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삶말》 3호를 만듭니다. 오늘 사이에 얼추 마무리를 짓고 이주에 인쇄소에 넘기면 다음주부터는 책을 부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6쪽으로 내야 종이값을 빠듯하게 맞추는데, 《삶말》 3호는 40쪽이 될 듯합니다. 새로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실 분이 늘어나면 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엮을 때에 한결 수월할 텐데, 좋은 님들이 즐겁게 지킴이가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여름비 쏟아지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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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개기와 책읽기

 


  빨래를 갠다. 갤 빨래가 참 많다. 궂은 날씨에 제대로 안 마른 빨래를 해가 쨍쨍 난 날 말리는 한편, 새 하루에 새롭게 한 빨래가 모이니 얼추 사흘치 빨래쯤 되는 듯하다. 그래도 이럭저럭 둘째 바지를 입힐 만큼 옷이 된다. 지난달 즈음, 둘째 옷을 한 상자 얻지 못했으면 아마 둘째 바지를 제대로 못 입혔을는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아니, 이렇게 옷을 못 얻었으면, 둘째 오줌가리기를 늦추면서 낮에도 늘 기저귀를 대야 했겠지. 오줌가리기를 하는 때라 낮에는 기저귀를 푼 채 두니 둘째 바지 빨래가 날마다 수북하게 나온다.


  개야 할 빨래를 방바닥에 죽 펼친다. 첫째 아이는 아버지가 빨래를 개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도 “나도 갤래.” 하고 나서지 않는다. 그동안 으레 “나도 개야지.” 하면서 옆에 달라붙더니, 개야 할 빨래가 수북하게 쌓여서 한숨을 쉬는 아버지 옆에 오늘 따라 안 달라붙는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왜 한숨을 쉬니. 집에서 집일 거들 사람이 없어서? 천천히 개면 되잖아. 빨래 개는 데에 한 시간이 걸리니? 한 시간 걸리면 어떠니? 느긋하게 하면 되잖아. 나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어 즐겁게 옷을 개지 못하면, 이 옷을 입을 사람한테도 좋지 못한 마음이 스며들잖아. 나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어 예쁘게 옷을 갤 때에, 이 옷에도 좋은 숨결과 예쁜 손길이 깃들 수 있잖아.


  빨래를 개는 아버지 곁에서 첫째 아이가 작은 책을 펼친다. 손으로 인형 만드는 이야기가 실린 일본 손바닥책이다. 얼추 마흔 해 남짓 묵은 오래된 책이다. 아이는 이 책에 실린 사진이 예쁘다면서 엎드려서 읽는다. 처음에는 엎드려서 읽더니, 곧 드러누워서 읽는다. 참 좋구나. 참 느긋하구나. 그래, 책은 좋은 몸과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야 몸과 마음에 새록새록 스며들겠지.


  나는 빨래를 개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나는 빨래를 차곡차곡 개다가는 사진 몇 장을 찍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나는 빨래를 다 개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이제 나는 등허리가 쑤시고 결려 옆방으로 건너가 자리에 드러눕는다. 아이는 내도록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4345.7.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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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테이프 꽂기 (도서관일기 2012.7.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노래테이프 두 상자를 끌러서 꽂는다. 노래시디 한 상자도 꽂았다. 마땅한 자리가 생각나지 않기에, 빈 책꽂이 자리에 꽂는다. 두 겹으로 꽂는다. 어쨌든 자리를 적게 차지하도록 두 겹으로 꽂는데, 빈 책꽂이 자리가 아직 널널할 때에는 한 겹으로만 꽂고, 앞에 비는 데에는 다른 자잘한 것을 놓아 꾸며도 좋겠구나 싶기도 하다. 나중에 틈이 나면 더 손보기로 한다. 노래테이프도 한 해 넘게 상자에 갇힌 채 있다가 풀렸는데, 물기를 얼마나 먹었을까 모르겠다. 나중에 늘어지거나 해서 못 들을까 걱정스럽다만, 노래테이프를 들을 수 없다면, 이제는 이 테이프는 유물처럼 덩그러니 놓아야겠지. 참 오랫동안 나한테 고운 노래를 들려주던 테이프이니까, 앞으로는 곱게 쉬어도 좋으리라.


  내 옛 물건 상자를 끌르다 보니, 내 국민학생 적과 중학생 적과 고등학생 적 공책도 나온다. 어느 공책은 스멀스멀 곰팡이가 피려 한다. 눅눅한 공책이든 안 눅눅한 공책이든 해바라기를 시킨다. 둘째 아이가 서재도서관 안밖을 돌아다니다가 쉬를 누는데, 마침 내 공책들 옆에서 눈다. 애써 눅눅한 기운을 말리려 하다가 오줌을 뒤집어쓸 뻔했다.


