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너 - 이미 완전한 '나'를 만나는 현각자의 길
이성엽 지음 / 그린라이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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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68


《어웨이크너》

 이성엽

 그린라이트

 2015.12.15.



어떠한 조건이 나를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한다는 착각에서 나오는 것이 어웨이크너의 첫걸음이다. 모든 것의 원인이 나라는 것을 아는 것, 모든 것의 시작이 나라는 것을 아는 것은 자신의 탁월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23쪽)



《어웨이크너》(이성엽, 그린라이트, 2015)를 읽으며 생각한다. ‘어웨이크너’가 뭔가 하고. 사전에서 ‘awakener’를 찾아보니 “깨우는 자, 자각시키는 자”로 풀이한다. 잠을 깨우는 사람이라는 뜻이 될 텐데, 잠든 몸뿐 아니라 잠든 마음을 깨우는 사람을 가리키겠지. 그러면 잠든 몸이나 마음이란 무엇인가? 아직 참길을 스스로 바라볼 줄 모르는 몸이나 마음이리라. 남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남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남이 들려주는 대로 듣느라, 정작 내 귀도 마음도 생각도 없으니 ‘잠든이’일 테지. 이 나라에는 깨어난 이가 얼마나 있을까? 이 나라에는 잠을 깨우려는 이가 얼마나 있으려나? 생각해 보면 ‘잠든이·깨어난이·깨우는이’ 이런 낱말도 새로 쓸 만하다. 잠든 사람이 잠든 줄 알려주는 말이며, 깨우도록 하려는 말이며, 깨우치는 말 모두 우리 곁에서 늘 쓰는 말일 적에 한결 빛나리라 본다. 어려운 말로 누구를 깨울까?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은 남도 못 깨우지만 스스로도 못 깨닫지 못한 몸이나 마음 아닐까?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은 누구보다 스스로 못 깨달은 사람일 뿐 아니라, 잠든 이웃이 안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졸음이 쏟아지는 말’을 자꾸 쏟아내는 사람은 아닐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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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보푸라기 한겨레 동시나무 3
김금래 지음, 김효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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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1


《꽃피는 보푸라기》

 김금래

 한겨레아이들

 2016.10.20.



  동시를 쓰는 어른이 억지스레 아이 눈높이나 말씨를 쓰는 일은 영 안 어울리지 싶습니다. 어른은 그저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동시를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언제나 아이로서 제 이야기를 글로 담도록 이끌면 되고요. 아이가 어른 말씨를 흉내낼 적에 듣기 좋은가요? 참 어설프며 소름돋겠지요. 어른이 아이 말씨를 흉내낼 적에도 똑같습니다. 참 엉성하며 소름돋습니다. 《꽃피는 보푸라기》를 읽으며 ‘말씨란 마음씨’라는 대목을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어떤 말씨를 쓰느냐는 어떤 마음씨로 살고 싶은가를 드러내지 싶습니다. 스스로 제 말씨를 찾거나 살피거나 살리거나 키우지 않을 적에는 자꾸 다른 말씨를 흉내내거나 따르려 하기 마련입니다. 어른이 아이 말씨를 흉내내는 동시쓰기도 제 말씨가 없는 동시가 되고, 제 말씨가 없는 동시란, 아이하고 나눌 이야기가 없는 동시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모든 어른도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살았다는 대목을 떠올려야 합니다. 요즈음 아이 말씨 흉내를 하는 동시가 아닌, 아이로 뛰놀며 자라던 글쓴이 넋을 되새겨서 오늘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면서 자랄 즐거운 꿈길이 무엇인가를 그리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습니다. 동시도 어른시도 겉멋쓰기로 그칠 수 없습니다. ㅅㄴㄹ



돌멩이에 / 맞은 연못 // 풍덩! / 아프다고 소리쳐요 // 돌멩이는 / 더 큰 소리 // 야! 비켜! 인마! // 너 때문에 / 빠지잖아! (너 때문에/14쪽)


길거리 양말에선 / 보푸라기가 피지 // 친구 보기 창피하다 했더니 / 할머니는 보푸라기를 꽃이라 생각하래 (꽃피는 보푸라기/3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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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경전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40
김수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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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3


《몰락경전》

 김수우

 실천문학사

 2016.2.5.



