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4.


《우체부 아저씨 고마워요》

 오보 마코토 글·그림/이정화 옮김, 대교출판, 2002.11.30.



비가 온다. 설 언저리에는 먼지띠가 대단했다. 곰곰이 보면 설을 둘러싼 무렵에 온나라 길바닥이 부릉부릉 빼곡한 터라 먼지띠가 대단할 만하다. 왜 설이나 한가위마저 쇳덩이를 몰려고 할까? 설이며 한가위에는 다들 쇳덩이는 집에 모시고서 버스를 타거나 두바퀴를 천천히 굴릴 수 있기를 빈다. 《우체부 아저씨 고마워요》를 애틋이 읽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웃님이 ‘오보 마코토’라는 그림님을 알려주었고, 판이 끊긴 책을 문득 장만해서 한참 곁에 두었다. 숲과 마을과 사람을 잇고, 곰과 마음과 이야기를 엮는 아름책이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등허리를 편다. 작은아이가 국을 끓인다. 국물 한 그릇을 마시면서 몸을 달랜다. 고마워, 네가 짓는 밥살림으로 하루가 따뜻하구나. 아이가 어떤 손길로 국을 끓여서 밥자리에 차렸는지 가만히 새긴다. 아이들하고 여태 나눈 밥차림을 휘리릭 돌아보고, 앞으로 즐길 밥빛을 문득 생각해 본다. 숲에서 살아가는 곰이 굳이 나래터 사람을 기다리면서 글월을 쓴다는 줄거리란, 푸른별에서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하고 어우러질 살림길을 찾아야 한다는 속뜻일 테지. 이제부터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길잡이도 다 걸어다닐 노릇이다.


#おぽまこ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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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3.


《YAWARA!(야와라) 9》

 우리사와 나오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3.25.



볕이 가득하다. 깡똥소매에 깡똥바지를 입어도 될 만하다. 그렇지만 몸살이 아직 안 가셨다. 조금 더운 한낮에 가볍게 갈아입고서 처마밑 짐더미를 치운다. 땀을 빼면서 먼지를 먹는다. 등허리가 결려 천천히 일한다. 어느 만큼 치우고서 씻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다가 눈을 뜨니 한밤. 와락 쏟아지는 별하늘을 본다. 갓 깨어난 개구리 셋이 이쪽 저쪽 그쪽에 한 마리씩 있다. 《YAWARA!(야와라)》가 다시 나온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닌데 싶다. 《야와라》는 온통 ‘일뽕(일본 만세)’에 젖은 줄거리에 얼거리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다른 그림꽃도 이런 틀이다. 이이도 미야자카 하야오도 ‘일뽕 + 제로센 찬양’에 사로잡혔다. 이 둘은 일본 발자취를 뉘우칠 마음이 안 보이고, 돌아보는 눈이 없어 보이고, 새길을 열려는 뜻도 아니라고 느낀다. ‘붓’하고 ‘불’은 말밑이 같다. 활활 사르거나 태우며 불바다나 불굿으로 몰아대는 붓이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붙이고 불어나는 ‘물’을 머금으면서 맑게 풀어내는 길이 될 수 있다. 붓을 불로 삼겠는지, 아니면 풀로 삼겠는지, 또는 물로 이끌겠는지,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를 볼 노릇이다. 한밤에 띄엄띄엄 듣는 멧개구리 울음소리를 품으면서 다시 잠자리에 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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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2.


《제주 북쪽》

 현택훈 글, 21세기북스, 2021.8.10.



몸살이 나아간다. 큰아이하고 낮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쉬고, 숨돌리고, 보금자리 살림길을 생각하고, 멧새가 드나드는 소리를 듣고, 집안일을 하다가, 어지럽고 후들거리지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온갖 집일과 집밖일을 맡는 길이니, 핑글핑글 어지러운 몸으로도 움직인다. 다만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쉰다. 큰아이하고 읍내 기스락숲을 거닐면서 숲바람을 생각하고, 이 겨울 멧새노래를 새삼스레 곱씹는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언제나 새를 동무할 수 있으면, 우리 삶터는 무척 아름답겠지. 《제주 북쪽》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여느 낱책으로 제주 한켠을 얼마나 담을 수 있겠는가. 제주라는 고장을 조촐히 담으려는 뜻은 안 나쁘되, 좀 섣불렀다고 느낀다. 요새는 다들 책을 너무 빨리 서둘러 내더라. 어느 일이나 길을 고작 서너 해나 대여섯 해쯤 해보고서 뚝딱 낸다면 어떤 줄거리이겠는가. 나고자란 고장을 다루는 책이라 하더라도, “우리 마을과 삶터를 처음부터 다시 짚자”는 마음으로 스무 해를 뚜벅뚜벅 거닐면서 품은 다음에 붓을 쥘 노릇이라고 본다. ‘열 해’를 두 벌 품는 눈빛일 때라야 글빛이 싱그럽다. 가볍게 쓴 책은 가벼운 티가 난다. 깊고 넓게 돌아본 책은 깊고 너른 빛이 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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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1.


