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5.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4》

 콘노 키타 글·그림/김승현 옮김, 대원씨아이, 2014.3.15.



어제 부른 기름집이 안 온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다. 넉 판째 여쭈는데, 다 다른 사람이 받는다. 가랑비가 가볍게 젖는 늦은낮에 비로소 와서 넣는다. ‘농협’이라는 이름으로 벼슬질을 하는 셈일 수 있다. 큰고장에서는 아예 없을 만한 얼뜬짓이 시골에서는 수두룩하다. 여드레째 글손질을 붙든다. 몇 해 앞서까지는 하루이틀 사이에 글손질을 마쳤으나, 요즈막은 더 천천히 느긋이 돌보면서 집일을 먼저 한다. 큰아이하고 그림꽃(만화책) 이야기를 하고서, 등허리를 펴고서, 바람을 쐬고서, 매나무꽃을 보고서, 다시 기운을 차린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4》을 모처럼 되읽었다. 아이가 수수하게 하루를 그리면서 마주하는 모든 숨결을 부드럽게 품으면서 자라나는 길을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어린이도 어른도 이만 한 이야기를 곁에 둘 적에 스스로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북돋우리라 본다. “평화는 전쟁 반대가 아니”듯, “사랑은 짝을 맺기가 아니”다. 평화란 어깨동무이다. 사랑이란 스스로 피어나는 꽃이다. 어깨동무를 하는 곳에서 사랑이 싹트고, 사랑을 싹틔워 꽃으로 피우는 곳에서는 저절로 어깨동무를 한다. “‘전쟁 반대’가 오히려 ‘전쟁’으로 가닿는” 줄 알아본다면, 눈속임을 훤히 읽을 수 있겠지.


#紺野キタ #つづきはまた明日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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