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1.


《엔칸토 마법의 세계》

 디즈니 동화 아트팀 그림·수잔 프랜시스 엮음/이지안 옮김, 애플비, 2021.11.24.



마을 해모임(총회)을 한다. 어느덧 열세 해째 해모임을 한다. 그동안 마을 할배는 참 많이 늙었다. 마을 할매도 많이 늙었다. 마을도 늙어가고, 고흥도 전남도 부쩍부쩍 늙는다. 우리나라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간다. 요새는 어린이조차 거의 애늙은이 뺨친다. 시골도 서울도 철없이 나이만 먹고 몸뚱이만 자라는 푸름이가 너무 많다. 마을과 나라가 살아날 길은 아주 쉽다. “대학교 안 가고 마을에 깃들며 흙을 일구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사랑을 찾아서 아이를 낳아 돌볼 보금자리를 물려줄 터전을 누리는 길”로 거듭나면 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읽었다. 굳이 책으로 볼 일은 없을 듯하되, 책으로 다시 살피니 ‘미라벨’이 입은 옷에 잔뜩 박은 나비 무늬가 새삼스럽다. 그렇다. 애벌레가 나비로 거듭날 만한 들숲이 있으면 마을이 살아난다. 반딧불이가 돌아오면, 시골에 아이들이 돌아온다. 아주 쉽다. 이제라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서울이 없어도 나라는 멀쩡하다. 우두머리나 벼슬아치가 없어도 나라는 걱정없다.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 들숲바다가 망가지면 나라도 죽는다. 대학교나 군대에 얽매인다면, 그런 나라는 스스로 벼랑으로 치닫는 셈이다. 우리는 〈서울의 봄〉보다는 〈엔칸토〉를 봐야 하지 않을까?


#Encanto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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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0.


《이오덕 일기 1》

 이오덕 글, 양철북, 2013.6.24.



나래터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려고 마을 어귀에 선다.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어라, 쌈지를 집에 놓고 왔네. 조금 앞서 기름 300들이를 넣느라 쌈지를 꺼내어 값을 치르고서 깜빡 다른 데에 놓았구나. 해가 나다가 눈발이 날리다가 해가 나기를 되풀이하는 하루이다. 17시 버스를 타고서 부랴부랴 읍내를 다녀온다. 오늘은 밤에 이르러 구름이 싹 걷히고 별이 쏟아진다. 《이오덕 일기 1》를 또 되읽고서 한참 자리맡에 놓는다. 이제 이 책을 우리 책숲으로 옮겨놓으면 언제 다시 들출는지 모른다. 이오덕 어른은 2003년에 흙으로 돌아갔으니 벌써 스무 해가 지났다. 아득하다. 이오덕 어른하고는 1999년 2월에 처음 말을 섞었고, 이해에 새뜸나름이를 그만두고서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옮겼고, 2001년부터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으로 지냈고, 2003년 8월 25일에 더는 책마을이 꼴보기싫어 그만두려는 때에 “멧새가 된 어른” 이야기를 들었고, 2003년 9월부터 서울에서 충주를 오가며 이오덕 어른 글을 여미었다. 외울 수 있을 만큼 어른 글을 되읽은 지난날을 돌아본다.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보금숲을 일구는 길을 헤아리며 걸어가야지. 글이란, 허울을 쓰면 허물이 가득한 굴레이고, 사랑을 그리면 새롭게 꿈꿀 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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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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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9.


《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글, 이미, 2023.2.21.



‘고흥 학교밖 청소년 센터’에서 흰쌀 한 자루를 들고서 찾아온다. 가난살림(빈민층)을 돕겠다는 곳에서는 으레 흰쌀을 주는데, 우리 집은 누런쌀(현미)을 먹는다. 가난살림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일꾼을 아직 못 본다. 아무튼, 우리 집 아이들이 그곳에 가서 누리거나 배울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어린이·푸름이 우리말 이야기꽃’을 열 뜻이 있다면 기꺼이 고흥읍에 가서 이웃 아이들한테 글읽눈(문해력)을 들려줄 수 있다. 올해에 여러 고장에 찾아다니며 이야기꽃을 펴며 생각해 보니, 배움터라는 틀에 깃든 아이들은 여러모로 덤(혜택)이 많으나, 배움터 바깥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들한테는 아무것도 없더라. 교육부도 전남교육청도 배움수렁(대학입시·검정고서)만 뒷배를 할 뿐이다. 《난 그 여자 불편해》를 읽고서 한숨이 나왔다. 최영미 씨가 고은 민낯을 밝힌 대목은 훌륭하되, 이녁 글밥은 많이 허술하다. 최영미 씨부터 또다른 글담(문단권력)이지 싶다. 〈조선일보〉에 글을 쓸 자리를 얻는 이가 ‘글담’이 아니라면 누가 글담일까? 글힘도 글담도 아닌, 글두레를 펴시기를 빈다. 고은 민낯은 글로 적었지만, “숱한 다른 글담 민낯”은 아예 안 건드리거나 모르는 척한다면, 그냥그냥 글삯벌이일 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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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8.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김낙년·김용삼·주익종·정안기·이우연 글, 미래사, 2019.7.10.