《the Ugly Duckling》

 Hans Christian Andersen 글, Steve Johnson·Lou Fancher 그림, Candlewick, 2008.



낫는가 싶더니 더욱 오르는 몸살이다. 나으려다가 왜 도지려 하는가 돌아보며 끙끙 앓아눕는데, 행주나 기저귀를 삶듯, 온몸을 쫙쫙 짜내는구나 싶더라. 한밤에 이르러 조금 수그러든 뒤에 조용히 일어나서 비틀비틀 셈틀맡에 앉는다. ‘몸살’ 뜻풀이나 말밑풀이를 해놓았나 하고 살피다가, 예전에 애벌로 해둔 뜻풀이는 손질하고, 말밑풀이를 새로 한다. ‘몸살 = 몸 + 살(삶다·화살)’이지 싶다. 쥐어짜듯 용을 써서 말결을 추스르고서 이내 드러눕는다. 《the Ugly Duckling》을 되읽는다. 곁에 오래오래 두고서 곱씹었다. 새를 담는 붓결을 살폈고, 들숲바다에서 뭇이웃이 누리는 삶을 헤아렸고, 사람이 오늘날 이 별에서 어떻게 어울리는가를 생각했다. 영어 ‘Ugly’를 어떻게 ‘미운’으로 옮겼을까? 이원수 님은 “미운 새끼 오리”로 옮겼고, 다른 이들은 “미운 오리 새끼”로 옮겼다. 적어도 “새끼 오리”라 해야 맞다. ‘개새끼·소새끼’랑 ‘새끼개·새끼소’는 아주 다르다. 잘못 퍼져서 잘못 길든 말씨를 바로잡으여고 마음을 기울일 줄 안다면, 멍청하거나 얼뜬 벼슬아치나 나라지기 따위는 얼씬도 못 한다. 무엇이 밉고 못생겼을까? 


#미운새끼오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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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0.


《외다리 타조 엘프》

 오노키 가쿠 글·그림/김규태 옮김, 넥서스주니어, 2006.3.15.



목이 잠기고 등허리가 결린다. 집일을 거의 아이들한테 맡기고서 내내 드러눕는다. 어제도 오늘도 같다. 한참 땀을 빼고 나면 조금 기운이 난다. 기운이 나면 부엌일을 조금 추스르고 눕는다. 헬렐레 해롱해롱 누워서 별을 본다. 불을 다 끄고 누워서 눈을 감아도 눈앞이 환하다. 어릴 적에는 앓아누운 자리 곁에서 온갖 깨비가 춤추는 모습을 보았다. 둘레에서는 맨눈으로 깨비를 보는 사람이 없어서 “쟤가 앓아눕더니 헛것을 보네.” 하고 걱정을 했다. 곰곰이 보면, 깨비는 늘 무슨 말을 걸거나 들려주려고 했다. 사람을 홀리거나 괴롭히려는 뜻이 아니라, 그들(깨비)이 겪고 느끼고 본 멍울과 생채기를 털어놓으면서, 새길로 건너가려고 했다고 느낀다. 《외다리 타조 엘프》를 읽었다. 이런 그림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 있는 줄 뒤늦게 알았다. 그림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책도 한글판으로 나오기를 바라는데, 글쎄, 알아보거나 반길 이웃이 적을 듯싶다. 스스로 서는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이고, 마을이라는 터전에서 짓는 살림을 어떤 길로 나아갈 적에 빛나는지 속삭이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나무를 닮고 담는다. ‘나’하고 ‘나무’란 낱말이 거의 같은 얼개이다. ‘나’랑 ‘너’ 사이는 ‘너머’이다. 둘이 하나로 어우를 적에 ‘난’다.


#かた足だちょうのエルフ #おのきがく

197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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