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면 못 읽는다



새로 배우기가 두렵다면 책도 글도 못 읽습니다. 새로 배우기가 즐겁다면 책도 글도 웃고 울면서 읽습니다. 새로 배우기를 두렵거나 어렵다고 여기도록 내모는 삶터라면 사람들이 책도 글도 멀리하기 마련입니다. 새로 배우는 살림이 즐거운 사랑이요 고운 노래인 줄 나누려 하는 삶터라면 사람들이 신나게 책을 장만하며 서로 손으로 글월을 적고 띄워서 환한 웃음나라가 되지 싶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굳이 “책 읽는 나라”나 “책 읽히려는 나라”는 될 까닭이 없다고 여겨요. 우리가 다 같이 “배우는 기쁨을 누리고 나누는 나라”가 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같이 배우고 함께 짓는 살림으로 사랑을 꽃피우는 길을 걷는 보금자리가 피어나는 나라”가 되면 아름답지 싶습니다. 책나라란, 배움나라입니다. 책마을이란, 배움마을입니다. 책집이란, 배움집입니다. 책읽기란, 배움읽기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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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걸은 길



어제 걸은 길은 그저 어제일 뿐입니다. 어제 그 길을 걸었다고 해서 오늘도 꼭 그 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귈 적에는 오늘 걷는 길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어제 아름다웠거나 못났기에 만나거나 사귀지 않아요. 오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기에 만나거나 사귀어요.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모레로 나아갑니다. 어제를 살다가 오늘을 살면서 모레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 삶길은 뚝 끊어져 죽음이 됩니다. 그렇잖아요. 오늘 잠들고서 못 일어나면 죽음입니다. 오늘 아침까지 엄청난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있었다 하더라도, 잠든 뒤에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그저 죽음이요 끝이니 더는 만나거나 사귈 수 없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우리는 저마다 모레를 보면서 만나거나 사귀는 셈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아닌 모레를 보고 말이지요. 누구는 모레에도 돈이 많으리라 여겨, 누구는 모레에도 이쁜 모습이리라 여겨, 누구는 모레에도 힘이 세리라 여겨 만나거나 사귑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보며 사람을 사귀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저로서는 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스로 지으며 새롭게 배우는 살림을 이야기할 만한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려 합니다. 남이 쓴 이야기를 놓고서 떡방아를 찧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살림꽃을 피우려고 손수 짓는 살림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펴거나 들을 만한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려고 해요. 남 이야기는 할 까닭이 없어요. 내 이야기를 하고 네 이야기를 듣습니다. 남이 걷는 길을 이러쿵저러쿵 따질 까닭이 없어요. 내가 걷는 길을 되새기고 네가 걷는 길을 바라보면 되어요. 어제까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오늘부터 어떤 숨결로 어떤 눈빛을 어떤 마음으로 밝힐 책을 가슴에 담으려 하느냐를 마주하면 되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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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타벅스



오늘 처음 스타벅스란 곳에 들어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문득 스무 해쯤 앞서 스타벅스에 여러 걸음을 한 적이 있다고 깨닫습니다. 그때에 이곳으로 저를 이끈 분이 있어서 함께 간 적이 있었군요. 제 두 다리로 스타벅스를 찾기가 처음인 셈이더군요. 찻집에 들르면 늘 마시는 코코아(또는 코코아랑 비슷한)를 한 잔 시킵니다. 6100원. 셈틀집에 가서 다섯 시간 즈음 있어도 될 만한 값이지만, 찻집은 해바라기를 하면서 글을 쓸 수 있고, 셈틀집은 창문을 모두 막아 캄캄한 데입니다. 찻잔은 무릎셈틀 뒤쪽에 놓고서 해님을 느끼면서 어제그제 갈무리하지 못한 글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찻물을 앞에 놓고서 해바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란 꽤 좋구나 하고, 마흔 몇 해를 살며 비로소 느끼는 아침입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찻집을 찾겠지요. 그동안 아주 멀리하거나 모른 삶터나 삶이 언제나 한가득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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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할 줄 알다



