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6.


《철새, 생명의 날갯짓》

 스즈키 마모루 글·그림/김황 옮김, 천개의바람, 2018.10.26.



오늘도 한 뼘 높아가는 해를 느낀다.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등짐을 짊어진 채 읍내 기스락숲으로 들어선다. 땀을 식히면서 천천히 거닌다. 새소리를 듣고, 나무내음을 맡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헤아리면서 걷는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는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가, 아니면 부릉부릉 끝없이 시끄러운 소리에 휩싸이는가? 《철새, 생명의 날갯짓》은 반갑게 나온 그림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를 이렇게 사랑하면서 여민 그림책이 이제껏 안 나왔다. 아니, 새를 이처럼 사랑으로 지켜보고 바라보고 품은 그림책도 글책도 빛꽃책도 여태까지 없다고 해야 옳겠지. 큰아이랑 작은아이랑 집에서고 들에서고 마을에서고 바다에서고 숲에서고 늘 귀를 기울여 새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비가 꽃송이에 내려앉는 모습을 본다. 바람을 가르는 날갯짓이 그리는 빛살을 읽는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새빛과 새노래와 새살림을 품을 만할까? 시골에서 살더라도 새를 등지거나 잊거나 멀리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어디에서 살건 대수롭지 않겠지. 눈길을 틔우느냐 안 틔우느냐가 대수롭다. 눈을 깨워야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 온몸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저마다 파랗게 물들면서 사랑으로 갈 수 있다.


#鈴木まもる #わたり鳥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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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5.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

 리베드 로비엑스키 글/작은 우주 옮김, 달팽이, 2004.7.21.



동강면 이웃님이 쌀자루를 들고 마실하셨다. 이웃님에 아이들은 열네 살이라지. 고흥군에서 동강면은 아주 동떨어졌다고 여길 만하다. 군수는 고흥읍이랑 녹동읍만 쳐다볼 뿐, 다른 면은 거의 안 거들떠보는데, 이 가운데 동강면이 가장 따돌림이다. 이웃님이랑 말을 섞으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살아가며 서로 배우는 살림을 돌아본다. 우리가 걷는 길을 되씹는다. 미역국을 끓이고 곁밥을 볶는다. 이러고서 한 그릇을 비우니 졸립다. 포근히 풀리면서 해가 높아가는 결을 느낀다. 날마다 한 뼘씩 올라가겠지.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를 되읽는다. 석벌째 읽는데, 2004년부터 스무 해가 흐르도록 아직 느낌글을 안 쓴 줄 깨닫는다. 어라, 진작 쓴 줄 알았는데, 여태 안 썼잖아! 스무 해를 묵혔으니 더 느긋이 되새기면서 느낌글을 다독이자고 생각한다. 다 뜻이 있으니 2004년부터 2014년을 지나도록 되읽기만 했을 테고, 다가오는 2024년에 비로소 글결을 여미리라 본다.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인데, 거듭 돌아보고 다시 새기고 또 헤아릴 적에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보곤 한다. 들숲이 두벌 바뀐 스무 해를 거친 책이니, 그동안 새삼스레 배우고 누린 삶과 살림을 곁들이는 이야기를 여밀 수 있겠지. 되읽을수록 깊은 책이 아름답다.


#AldoLeopold #AFierceGreenFire #MarybethLorbiecki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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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4.


《순면과 벌꿀》

 슬로보트 글, 어떤우주, 2023.7.20.



