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8.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윤복 글·이희재 그림, 청년사, 2004.4.8.



앵두나무 꽃망울이 올라오는 둘레로 제비꽃이 고개를 내민다. 바닥꽃이요 앉은꽃이며 봄맞이꽃인 제비꽃이다. 냉이꽃도 코딱지나물도 봄까지꽃도 잣나물꽃도 나란히 사랑스러이 봄꽃이다.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치우고서 고흥교육청 손님을 맞는다. 2011년부터 벌써 열네 해째이지만, 고흥교육청 손님은 우리 책숲에 와서 “책을 들여다본 일”이 아예 없다. 벼슬꾼(공무원)이라지만, 이런 눈썰미나 매무새로 고흥 어린히·푸름이한테 무엇을 이바지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고흥교육회의 이웃님이 나란히 앉으니 벼슬꾼 목소리가 다르다. 마을과 시골과 배움길과 책숲이라는 빛씨앗을 차근차근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되읽는다. 요즈음 어린이한테는 읽히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우리가 지나온 한때를 아로새긴 애틋한 삶자국이다. 가난하건 안 가난하건 이웃하고 동무를 등지면서 차디찬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던 지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글자락이라고 하겠다. 글을 남긴 이윤복 님은 그리 오래 살지 못 했단다. 조용히 흙으로 돌아갔다지. 이승에 땀을 쏟고 꿈을 싣고 사랑을 심으려고 애쓴 발자국이 모여서 마을과 보금자리와 숲을 이룬다고 본다. 자, 등허리를 펴자. 몸을 주무르면서 펴고, 밤빛을 맞이하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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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7.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로알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0.3.25.



부산 동광동에서 버스를 탄다. 오늘은 아침부터 볕이 넉넉해 거의 여름이라 할 만하다. 버스에서 미닫이를 여는 분이 있고, 나도 연다. 그러나 이 놀라운 볕날에도 두툼하게 껴입고서 “춥다!”고 외치는 분이 많다. 해를 등지니 춥겠지.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벌써 찬바람을 튼다. 미닫이가 없는 시외버스는 볕이 듬뿍 스미기에 찬바람을 안 틀면 찜통이다. 볕을 쬐며 거닐면 첫봄볕이 따끈따끈 스밀 텐데, 볕을 멀리하며 두툼옷으로 가리니 스스로 목숨을 갉는 셈이다.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아이들하고 되읽다. 〈웡카〉를 여러 벌 본 아이들이 이 책을 가만히 짚으면서 보임꽃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대목을 얘기한다. 보임꽃에서 모두 담아내지는 않는다지만, 여러모로 보면 글님이 꿈꾸거나 바라는 길하고 먼 어느 부스러기를 짚기 일쑤라고도 할 만하다. 로알드 달 님은 ‘찰리’ 이야기를 왜 썼을까? 까마득히 예전에 이 이야기로 온누리 어린이하고 어른한테 어떤 살림빛을 비추려고 했을까? 언제나 아주 수수한 곳에 실마리가 있고, 아주 너르거나 흔하다고 여기는 데에 열쇠가 있다. 아주 쉬운 말 한 마디에 빛씨앗이 있으니, 어렵게 꾸미거나 씌우려고 하는 이들은 늘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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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6.


《공격 사회》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4.2.10.



부산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를 읽다가 놀란다. “이제 권정생 님 꽃글을 읽으라고 둘레에 여쭙기가 힘들겠구나!” 싶더라. 2000년이나 2010년 무렵만 해도 투박한 시골빛이 흐른다고 여겼는데, 2024년에 이르러 다시 읽자니 ‘어린이한테 좀 어려운 한자말’이 제법 있고, 일본말씨마저 자주 쓰셨다. 요새 이런 말씨를 누구나 쓰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 참말로 요새 어린이책이나 어른책 모두 ‘앞으로 물려줄 빛나는 말글’은 잘 안 보인다. 동광동3가 ‘몽베르모텔’에서 나온다. 87 부산버스를 타고서 고갯길(산복도로)을 굽이굽이 누빈다. 마을책집 〈글밭〉을 거쳐 〈카프카의 밤〉에 닿는다. 《우리말꽃》을 곁에 놓고서 책수다를 편다. 《공격 사회》는 삿대질로 싸우고 갈라치기를 하는 오늘날 민낯을 그리려고 하지만, 막상 한복판으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누가 누구를 치거나 때리는 삿대말을 하는가를 짚기보다는 ‘이쪽이 옳은데 엉뚱히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얼거리가 짙다. 글님부터 이미 옳고그름을 ‘가르’니 아쉽다. 두 목소리를 함께 따지면서 함께 고치고 새롭게 손잡을 길을 그려야 맞지 않을까? ‘대학강의’를 하는 분들은 ‘서울 눈길’에 갇히기 일쑤이다. 서울은 그만 쳐다보아야 길을 열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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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5.


