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4.


《작은책방》

 엘리너 파전 글/이도우 옮김, 수박설탕, 2023.12.21.



밤부터 일어나서 글일을 여미고서, 이른새벽에 큰아이하고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선다. 비구름이 가득하지만 맨몸으로 간다. 비가 오면 맞으면 된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내리고서 ‘한가람문구’에 들른다. 아이들 붓살림을 장만하자니 목돈이 나간다.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붓에 종이가 끝없이 든다. 일산 할머니한테 찾아간다. 일산 할아버지는 흙으로 돌아갔는데, 굳이 아쉬워할 일이 없는데, 이제 그만 놓으시기를 바란다고 내도록 이야기한다. 《작은책방》이 새로 나왔다. 반갑되 안타깝다. 왜 우리말씨를 헤아리지 못 할까. 어린이부터 읽는 책인 줄 왜 살피지 않을까. ‘어린이한테 모든 삶과 말을 들려주자’는 엘리너 파전 이야기란, ‘일본 한자말이건 옮김말씨이건 마구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말씨로 푸르게 빛내는 생각이 자라나는 모든 말을 들려주자’는 뜻이다. ‘보리와 임금님’을 구태여 ‘왕과 보리밭’으로 바꿔야 할까? 1975년에 계몽사에서 나온 한글판부터 모든 판을 꼬박꼬박 챙겨서 읽었는데, 2023년판은 그야말로 안타깝고 쓸쓸하다. 어린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서, 어린이를 목말로 태워서, 어린이하고 나란히 손을 잡고 거닐면서, 슬기롭고 어진 말을 들려주어야 어른이다.


#TheLittleBookroom #EleanorFarje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3.


《101마리 올챙이》

 가코 사토시 글·그림/정은지 옮김, 내인생의책, 2011.7.22.



어젯밤부터 비날을 잇는다. 빗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빗물로는 숨결을 씻고, 빗소리로는 마음을 씻는다. 빗줄기로는 하늘을 씻고, 빗방울로는 온몸을 씻는다. 철갈이를 할 즈음에는 으레 비가 온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비는 두 철을 잇는 물줄기이다. 《101마리 올챙이》를 보았다. 조금 아쉽지만 잘 여민 그림책이다. 그림님은 들숲바다 이야기를 꾸준히 그림책으로 갈무리했다. 여태 나온 다른 그림책도 ‘와! 이런 줄거리도 담았네!’ 싶다가 ‘아! 왜 여기서 엇나가지?’ 하면서 아쉬웠다. 올챙이를 그릴 적에는 오롯이 올챙이 마음과 눈길과 삶으로 담을 일이다. 섣불리 ‘사람스러운 몸짓과 말씨와 모습’을 끼워넣다가는 헝클어진다. 왜 이분은 자꾸 사이에 딴청을 할까? 아무래도 ‘과학 지식’이라는 데에 얽매인 탓 같다. 갈수록 여러 과학이 삶터가 아닌 실험실에 갇혀버리는데, 그림책마저 ‘실험실에 갇힌 틀’에서 맴돈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는지 모르겠다. 봄개구리는 진작에 깨어났다. 밤이며 낮에 가늘게 외마디 노래를 들려준다. 지난 1월에도 벌써 깨어난 개구리가 있다. 빗소리를 가만히 듣노라면, 개구리노래가 슬쩍 곁따라 퍼지기도 한다.


#おたまじゃくしの101ちゃん #加古里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


《서점의 시대》

 강성호 글, 나무연필, 2023.10.31.