  책꽂이 자리를 잡고 책을 꽂을 때에는 ‘서재도서관을 치우고 꼴을 갖춘다’는 모습이 환히 드러나는데, 자질구레한 짐을 치우고 바닥을 닦으며 사진을 곳곳에 붙일 때에는 ‘무언가 움직인 티’가 잘 안 난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나날이 예쁘게 거듭난다고 느끼니까 이렇게 조금씩 손질하는 맛으로 살자. 큰아이는 사다리를 타고, 작은아이는 누나를 올려다본다. 둘 모두 널따란 서재도서관 골마루를 마음껏 달리거나 기거나 뛰면서 잘 논다. 사람들 살림집도, 사람들 마당도, 사람들 삶터도, 이렇게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뛰거나 기거나 달리며 놀 만한 곳이라면, 따로 책이나 신문이나 영화나 무엇이 없더라도 사랑과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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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7-0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 테이프를 몇 년 전에 모두 정리해버렸어요. 비디오 테이프도 이번에 버릴거 같아요. 저렇게 꽂혀있는 테이프들을 보니, 아련하네요.

그런데 보라가 이제 잘 서는군요! 이뻐라...
(보라가 맞죠? 벼리가 따님이죠? 제가 40이 넘어간 이후로 기억력이 영..)

숲노래 2012-07-10 03:03   좋아요 0 | URL
둘 다 씩씩하게 잘 놀아요.
둘째도 한창 잘 걸어다니며 논답니다~

저는 노래테이프를 틈틈이 더 모으기도 해요~ ^^
 


 도서관 가는 길 (도서관일기 2012.7.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첫째 아이하고 서재도서관으로 간다. 지난해 십일월부터 책꽂이 자리를 잡고, 모자란 책꽂이를 새로 들인 다음, 상자에 담기거나 끈에 묶인 책을 거의 다 풀었다. 책꽂이 놓고 책 꽂는 데에 여덟 달을 들인 듯하다. 이제는 자질구레한 짐이랑 내가 어릴 때부터 쓰던 물건을 갈무리한다. 이 일까지 마치면 제법 도서관 꼴을 낼 만하리라 본다. 2007년 4월에 인천에서 서재도서관을 처음 열던 때에는 한 달 만에 우지끈 뚝딱 하듯 책꽂이와 책을 갈무리하고는 퍽 엉성한 대로 문을 열고는 조금씩 치우고 갈무리해서 이태쯤 지나서야 이런저런 꼴을 갖추었다. 모양새가 나기까지는 아무래도 이태는 걸리리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언제까지나 이 터에서 예쁘게 책삶을 이루도록 좋은 꿈을 꾸어야겠다고 본다.


  아이는 집에 있어도, 서재도서관에 가도, 마실을 다녀도 좋다. 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면 어디에서라도 좋다. 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지 못할 때에는 어디에서라도 안 좋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이란, 아이가 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도록 곁에서 이끌거나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일이라고 느낀다. 차근차근 좋은 생각을 품으면서 잘 살아 보자. 들길과 숲길 사이를 천천히 헤치면서 책누리에서도 예쁘게 놀 수 있게끔, 또 나부터 들길과 숲길과 책누리에서 예쁘게 노는 어른으로 살아갈 만하게끔, 마음을 곱게 잘 여미자.


  한여름이 되어 서재도서관 가는 길은 풀밭 길이 된다. 낫으로 풀을 치고 싶어도, 이 일까지 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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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수레에서 책읽기

 


  네 식구 저녁나절 살짝 마실을 한다. 둘째 아이를 걸리며 들바람 쐴 생각으로 나오면서 자전거수레를 민다. 걸리다가 힘들다 하면 앉힐 생각이다. 자전거수레는 자전거에 달면 아이들이 함께 타고 자전거마실을 하기에 좋고, 자전거에서 떼어 밀면 아기수레 구실을 하니 좋다. 아이들을 안 태우고 짐을 싣고 밀면 짐수레로까지 쓸 수 있다. 튼튼하고 널찍하다.


  가벼이 들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째 아이가 수레에 앉겠다고 말한다. 둘째 아이는 수레에 앉을 생각이 없다. 혼자 씩씩하게 걷는 맛에 들려 둘째 아이는 마냥 걷겠다고 춤춘다. 아니, 둘째 아이는 춤추는 몸짓은 아니나, 아직 어설피 걷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춤을 추며 걷는 듯하다. 나와 옆지기는 첫째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를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춤걸음’을 즐겁게 느낀다.


  자전거수레에 앉아 《우주소년 아톰》 만화책을 들여다보는 첫째 아이는 집에 닿아 마당에 수레를 세우고 나서도 내릴 줄 모른다. 줄곧 들여다본다. 나는 곁에 서서 한참 바라본다. 아이는 한참 그대로 앉아 만화책에 빠진다. 이제 모기가 물지 모르니 집으로 들어와서 보라고 몇 번 말하니, 겨우 수레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온다. (4345.7.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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