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9.


《나랑 같이 놀자》

 리 홀 엣츠 글·그림/양은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4.6.3



아침부터 구름이 모인다. 낮으로 넘어갈 즈음 빗방울을 뿌린다. 가볍게 씻는구나. 한겨울비인데 살짝 찰 뿐, 얼어붙지 않는다.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오가는 버스에서 하루글을 쓰고 노래꽃을 두 꼭지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꿈나라를 헤맨다. 번쩍 눈을 뜨고서 밤빛을 느끼는데, 비구름이 모조리 사라졌다. 어느새 갰구나. 반짝이는 별을 본다. 《나랑 같이 놀자》를 문득 다시 편다. 아름그림책은 언제 어디에서 새삼스레 펼쳐도 마음을 녹인다. 한두 벌 슥 읽고 덮는 그림책이라면, 처음부터 장만할 일이 없다. 적어도 즈믄벌을 되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밝혀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돌아보는 동무인 그림책이다. 2000년 한여름 어느 날 “아주 좋아해서 즈믄벌 넘게 읽어 낡고 닳은 그림책”을 새로 사러 책마실을 나온 어린이는 숲노래 씨한테 첫 ‘그림책 길잡이’였다. 그무렵 ‘출판사 막내 영업자’일 뿐이었지만, 그림책돌이한테는 “사랑하는 그림책을 펴낸 곳에서 일하는 고마운 분”이었더라. 그날 그 아이한테 주머니를 털어서 여러 그림책을 사주었다. “즈믄벌 읽어 다 닳은 그림책”을 들고 찾아온 아이한테 어떻게 다시 책을 팔 수 있겠는가. 그 아이는 마음으로 같이 놀 어른동무를 만나고 싶었겠지.


#Play With Me #Marie Hall Et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2000년 여름, 서울도서전에서 만난 어린이가 들고 온 그림책은

<팥죽 할멈과 호랑이>.

손때 짙게 밴 그림책을 보고서

새책과 다른 그림책, 또 이웃 출판사 다른 그림책을

잔뜩 챙겨 준 일은 앞으로도 마음에 되살아나서

책을 바라보는 눈결을 다독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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