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7.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글, 호미, 2008.3.20.



한겨울답게 새삼스레 똑 떨어진 날씨이다. 조금씩 일찍 찾아드는 새벽에, 조금씩 늦게 찾아오는 저녁이다. 아침에는 작은아이가 국을 끓이고, 저녁에는 숲노래 씨가 국을 끓인다. 오늘은 《안 뜨려는 배》라는 책에 나오는 옮김말씨가 어떻게 얄궂기에 어떻게 추슬러서 우리말씨로 살릴 수 있는지 들려준다. 밤에 별이 가득하다. 고요하다.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를 되읽었다. 갈수록 되읽는 책이 늘어난다. 새로 쏟아지는 책이 많다만, 책집마실을 하다가 들출 적마다 고개를 잘래잘래 젓는다. 누구나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여밀 수 있는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나날인데,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오롯이 미움과 불길과 짜증과 싸움질을 쏟아내는 꾸러미가 너무 많다. 큰고장에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길에 고요히 생각에 잠겨 보는데,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늘 품는 수수한 하루하고 너무 먼 나머지, 악다구니로 치달을밖에 없겠구나 싶더라. 책도 배움터도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어깨동무하면서 오순도순 얼크러지는 삶에 살림에 사랑이 피어났다. 책과 배움터가 흘러넘치지만, 오히려 사랑하고 등지는 미움과 갈라치기가 판친다. 책은 목소리가 아니다. 책은 스스로 짓는 참살림을 참사랑으로 녹인 참말일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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