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5.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
리베드 로비엑스키 글/작은 우주 옮김, 달팽이, 2004.7.21.
동강면 이웃님이 쌀자루를 들고 마실하셨다. 이웃님에 아이들은 열네 살이라지. 고흥군에서 동강면은 아주 동떨어졌다고 여길 만하다. 군수는 고흥읍이랑 녹동읍만 쳐다볼 뿐, 다른 면은 거의 안 거들떠보는데, 이 가운데 동강면이 가장 따돌림이다. 이웃님이랑 말을 섞으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살아가며 서로 배우는 살림을 돌아본다. 우리가 걷는 길을 되씹는다. 미역국을 끓이고 곁밥을 볶는다. 이러고서 한 그릇을 비우니 졸립다. 포근히 풀리면서 해가 높아가는 결을 느낀다. 날마다 한 뼘씩 올라가겠지.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를 되읽는다. 석벌째 읽는데, 2004년부터 스무 해가 흐르도록 아직 느낌글을 안 쓴 줄 깨닫는다. 어라, 진작 쓴 줄 알았는데, 여태 안 썼잖아! 스무 해를 묵혔으니 더 느긋이 되새기면서 느낌글을 다독이자고 생각한다. 다 뜻이 있으니 2004년부터 2014년을 지나도록 되읽기만 했을 테고, 다가오는 2024년에 비로소 글결을 여미리라 본다.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인데, 거듭 돌아보고 다시 새기고 또 헤아릴 적에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보곤 한다. 들숲이 두벌 바뀐 스무 해를 거친 책이니, 그동안 새삼스레 배우고 누린 삶과 살림을 곁들이는 이야기를 여밀 수 있겠지. 되읽을수록 깊은 책이 아름답다.
#AldoLeopold #AFierceGreenFire #MarybethLorbiecki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