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6.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

 박병상 글, 철수와영희, 2023.11.13.



이른새벽이라 할 03시 무렵, 범지빠귀 노래를 듣는다. 봄맞이새가 멧자락에 깃들었구나. 곧 제비도 건너온다는 뜻이다. 아직 쌀쌀바람이 불더라도 봄맞이새는 그리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티가 다 걷히지 않아도 고개를 내미는 봄맞이꽃도 매한가지이다. 모두 꿋꿋하다. 의젓한 숨빛인 봄빛이다. 두 아이가 이모네에 띄울 글월을 썼다. 글월을 부치려고 읍내 나래터로 간다. 종이접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리는 밑그림을 척척 담았기에 ‘등기’로 띄우는데 4000원이다. 시골은 모두 비싸구나. 읍내로 오가는 길삯에 품까지 더하면 얼마나 비싼 글월 한 자락인가. 늦은낮부터 여우비가 내리더니 저물녘부터 빗줄기가 굵다. 새삼스레 비오는 밤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특강》을 읽어 본다. 박병상 님이 쓴 글을 1994년부터 읽었다. 그때나 이제나 그리 다른 대목이 없다. 오히려 예전 글이 낫다고까지 느낀다. 인천에서 터를 잡고서 푸른길을 꿈꾸는 글은 안 나쁘지만, ‘앞’이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숲·들·바다’하고 ‘시골’에서 바라본다면 글결이 확 다르리라. 한우물은 나쁘지 않되, 푸른길(녹색정책) 못지않게 푸른말글로 가다듬고서, 푸른살림을 줄거리로 담을 때라야, 다같이 바뀔 수 있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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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5.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4》

 콘노 키타 글·그림/김승현 옮김, 대원씨아이, 2014.3.15.



어제 부른 기름집이 안 온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다. 넉 판째 여쭈는데, 다 다른 사람이 받는다. 가랑비가 가볍게 젖는 늦은낮에 비로소 와서 넣는다. ‘농협’이라는 이름으로 벼슬질을 하는 셈일 수 있다. 큰고장에서는 아예 없을 만한 얼뜬짓이 시골에서는 수두룩하다. 여드레째 글손질을 붙든다. 몇 해 앞서까지는 하루이틀 사이에 글손질을 마쳤으나, 요즈막은 더 천천히 느긋이 돌보면서 집일을 먼저 한다. 큰아이하고 그림꽃(만화책) 이야기를 하고서, 등허리를 펴고서, 바람을 쐬고서, 매나무꽃을 보고서, 다시 기운을 차린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4》을 모처럼 되읽었다. 아이가 수수하게 하루를 그리면서 마주하는 모든 숨결을 부드럽게 품으면서 자라나는 길을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어린이도 어른도 이만 한 이야기를 곁에 둘 적에 스스로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북돋우리라 본다. “평화는 전쟁 반대가 아니”듯, “사랑은 짝을 맺기가 아니”다. 평화란 어깨동무이다. 사랑이란 스스로 피어나는 꽃이다. 어깨동무를 하는 곳에서 사랑이 싹트고, 사랑을 싹틔워 꽃으로 피우는 곳에서는 저절로 어깨동무를 한다. “‘전쟁 반대’가 오히려 ‘전쟁’으로 가닿는” 줄 알아본다면, 눈속임을 훤히 읽을 수 있겠지.


#紺野キタ #つづきはまた明日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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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4.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

 토미 드파올라 글·그림/이상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5.12.12.



작은아이한테 떡국을 맡기고서 글손질을 한다. 기름집을 불렀는데 안 온다. 돌아야 할 곳이 많은 듯싶다. 가시어머니한테 빈그릇을 부친다. 예전에 받아온 그릇은 구멍났더라. 새로 장만해서 헹구었고, 저잣마실을 가는 길에 나래터에 들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글손질을 할까 싶었으나 등허리부터 펴려고 눕는다. 밤에 이르러 비로소 눈을 뜬다. 가랑비가 마당과 마을을 적신다. 오늘 새삼스레 느끼는데, 우리 몸은 쇳덩이(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망가지고 앓겠더라. 다시 얘기하자면, 쇳덩이에 몸을 안 싣는 만큼 몸이 안 망가지고 안 아프다. 걷기만 해서는 몸이 안 낫는다. 길바닥을 가득 채운 쇳덩이를 치우거나 확 줄여야 한다.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는 진작 판이 끊겼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이야기책하고 결이 비슷한 꾸러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억눌린 순이”뿐 아니라 “억눌린 돌이”가 나란히 있으나, 둘을 함께 바라보지 않더라. 힘꾼은 순이돌이를 함께 억누른다. 여린 사람들이 시달린다. 여태껏 글힘과 벼슬힘을 쥔 무리는 ‘힘꾼’이다. 힘꾼을 걷어내려 하지 않고서 ‘사내만 걷어내려’ 한다면, 힘꾼은 늘 그곳을 버티면서 우리를 모두 억누르는 힘을 부릴 테지.