  뭔가 잘못했기에 아플 수 있습니다만, 아플 적에 왜 아픈가를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몸이 새로워져야 하기에 아프구나 싶습니다. 아플 적에는 아픔을 고이 바라보면서 받아들이고, 앞으로 새로 깨어날 모습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튼튼할 적에도 이와 같다고 느껴요. 튼튼할 적에는 이 튼튼한 몸이 얼마나 눈부신가를 헤아리면서 앞으로 날아오를 길을 그려야지 싶어요. 아플 적이든 튼튼할 적이든 앞길을 스스로 그리지 않는다면 뒷걸음이 될 테고, 때로는 샛길로 자꾸 새지 싶습니다. 《몰락경전》을 읽습니다. ‘몰락’은 스러지는 몸짓을, ‘경전’은 종교 가르침을 적은 책을 뜻합니다. 이제 종교 같은 가르침은 스러져 버린다는 뜻쯤 될까요? 낡은 틀이란 무너지기 마련이요, 해묵은 길이란 그저 해묵을 뿐이라 새로운 빛이 하나도 없다는 뜻쯤 되려나요. 우리가 시를 쓴다면 모든 낡은 틀을 벗어던질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옛이야기를 담아도 재미있고, 옛일을 떠올려도 즐거울 텐데, 옛이야기하고 옛일에만 얽매이는 글쓰기가 아니라,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을 새로 지어 먼먼 앞날로 날아오르도록 북돋우는 글쓰기가 되어야지 싶어요. 앞이야기를, 앞일을, 눈앞에서 보듯 그려낼 적에 비로소 시 한 줄이라고 여깁니다. ㅅㄴㄹ

  


나물다발 속 / 돈나물꽃 한 줄 묻어왔다 // 노란 꽃부리 기특해 / 유리잔에 담았더니 이튿날부터 먼 안부인 듯 내리는 실뿌리 (물속 사원/43쪽)


어머니는 운동화 필통 주름치마를 외상으로 사주었다 늘 그랬다 아직도 꿈속에서 외상값을 갚는 어머니, 초등학교 입학식 히말라야시다 옆에서 호랑무늬를 달고 있다 꿈 속 운동화가 아직 새 것이듯 엄마 날개는 아직 젊디젊다 (아직/7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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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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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66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레디앙

 2008.8.11.



나는 ‘민중’이 평범한 시민들을 대상화하는 직업 운동가들의 용어임을 눈치챘다. 일상적인 대화나 글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다가 오로지 정치적인 선동을 위한 비장한 어조의 문장에만 장식처럼 등장하는 이 단어를… (71쪽)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목수정, 레디앙, 2008)을 다 읽은 지 한 달 남짓 된다.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어쩌면 나로서는 웬만한 이야기는 다 알았으니 새삼스럽지 않았을 텐데, 이쪽에서든 저쪽에서든 울타리를 높게 쌓아서 밥그릇을 챙기는 무리가 버젓이 있다. 삶을 홀가분하게 이끌도록 가르치는 학교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렵고, 삶을 참사랑으로 가꾸도록 북돋우는 마을이나 집안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뿌리내리기 힘들다. 그러나 틀림없이 씨앗이 있고, 생각이 자라며, 하나둘 가지를 뻗겠지. 글쓴이는 프랑스를 아주 좋아해서 프랑스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데, 문득 생각해 본다. 글쓴이가 프랑스하고 서울에서만 뛰어다니지 말고, ‘전남 고흥’에서도 좀 뛰어다니기를 말이다. 글쓴이가 나고 자란 고흥이란 시골이 엉터리 군수들하고 공무원들 때문에 얼마나 망가지는가를 좀 눈여겨보고 목소리를 내라고 말이다. 큰 목소리야 누구나 낼 수 있지 않나? 작은 목소리를, 작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민중’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을, 이제부터라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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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밴 부즈 그림, 샐리 스미스 글, 김계옥 옮김 / 달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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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시렁 35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샐리 스미스 글

 밴 부즈 그림

 김계옥 옮김

 달리

 2003.11.20.



  어떤 사람은 밥이나 달걀이나 고기를 잘 먹습니다. 아마 맛있게 먹을 테고, 많이 먹기도 하겠지요. 어떤 사람은 밥도 달걀도 고기도 못 먹습니다. 맛없을 뿐 아니라 조금조차 몸에서 안 받겠지요. 밥이며 달걀이며 고기를 잘 먹는 사람은, 밥도 달걀도 고기도 몸에서 안 받는 사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요? 헤아리기는 할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은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나라도 겨레도 모두 다르기에 아름답고, 나라나 겨레뿐 아니라 마을이 모두 다르고, 마을뿐 아니라 집집마다 모두 달라서 아름답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언뜻 보자면 뻔한 줄거리입니다. 모두 다르기에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더없이 마땅하니까요. 그러나 모두 다른 숨결일 뿐 아니라, 모두 다르게 꿈을 키우며 살아야 아름답다고 하는 대목을 잊는 어른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한테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지식을 집어넣으려는 어른이 참 많습니다. 어른 스스로도 서로 똑같은 양복을 맞추어 입고 서로 똑같이 생긴 일터에 앉아서 서로 똑같은 글뭉치를 만지작거리지요. 우리 이제는 다 다른 삶에서 다 다른 사랑이 다 다른 기쁨이라는 대목을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하지 싶습니다. 다 같다면 사람으로 사는 뜻이 없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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