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2.


《박만순의 기억전쟁 2》

 박만순 글, 고두미, 2022.7.1.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려다가, 아침 열한 시에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나래터에 들러서 ‘파브르 200돌’을 기리는 나래꽃(우표)을 장만한다. 광주로 건너간다. 〈광일서점〉에 들른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일본책이 잔뜩 쌓였다. 광주에 있던 어느 길잡이 집에서 나온 듯싶다. 이 책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되살아나겠지.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를 들른다. 골목 한켠을 밝히는 불빛이라고 느낀다. 저녁에 광주 이웃님을 만나고서 길손집에 깃든다. 서울이나 부산에 대면 작더라도, 먹고 마시고 노는 물결이 대단하다. 귀가 멍했다. 일하느라 고되고, 고된 몸으로 실컷 먹고 마시고 노느라 바쁘니, 책을 쥐거나 펼 겨를이란 없을 듯싶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스무 살까지 읽은 책이 “모든 읽은 책”일 뿐, 서른이나 마흔이나 예순이나 일흔에 이르러도 굳이 안 읽는구나 싶다. 《박만순의 기억전쟁 2》을 읽으며 참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총칼을 겨누며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스스로이다. 우리가 스스로 한집에서도 미워하고 한마을에서도 미워하다가 한나라에서까지 미워했다. 죽이고 죽은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요, 우리요, 이웃이고 동무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우리는 스스로 미워하기 바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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