우리 곁님은 참 멋진 사람입니다. 우리 집 통장에 남은 돈은 따지지 않으면서 살림을 같이 지어요. 고마운 이웃님한테 선물할 것을 이모저모 챙기면서 저더러 잘 갖다 주라고 이르는데, 이 선물거리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가 어림하니 75만 원입니다. 굳이 돈셈을 안 해도 될 터이지만, 통장을 다스리고 갖은 세금을 내는 일은 제가 도맡으니 이 돈셈은 저로서는 꼭 해야 합니다. 고마운 이웃님한테 드릴 선물거리 값을 치르려다 보니 한몫에 치를 수 없어 반을 갈라 먼저 값을 보내고 다음 반은 살림돈을 버는 대로 갚기로 합니다. 한마디로 ‘빚지며 선물하기’인 셈입니다. 곁님은 선물은 선물일 뿐 돈값을 따지면 안 된다고 밝혀요. 옳은 뜻이요 마음이라고 느껴요. 빚을 지며 선물하더라도, 이 빚은 곧 갚겠지요. 이런 곁님하고 살기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슬기로운 삶을 새롭게 살찌우는 손길을 살뜰히 익힙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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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틈



요 며칠 동안 밥 먹을 틈이 없이 보냈습니다. 하루 두 끼니를 먹는 둥 마는 둥합니다만, 굳이 두 끼니를 안 먹어도 된다고 여기기에 밥 먹을 틈이 없다 해서 힘들거나 서운하지 않습니다. 그러려니 여깁니다. 밥 먹을 틈이 없기에 굶어죽을 일이 없습니다. 밥 먹을 틈을 굳이 안 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이등병이던 때가 곧잘 떠오르는데, 1996년 1월 일이에요, 윗자리에 있다는 병장이며 상병이며 일병 모두, 이등병 한 사람한테 온갖 일을 떠맡긴 바람에 열이틀 동안 밥 한 술을 못 뜨고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 잠도 거의 못 자면서 갖은 일을 떠맡았지요. 지오피란 데에 들어가기 앞서인데, 여섯 달 동안 바깥바람을 못 쐬리라 여기며 윗사람이란 이들이 줄줄이 휴가를 얻어 달아나느라 참으로 죽을맛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먹지 않아도 용케 안 죽네?’ 싶었어요. ‘이놈들이 사람을 말려죽이려 하는구나. 그럼 얼마까지 안 먹으며 사나 지켜보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밥 먹을 틈이 없으면 책 들출 틈도 없기 마련인데, 이 없는 틈에도 빨래는 하고 밥은 지어서 아이들더러 먹으라고 합니다. 밥 먹을 틈을 내지 않아 몸에 밥을 넣지 않으면 몸이 ‘밥을 삭이는 데에 힘을 덜 쓰거나 안 쓰’기에 여러모로 일손을 잘 추스를 만해요. 문득 돌아보면 그래요. 밥을 넉넉히 먹으면 오히려 책도 못 읽습니다. 배부르거든요. 배부른 몸은 책하고 동떨어집니다. 뱃속이 가벼운 몸일 적에 책하고 사귑니다. 가난해야 책하고 사귄다기보다, 몸에 밥이란 것을 덜 넣으면서 홀가분히 돌볼 수 있는 살림길이라면 어느 책이든 마음껏 받아들여서 마음을 살찌울 만해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 삶터가 ‘먹고사는 길’에 사람들 눈이 치우치도록 흐른다면, 사람들은 ‘마음을 살찌우는 길’하고는 자꾸 멀어집니다. 책을 덜 보든 더 보든 대수롭지 않아요. 책을 읽더라도 마음을 안 살찌우면 읽으나 마나입니다. 책을 안 읽더라도 마음을 살찌운다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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