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님의 서재에서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의 글들을 읽으니 그의 글이 너무나 그리운 겁니다. 도서관에서 커트 보니것의 책을 빌렸습니다. <아마겟돈을 회상하며>는 커트 보니것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이자 작가인 마크 보니것이 아버지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아 출간한 책입니다.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소설들이 많았습니다. 그의 유머와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커트 보니것의 인디애나폴리스 클로우스 홀 연설문 중 한 부분입니다. 유머와 휴머니즘, 풍자가 넘치는 연설문이었습니다. 2007년, 그는 이 연설문을 작성한 후 이 주 후 맨해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몇 주 후 사망했습니다.


 예전에 마크에게 인생이 무엇일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거든요. 마크가 그러더군요. "아버지,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그게 무엇이든." 나쁘지 않아요. 기억해둘 만한 말이지요. -p49


 

 아래는 '모든 거리에서 슬프도다 슬프도다 하였다' 속 한 문단입니다. 드레스덴 대학살 후의 이야기입니다. 


  어둠, 냄새, 대학살에 익숙해지자 우리는 각각의 시체가 살아 있을 때 어땠을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추악한 놀이였다. "부자, 가난뱅이, 거지, 도둑......" 두툼한 지갑과 보석을 가진 사람도, 귀중한 음식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개의 목줄을 쥔 채 죽은 소년도 있었다. 독일 군복을 입은 변절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수용소에서 우리를 감독했다. 근처의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을 마시고 잔뜩 취한 그들은 자기 일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았다. 우리가 시체를 거리로 나르기 전에 그들이 귀중품을 모두 털었으니 꽤 돈이 되는 일이었다. 죽음이 너무나 흔해져 우리는 이 음울한 짐을 놓고 농담하고 마치 쓰레기처럼 내던졌다. 처음에는, 특히 시체가 젊은 사람일 때는 그러지 않았다. 조심스레 들것에 싣고 그들이 화장되기 전 마지막으로 쉴 곳에 장례식을 치르듯 엄숙하게 내려놓았다. 하지만 경건함과 슬픔이 깃든 우리의 예절은 사라지고, 내가 말했든 순전히 냉담함만 갖게 되었다. 소름 끼치는 하루가 끝날 때면 우리는 담배를 피우며 놀라울 만큼 잔뜩 쌓인 시쳇더미를 살폈다. 우리 중 하나는 그 더미에 담배꽁초를 던지며 말했다. "제기랄, 죽음이 나를 찾아오고 싶다면 난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 -p63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우리가 미국인임을 알고 포옹하며, 우리 비행기가 도시를 완벽하게 황폐화시킨 것을 축하했다. 우리는 그들의 축하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겸손하게 굴었지만,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세계의 다음 세대들을 위해 드레스덴을 구할 수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으리라 느꼈다. 지구의 모든 도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야만 한다. -p67



 

 총 13편의 작품이 실린 300p가 안 되는 책입니다. 그의 글이 더 읽고 싶어서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그의 책을 빌려야겠습니다. 중고서점에도 가서 그의 책을 구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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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3 15: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합니다^^* 귀한 책을찾으셨네요! 계단에서 머리를 다친 후 죽었군요.ㅠ

고양이라디오 2021-05-24 10:56   좋아요 2 | URL
네ㅠ 우리나라 나이로 86세 때 돌아가셨네요. 노인 분들은 낙상사고 정말 조심해야합니다ㅠ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추천드려요^^

붕붕툐툐 2021-05-24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니것 팬이십니까? 글이 그립다는 표현이 저에겐 생경하면서도-제가 느껴본 적이 없어서- 멋져 보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5-24 10:58   좋아요 2 | URL
네 팬입니다^^ 유머와 휴머니즘을 겸비한 멋진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