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박지혜 글, 스토리닷, 2023.12.31.



아침에 비가 그치고 해가 살짝 난다. 안개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흐른다. 먼지를 고이 씻고 잎망울을 간질인다. 과일하고 구슬셈(주판)을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는 소리돌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라말씨를 들으려고 시골버스에서 귀를 틔웠지만, 이제는 막소리가 춤추며 어지러운 터라, 둘레 소리를 안 듣는다. 이럭저럭 사투리가 남은 곳이 있되, 마을빛이 사라지고 고을빛이 스러지면서 마을말과 고을말도 자취를 감춘다. 사투리를 기꺼이 쓰는 사람도 줄고, 밀당과 높낮이만 조금 남을 뿐,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사투리를 등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곱씹는다. 잎물을 곁에 두면서 포근히 달래는 하루를 차분하게 밝히려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글결을 가다듬어서 쉽고 또 쉽고 더 쉽게 풀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잎물을 즐기던 분들은 중국 한자말에 일본 한자말을 마구 썼다면, 요새 잎물을 즐기는 분들은 이런 한자말 사이에 영어를 섞는다. 중국도 일본도 인도도 영국도 아닌 이 땅에서 잎물을 마시는데, 이 나라 어린이하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틔울 말을 헤아릴 때에 그야말로 푸른물이 온몸과 온마음을 적시리라. 밤에는 구름 사이로 별을 보고 개구리노래를 띄엄띄엄 듣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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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8.


《The Legend of the Bluebonnet》

 Tomie DePaola 글·그림, Paper Star, 1983.



국을 새로 끓인다. 두 아이하고 함께 밥을 차리고, 넷이 둘러앉아 북적북적 한끼를 누린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더니 어느새 비를 뿌린다. 가볍게 비내음을 퍼뜨리는가 싶더니, 밤새 우렁차게 춤추면서 쏟아진다. 이제 몸살은 다 지나간다. 몸살을 누리는 동안 몸을 새로 돌아보았고, 하루를 새삼스레 되짚었다. 이동안 숲노래 씨 새책이 태어났고, 골골거리면서 넘겼다. 《The Legend of the Bluebonnet》이 한글판으로 나올 날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가만 보면 이런 그림책은 잘 안 옮길 뿐 아니라, 애써 태어나더라도 어느새 판이 끊기더라. 들과 숲과 풀꽃과 삶과 살림을 사랑으로 녹여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오히려 안 팔리고 못 읽히는 우리나라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림책이더라도 보름이나 달포쯤 들여서 천천히 새기고 되읽어야 비로소 스며들 만하다. 그렇지만 책을 좀 읽는 분들조차 너무 빨리 후다닥 읽어치우려고 한다. 요새는 ‘서평단’으로 ‘그냥 받는 책’을 누리는 분들이 하루조차 들이지 않고 다다닥 읽고서 헐레벌떡 모심글(주례사비평)을 써댄다. 느낌글이 사라지는 판인데, 무엇을 느끼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지 꾸밈없이 밝히지 않는다면, 책도 글도 모두 허울에 껍데기일 뿐이다.


#토미드파올라 #Bluebonnet #달개비 #TheLegendoftheBluebonne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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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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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7.


《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글·마치다 나오코 그림/고향옥 옮김, 살림, 2020.4.22.



일고여덟 해를 차곡차곡 쟁인 책더미를 거의 뒤엎었다. “읽은 책” 사이에 파묻힌 “읽을 책”을 끄집어낸다. 집에서 사라진 책을 찾아내고서 먼지를 닦는다. 바로바로 제자리에 놓아야겠다. 낮에 읍내로 과일마실을 가 본다. 이렇게 오른 값보다 앞으로 오를 값이 더 셀 수 있다. 과일값이 껑충껑충할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 생각해 본다. 이웃나라 과일을 사들이는 길은 가장 바보스럽다. 어진 일꾼이라면, 이제라도 길바닥을 까뒤집고서 과일나무를 심으리라. 잿더미(시멘트)를 하나씩 걷어내고서 과일나무를 심을 노릇이다. 《이름 없는 고양이》를 돌아본다. 이웃을 살피지 않는 이들이 으레 쓰는 말이 “이름 없는”이다. 말이 안 된다. 아니, 까놓고 말하자. 말같지도 않다. 이름이 없다면 ‘고양이’는 이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이름을 붙이면서 새롭게 피어나고 반기는 이웃이 있지만, 사람이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풀꽃나무와 숨붙이는 스스로 빛난다. “이름 없는 풀꽃”이 없듯, 이름 없는 목숨붙이란 없다. 골목고양이나 마을고양이나 들고양이라 하면 될 텐데, 너무나 생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생각이 없으니 이름이 없다고 잘못 여긴다. 생각이 있다면 어디에나 흐르는 이름을 보리라. 겨울새는 곧 떠날 듯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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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6.