올해에 새로 선보이는 《우리말꽃》이 집으로 온다. ‘숲노래 책숲’ 이웃님한테 한 자락씩 부치려고 넉줄글을 쓰고 글자루에 담는다. 어느 만큼 추슬러서 등짐에 지고서 나래터로 간다. 두 아이 손길을 받아서 일을 한다. 읍내에서 일을 마치고서 천천히 기스락숲을 걸을 적에 큰아이가 “비가 오면 흙냄새가 더 많이 올라오는 듯해요. 왜 그럴까요?” 하고 묻는다. 우리가 걷는 숲길을 이루는 흙이며 풀꽃나무이며 바람이며 구름한테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너희는 어떤 내음이니?’ “빗물은 흙을 씻어내고, 흙은 빗물한테 날숨을 내놓는데, 흙이 내놓는 날숨이 너희한테 이바지해. 보렴. 사람인 너희가 내놓는 날숨이 풀꽃나무를 살리지? 사람과 흙과 풀꽃나무는 서로 날숨들숨을 주고받으면서 푸르단다.”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서점의 시대》를 읽었다. 곰곰이 석 벌쯤 되읽었는데, 아무래도 아쉽다는 말부터 튀어나온다. 왜 책집지기를 더 찾아나서지 않고서 책을 썼을까? ‘학문적 성과를 거두는 문화역사 인문서 집필’이 아니라, ‘마을에서 조용히 책살림을 편 작은이웃 마음을 느끼고 읽어서 담는 글쓰기’를 하면 될 텐데. 책이나 글로 남은 자취는 덜 살펴도 된다. 헌책집 일꾼을 만났더라면 줄거리가 확 바뀌었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


《읽는 생활》

 임진아 글, 위즈덤하우스, 2022.10.26.



어젯밤부터 내리는 늦겨울비. 비날이지만 며칠치 옷가지가 모였기에 빨래를 한다. 낮에는 마루에 널고, 밤에는 잠칸으로 옮긴다. 빗줄기가 가는 낮에 나래터를 다녀온다. 고즈넉하다.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하루글을 적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수다를 하다가 작은아이 손등을 토닥이면서 꿈나라로 간다. 작은아이는 뒤꼍에서 흙을 파면서 여러 날 노느라 손등이 텄다. 나도 늘 맨손으로 일을 하지만, 설거지에 빨래에 밥짓기를 틈틈이 하기에 손을 되게 자주 씻는다. 작은아이더러 “네가 스스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걸레를 빨아서 마루를 훔치고, 여러 일손을 거들다 보면, 손등은 저절로 곱게 낫는단다.” 하고 속삭인다. 《읽는 생활》을 읽으며 어쩐지 허전했다. 글만 읽을 적에는 오히려 글조차 못 알아보기 쉽다. 무늬만 한글을 읽기에 글읽기일 수 없다. 글로 옮긴 삶을 읽어야 글읽기에 삶읽기에 마음읽기로 뻗는다. 글은 말을 담은 그림이고, 말은 마음을 담은 소리이고, 마음에 담는 말에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짓는 삶이 고스란히 깃든다. 글을 쓰는 이웃이 늘어서 반갑되, ‘글만 쓰는’ 듯하다.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며 같이 놀고, 풀꽃나무를 품는 살림이 영 안 보이니 알맹이가 없는 듯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1.


《그을린 얼굴로 웃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

 김예림 글, 포도밭, 2021.4.26.



볕날로 아침을 연다. 봄볕 같다. ‘꽃샘추위’란, 꽃을 샘내는 추위이면서, 꽃이 샘솟는 추위이다. 두 결을 품은 ‘샘’이다. 순천호수도서관을 다녀온다. 이곳에서 조그마니 건 ‘글보임터’가 있어서 돌아본다. 그런데 책숲일꾼은 조그마한 글보임터에 아무 마음이 없구나. 널따란 곳에 잘 보이게 안 놓아도 된다지만, 구석퉁이에 처박듯 때려넣었다. 요즈음 온나라 책숲은 집을 으리으리하게 짓고, 아이들이 잔뜩 뛰어다녀도 될 만큼 빈터가 널찍한데, 속을 어떻게 채우고, 이웃들하고 무엇을 나눌 적에 책빛을 북돋울 만한지에는 마음을 못 쓰거나 안 쓰는 듯싶다. 거의 ‘백화점 문화센터’로 바뀐 얼개이다. 《그을린 얼굴로 웃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를 읽었다. 어쩐지 마음에 남는 줄거리가 없다. 무엇에 그을린 얼굴이었을까? ‘대표적인 페미니즘 책’으로는 순이살림도 돌이살림도 오히려 못 읽게 마련이다. ‘손에 안 꼽히는 아줌마 아저씨 삶길’을 스스로 찾아나서서 읽고, 또 스스로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을 처음부터 새로 열 적에 ‘햇볕에 그을리며 땀으로 빛나는 웃음꽃’을 알아채리라 본다. 시골집에 돌아와 손발을 씻고 숨을 돌릴 즈음 빗소리를 듣는다. 밤새 시원시원 겨울비가 온다. 찬비 아닌 포근비가 오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