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빨간 외투 비룡소의 그림동화 75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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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50


《안나의 빨간 외투》

 아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글

 엄혜숙 옮김

 비룡소

 2002.2.8.



  옷을 얻으려면 천이 있어야 하고, 천을 얻으려면 실이 있어야 하며, 실을 얻으려면 푸나무가 있어야 하고, 푸나무를 얻으려면 들숲이 있어야 하며, 들숲을 얻으려면 하늘 비 해 별 흙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 비 해 별 흙을 얻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안나의 빨간 외투》는 ‘어른끼리 벌인 싸움 한복판’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안나 어린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른은 참 안 재미나지요. 서로 꼭두머리를 세워서 으르렁거리더니 전쟁무기를 잔뜩 만들어서 치고박고 죽이고 죽는 싸움판을 벌여요. 참말 재미없습니다. 왜 마을이며 보금자리이며 숲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품·마음·손길·사랑·돈을 들이지 않을까요? 왜 자꾸 총칼에 군함에 전투기에 미사일에 항공모함에 잠수함을 때려지어야 할까요? 이런 전쟁무기라는 ‘쌈박질 장난감’을 만드느라 안나 어린이를 비롯한 온누리 어린이는 아늑하면서 즐거운 살림을 얻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쟁무기를 때려짓느라 들숲이 망가지고 푸나무가 쓰러지거든요. 안나 어머니는 슬기롭게 마음을 씁니다. 비록 싸움 한복판이어도 ‘무엇을 바라보며 안나가 삶을 배우도록 이끌’ 적에 사랑이 되는가를 헤아립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젠 생각부터 바꿔 사랑을 심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AnewcoatforAnna #HarrietZiefert #AnitaLo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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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리커버)
전이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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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9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전이수

 주니어김영사

 2018.8.14.



  더 지켜보면 더 기다립니다. 더 바라보면 더 생각합니다. 더 살펴보면 더 새롭습니다. 덜 지켜보면 덜 기다리고, 덜 바라보면 덜 생각하며, 덜 살펴보면 덜 새롭고요. ‘더’하고 ‘덜’은 ‘ㄹ’ 글씨 하나 다르지만, 결은 사뭇 달라요. 삶이란 자리를 보면, 언제나 ‘더하다·덜다’ 가운데 하나로 흐릅니다. 더 먹을까? 덜 먹을까? 더 잘까? 덜 잘까? 더 읽을까? 덜 읽을까? 더 걸을까? 덜 걸을까? 더랑 덜 사이에서 어느 길을 가든 우리 삶입니다. 더로 가기에 낫지 않고 덜로 가기에 나쁘지 않아요. 그저 다르게 겪는 길입니다.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를 읽다가 갸우뚱했습니다. 틀림없이 이 그림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그린님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한 숨결일 텐데, 어쩐지 ‘다른 책에서 읽은 줄거리’를 옮겼구나 싶더군요. 따지고 보면 숱한 어른들이 짓는 그림책도 ‘다른 사람·사람터’에서 구경하거나 듣거나 배운 줄거리를 곧잘 옮깁니다. 그림책을 이렇게 엮을 수도 있겠지요.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가더라도 꼭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만 담아내야 하지 않아요. 서울 한복판에서 살더라도 ‘서울에서 보는 모습’을 아예 안 그릴 수 있어요. 어른스럽지도 아이스럽지도 않은, 그저 ‘내가 나로서 보는 길’을 찾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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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단다 마음별 그림책 7
가타야마 켄 지음, 황진희 옮김 / 나는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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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51


《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단다》

 가타야마 켄

 황진희 옮김

 나는별

 2018.10.27.