《아버지의 레시피》

 나카가와 히데코 글/박정임 옮김, 이봄, 2020.11.23.



새로 들이는 책걸상에에 옻물을 바른다. 바깥마루에도 옻물을 바른다. 해바람에 말리는 동안 집안을 치우고 자리를 비운다. 볕바른 늦겨울에 땀과 먼지로 춤춘다. 저녁 다섯 시 무렵 일을 매듭짓고서 씻는다. 빨래는 이튿날 하자. 등허리를 편다. 별이 가득한 밤이다. 《아버지의 레시피》를 읽으면서 어쩐지 아쉬웠다. 옮김말도 엉성했지만, 맛차림에 너무 멋을 들인다고 느꼈다. 한숨을 폭 쉬고서 책을 덮었다. 어느 무렵부터 ‘손맛’이라는 낱말이 잊히는 듯싶다. ‘차림·차림새’라는 낱말도 잊어간다. ‘맛·멋’이 한동아리인 줄 생각조차 못 하는 사람이 많고, ‘머슴·머스마’가 말밑으로 잇는 줄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못 한다. 살림을 짓는 모든 곳에는 손길이 간다. 손으로 빚고 짓는다. 발로는 마실하고 다니고 뛰고 달리고 선다. 손발을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삶도 살림도 사랑도 다르다. “어머니 맛”도 잊고 “아버지 맛”도 잃는다. 맛길도 맛결도 맛빛도 깜깜하다. 요사이는 ‘만들기’가 넘칠 뿐, ‘빚기·짓기’에 ‘가꾸기·일구기’는 좀처럼 못 본다. 일본사람이 영어를 함부로 쓰는 버릇이야 오랜 굴레이지만, 굳이 우리도 이런 굴레를 뒤집어쓸 까닭은 없다. 멋부리지 말고 손맛을 헤아리자. 멀리 내다보며 나아가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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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5.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4.1.1.



천천히 치우고, 천천히 쉬다가, 읍내 나래터를 다녀온다. 글월이나 책을 부치려고 나래터를 찾아가는데, 앞으로도 나래터를 꾸준히 드나들리라. 시골사람한테는 이 나래터가 글월집이면서 돈터(은행)이다. 큰고장에는 다른 돈터가 많다지만, 시골에서는 나래터가 한복판이라 여길 만하다. 비가 멎고서 구름바다를 이룬다. 겨울오리는 슬슬 돌아갈 즈음이다. 개구리가 깨어나고 모과잎이 돋는다.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을 읽었다. 새해 첫날 태어난 이 책은 새길로 가는 마음을 추스르는 길동무로 삼을 만하다. 다만, 일본 한자말 ‘민주주의’를 앞으로는 우리말로 풀어내어 어린이부터 쉽게 깨닫도록 다룰 노릇이라고 본다. 사람이 사람스레 빛나는 길이란,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으면서 나란히 걷는 ‘어깨동무’이겠지.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둘이나 여럿은 왼발하고 오른발도 함께 내딛는다. 어느 쪽만 앞세우지 않는다. 잘잘못은 왼오른 모두 저지르는데 어느 켠만 나무란다면, 이 나라는 외려 곪다가 곯다가 썩는다. 더 큰 허물을 나무라야 하지 않는다. 모든 허물을 나란히 나무라면서, 모든 사람이 함께 거듭날 새길을 밝힐 때라야 참길(민주)이라고 본다. 참이란, 착하고 가득차고 차근차근 천천히(찬찬히) 가는 살림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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