《담론》

 신영복 글, 돌베개, 2015.4.20.



밤을 지새우고서 새벽에 길을 나선다. 시골하늘을 마음에 그득히 담고서 고흥읍으로 나가서 순천을 거쳐 부산으로 달린다. 노래를 쓰고 꽃글(동화)을 쓴다. 붓을 쥐고 손으로 종이에 적는다. 부산 사상에 내려 버스로 보수동으로 옮기고, 〈남신서적〉하고 〈파도책방〉에 들른다. 일찍 길손채에 깃들어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저녁부터 밤늦도록 ‘말꽃수다’를 펴고 듣고 누린다. 둘레에서 적잖은 분들이 《담론》이 ‘좋다’고 하셨으나 여태 들이지 않았다. ‘얘기’나 ‘말’이라 않고 ‘談論’이라 쓸 까닭이 없으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낱말’을 가려서 써야 하고, 섣불리 영어나 한자나 라틴말을 안 섞을 노릇이다. 미국사람이라면 미국말을 써야지. 중국사람이라면 중국말을 써야지. 일본사람이라면 일본말을 써야지. 그대는 어느 터전에서 나고자라서 어떤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어떤 들숲바다한테서 숨결을 얻는 사람인가? ‘마음’을 ‘말’로 담고, 이 말을 그려서 ‘글’이다. ‘마음·말’과 ‘글·그림’이란 얼개를 글바치부터 둘레에 제대로 알려야, “꿈을 그리고, 사랑을 생각에 심는 말씨·글씨”를 나눌 만하다. 신영복 님은 나쁜글을 쓰지 않았다. 그저 중국물에 너무 사로잡힌 채 일본물까지 젖었을 뿐이다.


담론(談論) :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함

논의(論意) : 논하는 말이나 글의 뜻이나 의도

논하다(論-) : 1. 의견이나 이론을 조리 있게 말하다 ≒ 논지하다 2. 옳고 그름 따위를 따져 말하다

의견(意見)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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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4.3.14.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

 쿄 매클리어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21.9.24.



큰아이하고 오래붓(만년필)을 살피러 순천마실을 가기로 한다. 누리가게에서 볼 수 있되, 손으로 만져서 살피는 글붓을 돌아보기로 한다. 이 김에 코코넛물을 장만하려고 생각한다. 가까워도 먼 순천마실이니, 길에서만 한나절(4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즈음 틈삯을 헤아리면 누리가게에서 사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러나 순천 마을책집 〈취미는 독서〉에도 들르려고 움직인다. 볕은 가득하고, 길에 부릉부릉 넘친다. 걷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으나, 사람보다 쇳덩이가 훨씬 많다.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는 뜻있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후지카와 쿄’ 님이 미국 그림밭에 씨앗 한 톨을 심은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씨앗은 훨씬 일찍 ‘닥터 수스’ 님이 심었다. ‘내로라할 손꼽히는 순이’를 치켜세우려는 뜻을 앞세우는 바람에 자꾸 엇갈린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사람은 순이여도 돌이여도 아름답다. 그저 ‘쿄’ 님이 삶을 사랑으로 노래하려는 아름붓이라는 숨결에 다가서되, ‘싸움바다를 일으킨 일본’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함께 짚을 때라야 이 그림책이 빛나겠지.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자. 이와사키 치히로 님과 테즈카 오사무 님처럼 똑바로 보고서 그려야 한다.


#ItBeganwithaPage #HowGyoFujikawaDrewtheWay

#KyoMacLear #JulieMorstad #후지카와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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