. 나중에는 함께 헤엄도 치고 문어가 영화감독에게 안기기도 한다. 놀랍고 감동적이다.
문어의 은폐술은 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나다. 카멜레온 보다 뛰어나다. 단순히 색만 변화는 게 아니라 주변 물체의 질감까지 흉내낸다. 그리고 주변 물건까지 활용해서 자신을 감춘다. 보고 있으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마 무심코 지나치면 문어가 있어도 절대 못찾을 것이다. 문어의 사냥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어가 천적에 쫓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걱정되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문어의 놀라운 지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문어의 천적은 상어다. 문어의 엄청난 은폐능력 때문에 시각으로는 문어를 찾거나 추적하기 어렵다. 문어는 줄행랑을 칠 때 먹물을 뿜고 도망쳐서 근처에 숨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어는 시각 대신에 뛰어난 후각 능력이 있다. 때문에 문어의 천적이다. 예전에는 상어가 시각이 퇴화하고 후각이 발달한 것을 굉장히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였다. 상어가 문어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후각은 최고의 레이더였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추적자를 보는 듯 간담이 서늘했다. 도망치고 숨어도 냄새를 쫓아서 계속 따라오는 공포란.
결국 문어는 상어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주변의 조개껍데기나 돌조각, 게 껍데기 등을 빨판으로 들어서 몸을 감싼다. 몸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는 갑옷을 두르는 것이다. 상어의 공격이 시작되고 집요하게 물어뜯는다. '아, 문어는 이렇게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문어는 상어 등에 올라탄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상어는 문어를 뿌리치려 하지만 당연히 뿌리칠 수 없다. 상어도 체념한듯 천천히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간다. 문어는 상어를 타고 이동하다 안전한 은신처를 발견하고 은신처로 쏙 들어간다. 감탄이 나왔다.
문어와 영화감독의 우정, 문어의 일생을 잘 그려낸 다큐멘터리였다. 문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