  나무는 수다쟁이입니다. 사람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새한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으며, 풀벌레랑 벌나비한테 속삭이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도 수다쟁이인 터라, 나무가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안 듣고 혼자 떠들곤 합니다. 새도 혼자 지저귀기 일쑤요, 풀벌레나 벌나비도 저희 얘기만 신나게 펴다가 가 버리곤 합니다. 이야기 한 판을 펴고 싶은 나무인데, 다들 저희 이야기만 하고서 고개를 돌리니 서운하기 그지없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나무한테 다가와서 살살 쓰다듬다가 슬금슬금 타고 오릅니다. 쓸쓸하거나 슬픈 사람이 나무한테 찾아와서 가만히 기대면서 눈을 감습니다. 이때마다 나무는 찌릿찌릿 울면서 아이들한테도, 또 힘든 어른들한테 푸른 빛살을 듬뿍 나누어 줘요. 《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단다》를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나무는 수다쟁이인걸요. 아무 말도 안 한다니요? 다만 사람 같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지 않아요. 눈을 감고 마음으로 다가오려 할 적에 비로소 듣는 수다예요. 겉치레 아닌 속마음으로 주고받는 말결입니다. ‘사람말을 놓’을 적에, 섣부른 생각을 안 세울 적에, 나무하고 만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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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
김환영 지음 / 낮은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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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6


《따뜻해》

 김환영

 낮은산

 2019.4.30.



  어디에나 마음이 있습니다. 농약을 치고 비닐을 덮고 트랙터가 지나가는 들에도, 아스팔트를 덮고 자가용으로 씽씽 달리는 길에도, 겹겹이 올린 시멘트집에도, 나무로 엮은 조그마한 집에도, 저마다 다르지만 나란히 마음이 있습니다. 잰 손놀림으로 다루는 칼질에도, 투박하고 느린 칼놀림에도 마음이 있어요. 열 살로 접어든 작은아이가 매우 빠르면서 이쁘게 배를 깎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얘, 얘, 너 지난해까지는 살점을 움푹 파더니 이제 배며 능금이며 감이며 얼마나 잘 깎는지 아니?” 하는 말이 터져나옵니다. 《따뜻해》를 지켜봅니다. 그린님은 어린이한테 두 가지로 엇갈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하나인 마음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느낍니다. 그림결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그림빛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빈틈이 없네 싶은 그림을 보다가 궁금합니다. 왜 ‘따뜻해’란 말로 엇갈린 두 마음을 나타내려 했을까요? 그렇다면 ‘포근해’가 어울릴 만한가 생각해 보면, 또 아니지 싶습니다. 햇볕처럼 바깥에서 다가오는 숨결이기에 따뜻합니다. 속으로 품으며 스스로 일으키는 숨결이라서 포근합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가르칠 까닭이 없어요. 아이는 눈치를 안 보거든요. 가르쳐야 할 사람은 언제나 어른뿐입니다. 닭은 닭으로 그리면 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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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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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7


《어느새, 바람》

 남윤잎

 웅진주니어

 2020.3.20.



  혼자 살 적에는 빨래가 적었습니다. 빨랫줄을 걸 일조차 없이 옷걸이에 꿰면 끝이었고, 이불은 담벼락에 척 늘어뜨렸습니다. 두 사람 살림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고서 빨랫줄을 이었고 바지랑대를 놓았어요. 빨랫줄을 묶은 나무줄기를 어느 날 살피니 ‘빨랫줄 닿은 자리가 패였’더군요. 깜짝 놀라 바로 빨랫줄을 끊었습니다. 그 뒤로 빨랫대를 마당에 놓았어요. 바람이 드센 날은 빨래를 늘어뜨린 빨랫대가 와장창 넘어지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데구르 구릅니다. 바람 참 장난꾸러기로구나 싶어요. 자전거를 달릴 적에 맞바람으로 힘겹게 하다가도 어느새 등바람 되어 다리를 쉬도록 해줘요. 《어느새, 바람》은 어느새 바람이 찾아든 마을을 멀거니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네, 큰고장에서는 이런 바람을 맞이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꽤 아쉽습니다. 그림을 이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사진을 옮긴 듯한 결이지 싶어요. 빨랫줄에 이불을 널면 줄이 ‘팽팽하지’ 않고 ‘늘어져’요. 빨랫줄은 여느 때에도 팽팽하게 드리우지 않습니다. 그러면 끊어지거든요. 예쁘게 보여야 예쁜 그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손수 살림하고 사랑하는 삶으로 하루를 누리면, 투박하고 빛바래더라도 얼마든지 예쁜 그림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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