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성냥갑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저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사실 몇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의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방대한 지식과 유머러스함,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모습까지 모두 좋아합니다. 


 21년 1월 출간된 에코의 유작 에세이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에코는 잡지 <레스프레소>에 수십 년 동안 '미네르바의 성냥갑' 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칼럼을 썼습니다. 그 칼럼을 묶은 책으로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네르바 성냥갑>, <가재걸음> 등이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를 더 읽고 싶어서 <미네르바 성냥갑>1, 2권을 구입했습니다. 1권은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쓰인 칼럼을 묶은 책입니다. 재미난 글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잘 모르는 일들에 대해 다룬 글들이 많아서 크게 공감가거나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에코의 에세이들을 쭉 읽고 싶었는데, 흥미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소설 쪽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코의 에세이는 <미네르바 성냥갑> 2권까지만 어찌어찌 읽고 다른 책들을 읽어야겠습니다.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에코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다시 만나서 즐겁게 읽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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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9-02 16: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코의 소설만 다섯 작품 읽어봤는데요, 가장 아쉬운 건, 에코가 분명히 이탈리아 언어로 작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윤기를 비롯한 영어, 불어 전문가들이 번역을 한 것이 아직도 팔린다는 겁니다. 절찬리에.
이윤기 선생은 <장미의 이름>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큰 공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제는 다시 번역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어-영어-우리말을 거친 중역인데, 이탈리아어-일어 직역을 한 일본보다 더 빨리 번역해 나왔다고 생전의 이윤기 선생은 자랑삼아 이야기했습니다. 일본 에코 협회가, 세상에나, 이렇게 난해한 작품을 그리도 빨리 번역했다는 말인가, 깜짝 놀라 이윤기 선생을 초청을 했지만, 아마 안 갔을 겁니다. 후딱 번역해버린 것이 자랑인지 아닌지는 다음으로 하고요.
근데 아직 에코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데 구태여 돈 들여 다시 번역을 시도할 리가 없다는 것이 비극입니다.
이윤기 번역 가운데 그리스어-불어-영어-우리말, 이렇게 3중역을 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이선생 사후에 다시 번역해 나왔듯이 에코도 조속히 다시 번역해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저도 다시 읽어볼 용의가 있습니다. <...조르바>는 선생이 그리스어 역자 유재원 선생에게 자기 생전엔 번역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는 야사가 있습니다만 이게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이 된 건 아닙니다. 아니겠지요 뭐.

고양이라디오 2021-09-02 17:11   좋아요 5 | URL
ㅎㅎㅎ 흥미로운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번역, 정말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제가 에코의 소설 읽기에 실패했던 건 혹시 번역 때문은 아니었을지...ㅎ

Falstaff 2021-09-03 12:54   좋아요 1 | URL
이제 이 댓글을 읽을 만하신 분은 다 읽은 거 같고요. ㅋㅋㅋㅋ
이윤기 선생을 밉게 본 가장 큰 계기를 소개하자면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가장 절찬리에 판매했고, 가장 유명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번역본을 열린책들에서 냈잖습니까.
이윤기 선생이 우리나라에 몇 되지 않는 그리스 어 전문가 유재원 선생하고 친하답니다. 그래서 두 양반이 함께 그리스 크레타 섬의 카잔자키스(‘카잔차키스‘가 아니랍니다)의 묘에 우리나라 참이슬 소주 올리고 두 번 반 절했다고 하는데요,
유재원 번역의 조르바를 진짜로 읽어보니까, 아이고, 이윤기의 그리스-프랑스-영국-우리말 번역은 물론이고 그리스-미국-우리말 중역의 김욱동 책에도 없는 ˝프롤로그˝가 그리스어 직역엔 붙어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윤기 선생의 주 직업은 소설가잖아요. 전 소설가로 이윤기를 좋아하는데, 번역하면서 좀 애매한 부분에 소설가 이윤기 특유의 매끄럽고 적절한 ‘우리말‘ 단어를 삽입하지 않았나, 의심이 갑니다.
하여튼 장미의 이름은 후딱 새롭게 번역해야 합니다. 요샌 이탈리아 말 잘 하는 사람도 많은데 말입죠. 말 나온 김에 푸코의 진자와 전날의 섬도 마찬가지고요!

고양이라디오 2021-09-06 10:10   좋아요 1 | URL
악ㅠ ‘프롤로그‘ 가 있었나요? 전 <그리스인 조르바>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에는 이윤기씨 번역으로 두번째는 잘 모르겠네요. 프롤로그 나중에 읽었나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ㅎ

전 이윤기씨 번역으로 재밌게 읽어서 그렇게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ㅎ 이윤기씨가 쓴 글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번역에 대한 이야기했었는데 매끄러운 번역을 위해 적절한 우리말, 사투리 등을 썼다고 했던 거 같습니다ㅎ

초딩 2021-09-03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거 진짜 예전에 사 놓고 읽지 못했어요 ㅜㅜ 에코 작인지도 까먹고 있었어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06   좋아요 0 | URL
재밌는 부분만 골라읽으면 재밌습니다ㅎ 재미없는 부분 설렁설렁 넘기면서 보세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