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8.
《실록 친일파》
임종국 글, 돌베개, 1991.2.27.
날은 차지만, 하늘은 파랗다. 바람은 그리 불지 않고, 아침이 더 일찍 온다. 느긋이 빨래를 하고 밥을 짓는다. 오늘은 ‘달개비’라는 풀꽃이름을 톺는다. 밑동을 풀고 나면 싱겁지만, 이 싱겁고 수수한 말밑을 캐느라 땀을 뺀다. 엉터리 풀이름 ‘닭의장풀’이 판쳐도 바로잡지 않거나 못 하는 글바치가 넘친다. ‘달’이나 ‘개비’가 뭔지 살피지 않거나 못 읽으니 어쩔 길이 없을는지 모른다. 18시에 이르러도 밖이 환하다. 겨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는구나. 19시를 넘으니 캄캄하고, 별이 와락 쏟아진다. 《실록 친일파》를 새로 읽었다. 서른 해 앞서는 우리나라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있네 싶어 놀랐다면, 서른 해가 흐르는 사이에 이만 한 글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분이 뜻밖에 안 늘어서 놀란다. 이슬떨이가 애써 그러모은 꾸러미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살림을 보태고 가꾸면 될 텐데, 앞살림을 못 보거나 안 본다면, 뒷살림은 무엇이 될는지 아리송하다. 앞으로 2200년이나 2300년에는 2024년 오늘 발자취를 어떻게 읽으려나 헤아려 본다. 이쪽에 붙든 저쪽에 붙든 매한가지이다. 힘에 붙고 이름에 붙고 돈에 붙는 모든 이는 나란히 끄나풀이다. 숲은 들풀과 나무가 어우러진다. 들풀을 안 읽고 나무를 등지면 빛을 잃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