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0.


《지붕, 우주의 문턱》

 티에리 파코 글/전혜정 옮김, 눌와, 2014.10.20.



올겨울은 바람이 조용하다. 날이 아무리 똑 떨어져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리 춥지 않다. 저녁에는 이불을 덮고 긴옷으로 갈아입지만, 낮에는 위아래 모두 가볍게 깡똥옷을 입고서 해받이를 한다. 어제 하루 겨울비가 가볍게 지나가고서 먼지띠를 살짝 씻었지만 아직 뿌연띠가 짙다. 구름이 없어도 뿌연 시골하늘을 가르는 새를 보다가 생각한다. “갈수록 사람들은 안 걷는 탓에 하늘이 얼마나 뿌연지 모르겠구나! 안 걷기 때문에 자꾸 이 별을 더럽히겠구나!” 《지붕, 우주의 문턱》을 읽는 내내 몹시 아쉬웠다. 이런 책을 옮기는 일은 안 나쁘지만, 우리 나름대로 우리 살림집 지붕을 살펴서 들려주는 책을 여미면 더없이 알차고 아름다웠으리라. 지붕은 왜 지붕일까? ‘지붕’이란 낱말을 제대로 읽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 ‘지붕·집’은 여러모로 보면 같은 낱말이다. 지붕이 있으니 집이고, 집이면 지붕이 있다. 지붕이 없거나 집이 아니라면 ‘한데’라 하고, 한데란 ‘밖’이다. ‘지붕·집 = 안’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집사람 = 안사람’인 얼개인데, ‘안’은 ‘안다’로 잇는다. ‘아름드리·아름답다’는 바로 ‘안’에서 비롯하고, ‘알’로 이어서 ‘알다’로 만난다. 말을 알려면 삶을 알아야 하고, 삶을 알려면 사랑하면 된다.


#LeToit #ThierryPaquo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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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9.


《나랑 같이 놀자》

 리 홀 엣츠 글·그림/양은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4.6.3



아침부터 구름이 모인다. 낮으로 넘어갈 즈음 빗방울을 뿌린다. 가볍게 씻는구나. 한겨울비인데 살짝 찰 뿐, 얼어붙지 않는다.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오가는 버스에서 하루글을 쓰고 노래꽃을 두 꼭지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꿈나라를 헤맨다. 번쩍 눈을 뜨고서 밤빛을 느끼는데, 비구름이 모조리 사라졌다. 어느새 갰구나. 반짝이는 별을 본다. 《나랑 같이 놀자》를 문득 다시 편다. 아름그림책은 언제 어디에서 새삼스레 펼쳐도 마음을 녹인다. 한두 벌 슥 읽고 덮는 그림책이라면, 처음부터 장만할 일이 없다. 적어도 즈믄벌을 되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밝혀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돌아보는 동무인 그림책이다. 2000년 한여름 어느 날 “아주 좋아해서 즈믄벌 넘게 읽어 낡고 닳은 그림책”을 새로 사러 책마실을 나온 어린이는 숲노래 씨한테 첫 ‘그림책 길잡이’였다. 그무렵 ‘출판사 막내 영업자’일 뿐이었지만, 그림책돌이한테는 “사랑하는 그림책을 펴낸 곳에서 일하는 고마운 분”이었더라. 그날 그 아이한테 주머니를 털어서 여러 그림책을 사주었다. “즈믄벌 읽어 다 닳은 그림책”을 들고 찾아온 아이한테 어떻게 다시 책을 팔 수 있겠는가. 그 아이는 마음으로 같이 놀 어른동무를 만나고 싶었겠지.


#Play With Me #Marie Hall Et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2000년 여름, 서울도서전에서 만난 어린이가 들고 온 그림책은

<팥죽 할멈과 호랑이>.

손때 짙게 밴 그림책을 보고서

새책과 다른 그림책, 또 이웃 출판사 다른 그림책을

잔뜩 챙겨 준 일은 앞으로도 마음에 되살아나서

책을 바라보는 눈결을 다독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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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8.


《실록 친일파》

 임종국 글, 돌베개, 1991.2.27.