부산에서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달린다. 순천 버스나루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고흥으로 들어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읍내에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일곱 시간 만에 보금자리에 닿는다. 하늘빛을 바라보고 구름빛을 어림한다. 《반일 종족주의》를 돌아본다. 알맹이가 워낙 허술해서 7분 만에 다 읽었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몫이 있되, ‘검증된 사실’이라는 허울을 붙이면 발자국(역사)이 될까? 조선총독부는 일찌감치 1920년에 《朝鮮語辭典》을 엮었는데, 일본은 우리말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일본은 왜 ‘國語(국어)’라는 이름으로 ‘일본글’을 이 나라와 대만과 중국에서 가르쳤을까? ‘일본사람이 남긴 글(자료·통계)’을 헤아려야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밑길을 짚을 수 있다지만, 총칼잡이 눈으로 보려고 하니 참(진실)이 아닌 겉(사실)에서 맴돌 뿐이다. 나는 싸움터(군대)에서 1995∼1997년에 날마다 신나게 얻어맞았을 뿐 아니라, 중대장이 갈긴 총에 맞아 의문사로 골로 갈 뻔했으나 용케 살아남았다. 그러나 ‘21사단 기록’에는 그무렵 ‘숱한 군대폭력’과 ‘망나니 중대장’과 ‘곰취 사역 시키는 사단장’이나 ‘부식 빼돌리는 행보관’ 이야기가 한 줄로조차 안 남는다. 그러면 나는 싸움터에서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싸울아비로 있은 셈인가? 아닐 테지. ‘누가 남긴 글’뿐 아니라 ‘아무 글로 남지 않았으나 사람들 온몸에 남은 피멍과 눈물’을 못 읽는다면, 무슨 얼어죽을 대학교수에 역사학자인가? 그냥 먹물쓰레기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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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3.12.17.


《책과 우연들》

 김초엽 글, 열림원, 2022.9.26.



보수동 책집골목 〈남해서적〉을 들른다. 날이 얼어붙고, 책을 보는 손발가락도 언다. 끙끙거리면서 손발을 녹인다. 손발이 녹으면 다시 책을 읽는다. 맨손에 고무신이니 손발가락이 얼는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찰칵 찍으려면 맨손이어야 하고, 한 해 내내 고무신을 꿸 뿐이다. 〈곳간〉에서 ‘살림씨앗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동무·마음·헌책’ 세 낱말을 놓고서 이야기를 일군다. 우리 생각을 저마다 갈무리해서 글로 옮긴다. 하루를 마친 밤에 길손집에 드러눕는다. 아무리 얼어붙어도 길손집에서는 바깥바람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날 서울살림(도시생활)도 이와 같으리라. 《책과 우연들》을 읽으면서 띵했다. 어쩐지 글쓴이가 자꾸, 굳이, 애써 ‘가난·힘듦 시늉’을 하는구나 싶더라. 이제 돈 많이 벌지 않나? 김초엽 씨가 책수다를 펴는 자리에서 수다삯을 꽤 받는다고 들었는데, 왜 글에는 ‘없어서 힘들다’는 줄거리가 자꾸 나올까? 없으면 없을 뿐이고, 있으면 있을 뿐이다. 나는 부산마실을 하면 35000∼50000원에 묵는 길손집에 간다. 35000원 길손집에 오래 드나들다가 ‘책상이 없어 힘들’기에, ‘책상이 넉넉’한 50000원 길손집으로 바꾸었다. 그저 오늘 누리는 살림을 사랑으로 적으면 되는 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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