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3.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박병상 글, 책세상, 2002.2.5.
글손질로 빠듯한 하루이다. 가랑비가 뿌리다가 해가 나다가 구름이 덮다가 다시 개는 하늘이다. 바깥물이 얼다가 녹는다. 바람은 가라앉는다. 가만가만 지나가는 하루를 느낀다. 스무 해 만에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을 다시 읽어 본다. 굳이 되읽으면서 글님이 얼마나 발돋움했거나 자랐는지 살피고, 나는 얼마나 글눈을 키웠는지 되새긴다. 박병상 님이 요즈막에 낸 책을 헤아리자니, 오히려 예전 책이 훨씬 낫다. 어쩐지 갈수록 갈팡질팡이라든지 되풀이에 갇히는 듯싶다. 지난 스무 해를 돌아보자니, 말결이 하나도 거듭나지 않았고, 글넋이 어쩐지 옅거나 뿌옇구나 싶다. 푸른길을 다루는 다른 글님도 비슷비슷하다. ‘울타리 바깥’을 나무라기는 하되, 이분들 스스로 깃든 울타리 안쪽을 나무라는 일이 드물거나 없다. 완도에서 제주로 빛(전기)을 보내는 무시무시한 빛줄(송전선)을 바다밑에 파묻었다는데, 이 빛줄로 모자라서 새로 파묻으려고 한다는데, 푸른글을 쓰는 이들 가운데 몇이나 따지는가? 전라남도 바다밑부터 인천 앞바다를 거쳐서 서울로 ‘바다밑 빛줄’을 몇 조에 이르는 돈으로 깔려고 하는데, 몇 사람이나 이 일을 아는가?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온나라가 삽질판이다. 삽질은 이명박 혼자 하지 않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