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3.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7 자
스스로 잘났다고 여겨 사람들 앞에서 내세우려 할 적에는 ‘자랑’입니다. 스스로 차곡차곡 배우고 익혀서 어제와 다르게 새롭게 피어난다고 할 적에는 ‘자람’입니다. 말끝 하나로 ‘자랑책’으로 콧대가 높을 수 있고, ‘자람책’으로 밑자락을 받치는 어깨동무로 갈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는 ‘빚(천 냥 빚)’이 될 때가 있으나, ‘빛(천 냥 꽃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나날이 다시 배우면서 새롭게 깨닫는 하루를 누리려고 합니다.” 하고 여쭙니다. 왜 쓰느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다시 쓰면서 새롭게 짓는 살림을 가꾸려고 합니다.” 하고 얘기해요. 잣나무·잣나물은 들숲에서 젖(살림물) 노릇을 합니다. 잣도 자랑도 자람도 ‘자’가 바탕입니다. 길이나 높이를 살피는 ‘잣대(자)’일 텐데, 겉으로 드러내어 앞세우면 ‘자랑’이고, 속으로 추스르며 마음을 보면 ‘사랑’으로 가면서 ‘자라납’니다. 자라며 사랑하려고 쓰고 읽는 오늘입니다. 밤새 꿈밭을 누비려고 ‘잠’자리에 들면서 마음을 달래고 밝힙니다. ‘작게’ 속삭입니다. ‘잘’ 해내기보다는 살림살이를 손수 ‘다잡’으면서 돌보려고 합니다. 곁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노래합니다. “자, 우리 함께 이 길을 춤추면서 걸어가 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