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잠깐만!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43
앙트아네트 포티스 글.그림, 노경실 옮김 / 한솔수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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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55


《엄마, 잠깐만!》

 앙트아네트 포티스

 노경실 옮김

 한솔수북

 2015.7.30.



  바쁘게 가야 할 곳이 있으면 앞만 바라봅니다. 지름길을 찾고, 쉬거나 머물 틈이 없습니다. 느긋하게 가는 길이라면 곳곳을 바라봅니다. 돌아가는 길도 즐겁고, 한참 머물거나 수다를 떱니다. 오래오래 애벌레로 살다가 날개를 입고 깨어난 나비는 얼핏 부산하게 꽃하고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듯해요. 그러나 나비가 서두르는 일은 없어 보여요. 날갯짓하며 기쁜 눈빛이고, 바람을 타며 신나는 몸짓이로구나 싶어요. 철 따라 고개를 내미는 들꽃도 다그치지 않는다고 느껴요. 더 빨리 더 높이 줄기나 꽃대를 올리기보다는, 철 따라 다른 해바람을 듬뿍 머금으면서 하루를 노래하려네 싶습니다. 《엄마, 잠깐만!》은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가 어디에 선 발걸음이요 손짓이며 말결인가를 짚습니다. ‘잠깐’이란 말마디는 ‘살짝’을 가리켜요. 길지 않은 때, 바로 ‘틈’이나 ‘사이’를 나타내지요. 바쁘기에 살짝 뒤를 돌아봅니다. 바쁘니까 가볍게 옆을 봅니다. 바쁘지만 틈을 내고, 북새판이라서 가만히 사이를 내어 이야기도 하고 참도 나누고 해바라기도 합니다. 오늘 할 일을 미루어도 돼요. ‘꼭’이란 없거든요. 스스로 가벼울 적에 홀가분하게 날개를 입습니다. ㅅㄴㄹ


#wait #AntoinettePo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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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주렁주렁 물들숲 그림책 6
최경숙 글, 문종인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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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8


《사과가 주렁주렁》

 최경숙 글

 문종인 그림

 비룡소

 2013.11.7.



  열매가 굵게 달리는 나무를 타고 올라서 한 손으로는 줄기나 가지를 잡고, 다른 손으로 열매를 살살 돌리거나 꼭지를 손톱으로 눌러서 딸 적마다 참 새삼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열매는 아주 굵거나 단단하다 싶은 가지보다, 꽤 가늘구나 싶은 가지에 주렁주렁 달리곤 해요. 나무한테 묻지요. “가는 가지에 이렇게 열매를 묵직히 달면 안 무겁니? 가지가 안 힘드니?” 나무는 “응? 우리는 무게를 따지지 않아? 오직 열매가 해랑 비랑 바람을 잘 먹는 자리만 생각하는걸?” 하고 대꾸합니다. 그러고 보니 가지가 굵은 쪽은 줄기하고 가깝고, 볕자리 아닌 그늘자리예요. 열매가 잔뜩 맺히는 데는 줄기하고 멀면서 볕자리입니다. 《사과가 주렁주렁》을 처음 만날 무렵만 해도 ‘우리 집 열매나무’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지만, 해가 갈수록 우리 집 열매나무가 베푸는 열매를 지켜보고, 나무를 폭 안고서 갖가지 열매를 누리면서 새롭게 마주합니다. 참말로 작은 씨앗 하나가 오래오래 흙한테 안기고 하늘을 꿈꾸고 사람 손길에서 사랑을 느끼면서 무럭무럭 자란 끝에 조금씩 열매를 늘려 어느새 주렁나무가 되거든요. ‘주렁주렁’이란 매우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요.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 주렁주렁이에요. 더욱 피어나고 싶으니 주렁주렁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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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뚝딱뚝딱 누리책 4
미야자와 겐지 시,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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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1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5.11.3.



