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998.6.5. 책을 들려주는 글이란, 언제나 우리 삶을 밝히는 노래이지 싶다.


2006.12.13. 우리가 책읽기에 눈을 뜬다면 글쓰기에도 저절로 눈을 뜬다. 우리가 마음읽기에 사랑을 쏟는다면 삶읽기에도 나란히 사랑을 쏟는다. 우리가 생각을 새롭게 읽는 숨결로 나아간다면, 돌 바람 물 해 별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를 글로 옮길 수 있다.


2016.5.2. 참말로 ‘서평’이라면, 책을 이야기하는 글이라면, 주례사를 늘어놓지 않는다. 참말로 새 가시버시 앞길에 사랑이 흐르기를 바라는 말이라면, 말하는 이부터 스스로 눈물에 젖고 웃음이 흐르면서 춤추듯이 노래하는 말을 주례사로 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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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2014.3.7. “어떻게 그렇게 날마다 글을 잔뜩 쓰시나요?” “날마다 새로운 하루인걸요. 저는 새벽 두 시쯤이면 하루를 열어요. 하루를 열 적에는 어제까지 무엇을 했는지 까맣게 잊지요. 언제나 오늘 할 일만 그리면서 눈을 떠요. 그러니 새로운 하루에 새롭게 피어나는 이야기를 오롯이 새로운 마음으로 써냅니다. 이런 하루를 마감하면 이튿날도 또다시 오롯이 처음인 새로운 하루이니 또 신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서 쓰고요. 책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어제까지 얼마나 읽었는가를 모조리 지웁니다. 오늘 하루 새로 읽을 삶만 생각해요. 종이책이든 숲책이든 살림책이든 사랑책이든 어제까지 읽은 책은 어제란 자리에 내려놓고소, 오늘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살찌울 이야기를 기쁘게 받아들여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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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2007.4.5. 사진이란 삶을 사랑하는 빛. 이 빛살이 넘쳐흘러 가슴이 풍덩 잠기도록 출렁거리는 이야기꾸러미가 사진책.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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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치기

2019.6.2. 고흥읍에 나와서 볼일을 보고 고흥군립도서관 옆에서 책을 읽는다. 마침 아는 이웃님이 여덟 살 아이하고 지나가려다가 나를 알아본다. 아이가 학교에서 시킨 숙제 때문에 도서관에 왔다고, 학교에서 읽고 독후감을 쓰라 하는 책이 목록에는 있으나 막상 책꽂이에 없단다. 더군다나 도서관 일꾼이 ‘밥을 먹어야 하니 나가’ 달라 해서 도서관에서 나온단다. 말씀을 가만히 듣는데 어처구니없다. 열린도서관이요 나라돈을 받는 이곳에서 도서관지기는 서로 갈마들면서 자리를 지키지 않나? 도서관지기가 밥을 먹어야 하니 책을 찾아서 읽던 사람더러 밖에 나가서 도서관지기가 밥을 다 먹고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비워야 하나? 이런 도서관 얼거리는 여태 어디에서도 들은 일이 없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덟 살 어린이가 아직 읽기가 안 익숙한데 학교에서 담임이 ‘독후감 숙제’를 시켰단다. 책을 못 읽는 어린이더러 책을 읽고, 더구나 한글을 아직 못 쓰는 어린이더러 손수 느낌글을 써서 내라더라.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흥초등학교 교사는 초시계를 손에 쥐고서 ‘20초 만에 다 읽기’를 시켜서 점수를 매긴단다. 초치기를 해서 읽기를 해내지 못하는 아이는 놀림을 받고 ‘왕따’까지 된단다. 이야, 참, 고흥이라는 고장, 고흥군립도서관이라는 곳, 고흥초등학교라는 데, 참 대단하다. 2019년 대한민국 모습이 맞나? 어린이한테 나긋나긋 차근차근 또박또박 책을 읽어 주어 소리가 익숙하도록 해야 할 학교가 아닌가? 영어를 처음 배울 어린이더러 영어책 못 읽는다고 닦달을 하나?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초시계를 들고서 들볶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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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1994.12.11. “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미친 거 아냐?” “선배, 나는 미친놈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한 일만 이야기할 뿐입니다.” “야, 그 말이 더 미친놈 같다.” “하. 제가 보기에는 날마다 소주 두 병은 마셔야 한다는 선배야말로 미친놈 아니에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소주 두 병은 못 마시겠습니다. 날마다 꼭 마셔야 한다면 소주로 치면 한두 잔이면 좋겠고, 맥주로 치면 두어 병쯤? 그러나 아무리 술이 좋아도 날마다 마시지는 못하지요. 어떻게 술은 그렇게 날마다 마시면서, 스스로 바라거나 이루려는 꿈은 날마다 못 하는데요? 전 그게 참말로 미친놈이라고 생각해요.” “으이그, 술이나 처먹어.” “아니요. 저는 날마다 마음에 새긴 길이 있어요. 하루에 책 열 권은 읽어야겠거든요.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글을 적어도 열 꼭지는 써야겠고, 하루에 스무 꼭지쯤 새 글을 써야 비로소 잠들 수 있어요. 그러니 오늘은 더 마시지 않겠습니다.” “으이고, 잘났다. 이 미친놈아.”


2004.6.4. 하려고 하면 다 하지만, 하기 어렵다고 여기니 다 어려울 뿐이다.


2014.7.18. 그냥 해서 되는 일이 있기도 하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고요히 다스리면 그냥 해도 무엇이든 다 된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아닐 적에는 어떤 일을 해도 다 안 될걸?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제대로 그리고 날마다 쳐다보고 언제나 되새길 적에라야 비로소,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이룬다고 느낀다.


2019.1.8. “저는 이제 예전처럼 바보같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바보같이 책을 읽다니요? 무슨 말인가요?” “예전에는 날마다 하루에 열 권이나 스무 권은 읽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네? …….” “그렇게 읽어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그렇게 스무 해 넘게 살고 보니, 종이로 묶은 책에서는 제 목마름을 채울 수 없더군요. 그러나 이제는 길을 새록새록 찾아요.” “…….” “예전에도 알기는 했으나 살갗으로 못 느꼈는데, 무엇인가 하면, 책은 종이책만 있지 않아요. 아주 마땅하지요. 살림책에 사랑책에 사람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풀책에 나무책에 바람책이 있어요. 아시나요? 날마다 바람이 우리 몸을 들락거리면서 얼마나 수다쟁이처럼 떠드는지를? 우리가 늘 숨을 쉬는 바람하고 말을 섞거나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아마 종이책을 안 읽을걸요? 그뿐일까요? 영화도 연속극도 신문도 방송도 안 보겠지요.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놀랍고 재미있는데요. 조약돌이나 모래알이나 풀잎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대단해요. 풀벌레나 개구리나 참새나 제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청나지요. 종이책이요? 제비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으니까 말이지요, 종이책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아주 잘 알겠어요. 그러나 아직 이렇게 숲책을 마음으로 읽는 길에 오롯이 접어들지는 못했어요. 앞으로는 이 길을 가려고요. 그리고 이렇게 숲책을 읽다가 어느 때쯤 되면, 숲이 들려준 이야기를 붓으로 종이에 살며시 적어 볼는지 모르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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