살며시 풀리는 날씨를 누린다. 부드럽게 맞이하는 하루를 돌아본다. 마당에 놓은 비받이통에 들어가서 물씻이를 하는 직박구리를 지켜본다. 직박구리가 다 놀고서 후박나무 품으로 날아갈 때까지 조용히 바라본다. 고흥마실을 하는 이웃님이 있기에, 발포 바닷가 ‘빅토리아 호텔’을 알려준다. 그곳이 고흥읍 다른 데보다 잠삯이 조금 센 듯하지만, 그곳에서 묵으면 왜 그곳을 얘기하는지 아시리라고 말씀을 여쭌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불빛 하나 없이 별하늘에 물결소리가 흘러넘치는 길손채는 없으리라 본다. 《순면과 벌꿀》은 인천에서 마을책집 〈북극서점〉을 일구는 책집지기님이 쓴 책이다. 곱다시 나온 책을 곰곰이 읽었다. 책집지기님 어린날을 돌아보다가 내 어린날을 돌이켜본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세 사람 곁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다가 스무 살에 집을 뛰쳐나오고서 다시는 그곳에 안 돌아갔을까? 우리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기껏 들어간 in Seoul 대학교를 자퇴”했을 적에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첫맺이를 그만둔” 때에도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큰아이를 집에서 가르친다”고 할 적부터 여태 말을 안 섞는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들과 곁님하고 시골에서 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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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3.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3.10.16.



광주로 나들이를 가는 분이라면 무엇을 보거나 누리거나 느낄 마음일까? 광주라는 고장은 이웃고장 사람들한테 무엇을 베풀거나 선보일 만할까? 더 커다란 고루가게(백화점)가 있어야 할까? 눈물마실(다크투어리즘)을 더 늘려야 할까? 광주는 1980년에서 멈추었지 싶다. 1979년에도 사람이 살았고, 1959년에도 오순도순 어우러졌는데, 1800년이나 1500년 이야기라면 아예 벙긋조차 않는다. 다른 고장도 비슷하다. 옛자취를 왜 한두 가지에 옭매어야 할까? 왜 스스로 새길을 헤아리면서 아이들 앞길을 숲빛으로 펴는 길하고는 등질까?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한참 생각을 기울이다가 꿈나라로 간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를 고맙게 읽었다. 이런 발자취를 여미는 분이 있으니 반갑다. 2023년 올해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싶다. 요사이는 ‘페미니스트’를 이쪽에서건 저쪽에서건 너무 좁게 가둔다. 한자말 ‘여성해방’은 우리말로는 ‘사랑물결’이나 ‘어깨동무’이다. 왜 이렇게 옮기겠는가? 여태 억눌렸기에 이제껏 억누른 바보를 똑같이 족치거나 죽이자는 물결이 아니다. 마음이 찌들고 뒤틀린 멍청이를 일깨워서 참사랑으로 눈을 뜨도록 북돋우는 물결이다. 아이는 순이 혼자 못 낳는다. 돌이를 숲사람으로 가르쳐야 나라가 살아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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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2.


《박만순의 기억전쟁 2》

 박만순 글, 고두미, 2022.7.1.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려다가, 아침 열한 시에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나래터에 들러서 ‘파브르 200돌’을 기리는 나래꽃(우표)을 장만한다. 광주로 건너간다. 〈광일서점〉에 들른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일본책이 잔뜩 쌓였다. 광주에 있던 어느 길잡이 집에서 나온 듯싶다. 이 책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되살아나겠지.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를 들른다. 골목 한켠을 밝히는 불빛이라고 느낀다. 저녁에 광주 이웃님을 만나고서 길손집에 깃든다. 서울이나 부산에 대면 작더라도, 먹고 마시고 노는 물결이 대단하다. 귀가 멍했다. 일하느라 고되고, 고된 몸으로 실컷 먹고 마시고 노느라 바쁘니, 책을 쥐거나 펼 겨를이란 없을 듯싶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스무 살까지 읽은 책이 “모든 읽은 책”일 뿐, 서른이나 마흔이나 예순이나 일흔에 이르러도 굳이 안 읽는구나 싶다. 《박만순의 기억전쟁 2》을 읽으며 참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총칼을 겨누며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스스로이다. 우리가 스스로 한집에서도 미워하고 한마을에서도 미워하다가 한나라에서까지 미워했다. 죽이고 죽은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요, 우리요, 이웃이고 동무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우리는 스스로 미워하기 바쁘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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