  어제는 새벽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나절에는 이럭저럭 내리다가 낮을 지나 저녁에 이르니 가늘어요.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려 바람쐬기를 하는데 는개가 옵니다. 작은아이가 “비가 오나 봐요?” 하고 묻기에 “응, 그럼 비를 맞으면 되지.” 하고 말합니다. 비가 오니 비를 맞아요. 해가 나오니 해를 쬡니다. 바람이 부니 바람을 먹어요. 꽃이 피니 꽃내음을 맡고, 풀이 돋으니 풀빛을 머금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일본이란 나라가 아름길도 살림길도 사랑길도 아닌 어둠길에 총칼길에 바보길을 걷던 무렵 스스로 앞길을 다짐하며 쓴 글자락에 그림을 붙입니다. 숱한 일본사람은 총칼을 드는 나라를 치켜세웠고 따라갔습니다. 살아남거나 살아가려면 나라님 말씀을 섬겨야 한다고 여겼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애국·충성’을 달달 외우며 종노릇으로 치달았어요. 꽃이 집니다. 얼룩이 집니다. 피멍울이 집니다. 이리하여 비를 달게 받는 길을, 기꺼이 거름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바람을 타고 온누리를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길을 노래합니다. 나라님 꽁무니를 안 좇고 벼슬살이를 안 바라는 몸짓을 멍청하다고 놀린다면 기꺼이 멍청이가 되어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길을 갑니다. 비를 노래하고, 하늘땅을 춤추기에 사람입니다. ㅅㄴㄹ


#みやざわけんじ #MiyazawaKenji #宮沢賢治 #山村浩二 #雨ニモマケズ #RainW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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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9
아서 가이서트 지음, 길미향 옮김 / 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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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0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아서 가이스트

 길미향 옮김

 보림

 2007.5.20.



  어두운 곳에 혼자 있기란 무척 오랫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디에 혼자 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어둠을 이겨냈다고 여기지 않아요. 어둠하고 빛이 무엇인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나기를 ‘눈을 감고서 어둠을 본 적 없는’ 터라, 아무리 캄캄하다 싶은 데에서도 눈을 감으면 둘레가 외려 환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왜 그러한가를 일깨우거나 짚거나 알려주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헛것을 본다느니 거짓말이라느니 여겼지요. 이제는 ‘눈을 감으면 둘레가 되레 환한 까닭’을 압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숨결인 터라,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한테서 흘러나오는 빛을 ‘감은 눈’으로 보거든요. 어떤 이는 ‘뜬 눈’으로 이 숨빛줄기를 보겠지요.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는 밤에 혼자 불을 끄고 자는 길을 요모조모 생각한 어린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뭘 그렇게 어지럽고 길게 뭔가 뚝딱거려야 하느냐 여기는 분이 있겠지만, 느긋하게 잠들어 꿈나라에 가고 싶기에 ‘틈’이 있어야 합니다. 그 틈에는 밝게 있다가, 이 틈이 지나면 어두워도 돼요. 그나저나 아이가 ‘밤에 무섭다’고 할 적에는 똑바로 짚어 줄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이 무섬것을 부르고, 우리 마음이 모든 길을 말끔히 털어낸다고 말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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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학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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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5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이유진 옮김

 우리학교

 2018.4.25.



  열네 살에 접어든 나무는 얼마나 푸를까 생각해 봅니다. 열네 해쯤 풀숲에서 살아온 개구리는 얼마나 듬직할까 생각해 보고, 열네 해 동안 바다를 가른 고래는 얼마나 슬기로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고장을 이루며, 나라를 이룬 열네 해라면 어떤 그림일까요? 나무마을이나 개구리마을이나 바다마을은 나날이 아름다이 거듭나지만, 막상 사람마을은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지지는 않나요?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는 열넷이라는 나이를 살아오기까지 어둡고 갑갑했던 나날을 들려줍니다. 그림책에서는 그냥그냥 나오는 한 줄일는지 모르나, 참말로 ‘다른 사람은 못 듣는 소리’나 ‘다른 사람은 못 보는 모습’을 혼자 떠안고 지냈다고 한다면, 앞으로도 캄캄하고 괴로울밖에 없어요. 2020년 뒤부터 이 나라·사회·학교·마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학교를 마치고 졸업장을 따고 회사원이 되어야 하나요, 아니면 학교나 졸업장이 아닌 스스로 아름다이 빛날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배우고 나누고 가다듬는 살림길로 가려나요? 사회 흐름만 본다면 캄캄하기 마련입니다. 사회를 떠나 숲·들·바다로 가요. 나무·개구리·고래랑 동무가 되어 봐요. 이렇게 해야 바뀝니다. ㅅㄴㄹ


#AnnaHogl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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