#Oliver Button Is a Sissy #TomieDePaola

197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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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3.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박병상 글, 책세상, 2002.2.5.



글손질로 빠듯한 하루이다. 가랑비가 뿌리다가 해가 나다가 구름이 덮다가 다시 개는 하늘이다. 바깥물이 얼다가 녹는다. 바람은 가라앉는다. 가만가만 지나가는 하루를 느낀다. 스무 해 만에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을 다시 읽어 본다. 굳이 되읽으면서 글님이 얼마나 발돋움했거나 자랐는지 살피고, 나는 얼마나 글눈을 키웠는지 되새긴다. 박병상 님이 요즈막에 낸 책을 헤아리자니, 오히려 예전 책이 훨씬 낫다. 어쩐지 갈수록 갈팡질팡이라든지 되풀이에 갇히는 듯싶다. 지난 스무 해를 돌아보자니, 말결이 하나도 거듭나지 않았고, 글넋이 어쩐지 옅거나 뿌옇구나 싶다. 푸른길을 다루는 다른 글님도 비슷비슷하다. ‘울타리 바깥’을 나무라기는 하되, 이분들 스스로 깃든 울타리 안쪽을 나무라는 일이 드물거나 없다. 완도에서 제주로 빛(전기)을 보내는 무시무시한 빛줄(송전선)을 바다밑에 파묻었다는데, 이 빛줄로 모자라서 새로 파묻으려고 한다는데, 푸른글을 쓰는 이들 가운데 몇이나 따지는가? 전라남도 바다밑부터 인천 앞바다를 거쳐서 서울로 ‘바다밑 빛줄’을 몇 조에 이르는 돈으로 깔려고 하는데, 몇 사람이나 이 일을 아는가?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온나라가 삽질판이다. 삽질은 이명박 혼자 하지 않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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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


《H2O와 망각의 강》

 이반 일리치 글/안희곤 옮김, 사월의책, 2020.7.10.



아침에 바깥물이 얼었다. 우리 집을 드나드는 새는 물을 못 먹겠네. 바람은 가볍다. 추위벼락이 왔어도 해가 넉넉하다. 하룻내 볕이 고루 들면서 포근히 녹인다. 저녁에 이르니 어제보다 한결 따뜻하고, 별이 잘 보인다. 하늘빛을 풀어준 어제그제 회오리였구나 싶다. 저잣마실을 다녀오고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힘쓰는 만큼 쉬고, 쉬는 만큼 새롭게 기지개를 켠다. 등허리를 펴면서 꿈을 되새기고, 등허리를 폈으니 살림살이를 건사한다. 《H2O와 망각의 강》을 읽는 내내 한숨이 허벌나게 나왔다. 이렇게 이반 일리치를 엉터리로 옮겨도 되나 싶더라. 제발 우리말을 익히면서 옮겨야 할 텐데, 다들 말넋이나 말빛이 없이 틀(기계)에 갇힌다. “망각의 강”은 어느 나라 말인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 아닌가? 멋부리지 말고, 잘난 체 말고, 어깻힘을 빼고, 어린이하고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씨를 처음부터 새롭게 익힐 때라야, 이 나라가 하나씩 바뀐다. 이반 일리치가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로 이야기를 풀었겠는가? 아니잖은가? 예부터 “빛좋은 개살구”란 말을 하는 까닭이 있다. 말을 쉽게 풀지 않는 이는 모두 눈속임과 눈가림이다. 저놈들만 허튼짓이지 않다. 이놈도 똑같이 허방다리에 헛발질이다.


#H2OandtheWatersofForgetfulness

#IvanIllich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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