날은 차지만, 하늘은 파랗다. 바람은 그리 불지 않고, 아침이 더 일찍 온다. 느긋이 빨래를 하고 밥을 짓는다. 오늘은 ‘달개비’라는 풀꽃이름을 톺는다. 밑동을 풀고 나면 싱겁지만, 이 싱겁고 수수한 말밑을 캐느라 땀을 뺀다. 엉터리 풀이름 ‘닭의장풀’이 판쳐도 바로잡지 않거나 못 하는 글바치가 넘친다. ‘달’이나 ‘개비’가 뭔지 살피지 않거나 못 읽으니 어쩔 길이 없을는지 모른다. 18시에 이르러도 밖이 환하다. 겨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는구나. 19시를 넘으니 캄캄하고, 별이 와락 쏟아진다. 《실록 친일파》를 새로 읽었다. 서른 해 앞서는 우리나라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있네 싶어 놀랐다면, 서른 해가 흐르는 사이에 이만 한 글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분이 뜻밖에 안 늘어서 놀란다. 이슬떨이가 애써 그러모은 꾸러미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살림을 보태고 가꾸면 될 텐데, 앞살림을 못 보거나 안 본다면, 뒷살림은 무엇이 될는지 아리송하다. 앞으로 2200년이나 2300년에는 2024년 오늘 발자취를 어떻게 읽으려나 헤아려 본다. 이쪽에 붙든 저쪽에 붙든 매한가지이다. 힘에 붙고 이름에 붙고 돈에 붙는 모든 이는 나란히 끄나풀이다. 숲은 들풀과 나무가 어우러진다. 들풀을 안 읽고 나무를 등지면 빛을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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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7.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글, 호미, 2008.3.20.



한겨울답게 새삼스레 똑 떨어진 날씨이다. 조금씩 일찍 찾아드는 새벽에, 조금씩 늦게 찾아오는 저녁이다. 아침에는 작은아이가 국을 끓이고, 저녁에는 숲노래 씨가 국을 끓인다. 오늘은 《안 뜨려는 배》라는 책에 나오는 옮김말씨가 어떻게 얄궂기에 어떻게 추슬러서 우리말씨로 살릴 수 있는지 들려준다. 밤에 별이 가득하다. 고요하다.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를 되읽었다. 갈수록 되읽는 책이 늘어난다. 새로 쏟아지는 책이 많다만, 책집마실을 하다가 들출 적마다 고개를 잘래잘래 젓는다. 누구나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여밀 수 있는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나날인데,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오롯이 미움과 불길과 짜증과 싸움질을 쏟아내는 꾸러미가 너무 많다. 큰고장에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길에 고요히 생각에 잠겨 보는데,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늘 품는 수수한 하루하고 너무 먼 나머지, 악다구니로 치달을밖에 없겠구나 싶더라. 책도 배움터도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어깨동무하면서 오순도순 얼크러지는 삶에 살림에 사랑이 피어났다. 책과 배움터가 흘러넘치지만, 오히려 사랑하고 등지는 미움과 갈라치기가 판친다. 책은 목소리가 아니다. 책은 스스로 짓는 참살림을 참사랑으로 녹인 참말일 노릇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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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6.


《새 식구》

 이원수 글·이태수 그림, 우리교육, 2011.4.15.



오늘부터 두 아이하고 “우리집 글눈뜨기”를 편다. 배움마당에 갈 적에는 그곳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하고 말길을 트느라 한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그친다면, 두 아이하고 ‘글눈뜨기(문해력 수업)’를 하니 쑥쑥 나아간다. 석 나절 동안 펼 이야기를 토막 나절(1시간) 만에 들려주었다. 받아먹으려는 눈망울을 느끼면 어떤 이야기이든 한달음에 쑥쑥 물려주는구나 싶다. 어버이는 지게 한 바리를 기꺼이 베풀면서 새로 지게 두 바리를 지는 일꾼이라고 느낀다. 오늘 밤별은 초롱초롱하다. 시골밤빛이 돌아왔다. 《새 식구》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단출하게 여민 꾸러미에는 조촐하게 남기는 이야기가 흐른다. 요새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글을 쓰는 분이 부쩍 늘었으나, 거의 모두라 여길 만한 글을 아이들한테 왜 읽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밝히고 꿈을 지피면서 숲을 품는 길을 들려주는 글은 없다시피 하다. 웬만한 글은 “서울에서 살아남기”가 바탕이더라. 아이들한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외치는 글이 넘친다.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나부터 이렇게 살아가고 사랑한단다” 하고 속삭이는 글을 찾기 어렵다. 아이들은 배움터 아닌 마을하고 집하고 들숲바다에서 오래오래 하루를 누릴 적에 비로소 사람빛을 익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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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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