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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0


《びんすけとひよこ》

 櫻井道子 글

 柰良坂子 그림

 金の星社

 1975.10.1.



  엊그제 우리 집 마당에 난데없이 닭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웬 일인가 하고 닭을 바라봅니다. 곁님이며 아이들은 마을고양이가 이 닭을 잡으려고 달려들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가만 보니 마을고양이가 굳이 닭을 노리지 않더군요. 왜냐하면 ‘마을고양이’인걸요. 마을 여러 집을 돌며 밥을 얻는 이 고양이는 눈치가 빠르지요. ‘사람이 치는 닭’이나 다른 여러 가지를 섣불리 건드렸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옛날부터 겪어서 몸에 새겨졌지 싶습니다. 《びんすけとひよこ》를 예전에 읽을 적에는 꽤 재미나게 이야기를 엮고, 그림결도 새롭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우리를 빠져나온 닭하고 마을고양이가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다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아하, 그렇네’ 하고 새롭게 돌아보았어요. 이 그림책은 병아리 돌보는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창 자라며 이것저것 구경하러 다니기를 즐기는 새끼 고양이 앞에 턱하니 ‘어미 품에서 벗어난 병아리’가 나타나고, 새끼 고양이는 이모저모 뒤치닥거리를 서툴게 하면서 애먹습니다. 고양이야 새를 아주 잘 잡습니다만, 마음바탕은 꼭 그렇지는 않아요. 서로 동무인 줄 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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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Year (Hardcover)
Elsa Maartman Beskow / Floris Books / 198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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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9


《around the year》

 Elsa Beskow

 Floris Book

 1927/2008.



  하루하루 새롭고, 나날이 싱그럽습니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모레는 오늘이 아닙니다. 크게 보면 네 철이요, 갈래를 짓자면 열두 달이지만, 삼백예순닷새를 놓고서 다 다르게 느끼면서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늘 같은 때에 일어나서 언제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 해 내내 새벽이며 아침이며 낮이며 저녁이며 밤이 달라요.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땡볕일 적에도 다르지요. 이 다른 숨결에 따라서 우리 숲놀이는 새삼스럽습니다. 《around the year》는 한 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단출하게 갈무리한 노래로 밝히고, 이 노래를 다시 그림으로 엮습니다. 일하는 어른 곁에서 함께 일을 하는 아이입니다. 살림하는 어른하고 나란히 소꿉을 하는 아이입니다. 쉬엄쉬엄 나아가는 어른이랑 어깨동무하며 신나게 노는 아이입니다. 아스라한 옛날부터 흘러온 조촐한 빛이 그림책 하나로 태어납니다. 한국에서는 2006년에 《일 년은 열두 달》이란 이름으로 이 그림책을 옮겼습니다만, 결이 너무 다릅니다. 퍽 엉뚱한 옮김말 같고, 뜬금없는 대목까지 있습니다. 나라가 달라 살림새가 다르더라도 ‘한 해’를 둘러싼 삶·사랑·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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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로둘라 파파 글, 셀리아 쇼프레 그림, 김혜진 옮김 / 한솔수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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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2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로둘라 파파 글

 셀리아 쇼프레 그림

 김혜진 옮김

 한솔수북

 2016.2.25.



  동물원이라는 이름인 ‘짐승 사슬터’는 숲짐승이며 들짐승이며 바다짐승이 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없도록 가두어 사람이 구경하도록 합니다. 범을 보고 싶다면 범이 사는 숲에 조용히 찾아가서 숲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만날 노릇입니다. 새를 만나고 싶어 숲이나 갯벌이나 못가에 조용히 찾아가는 몸짓하고 같아요. 어떤 짐승도 구경거리가 아니거든요. 마음을 나누면서 사랑이란 숨결로 피어나는 사이라 한다면, 가두거나 옭매지 않습니다. 홀가분하게 꿈을 키우고 무엇이든 즐겁게 펴도록 길을 열기에 동무요 이웃이며 사랑입니다. 새를 가두는 우리는 ‘가둠터’입니다. 사슬로 동여맨 곳이지요. ‘새우리(새장)’를 ‘보금자리’나 ‘둥지’라 하지 않아요. 감옥은 집이 아니에요. 감옥을 닮은 학교도 집이 아니고요.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는 ‘새우리’라는 몸으로 태어난 숨결이 새를 더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를 하나씩 배우는 길을 들려줍니다. ‘우리’란 모습으로 태어난 숨결은 처음에는 ‘우리’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늙은 올빼미가 상냥하며 슬기롭게 알려준 이야기를 듣고서 ‘새롭게’ 생각합니다. ‘주어진’이 아닌 ‘스스로 짓는’, 허울이 아닌 환한 참사랑이 되려고 꿈을 꿉니다. ㅅㄴㄹ


#thetaleofthecage #RodoulaPappa #CeliaChauff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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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빨간 외투 비룡소의 그림동화 75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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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50


《안나의 빨간 외투》

 아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글

 엄혜숙 옮김

 비룡소

 2002.2.8.



  옷을 얻으려면 천이 있어야 하고, 천을 얻으려면 실이 있어야 하며, 실을 얻으려면 푸나무가 있어야 하고, 푸나무를 얻으려면 들숲이 있어야 하며, 들숲을 얻으려면 하늘 비 해 별 흙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 비 해 별 흙을 얻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안나의 빨간 외투》는 ‘어른끼리 벌인 싸움 한복판’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안나 어린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른은 참 안 재미나지요. 서로 꼭두머리를 세워서 으르렁거리더니 전쟁무기를 잔뜩 만들어서 치고박고 죽이고 죽는 싸움판을 벌여요. 참말 재미없습니다. 왜 마을이며 보금자리이며 숲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품·마음·손길·사랑·돈을 들이지 않을까요? 왜 자꾸 총칼에 군함에 전투기에 미사일에 항공모함에 잠수함을 때려지어야 할까요? 이런 전쟁무기라는 ‘쌈박질 장난감’을 만드느라 안나 어린이를 비롯한 온누리 어린이는 아늑하면서 즐거운 살림을 얻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쟁무기를 때려짓느라 들숲이 망가지고 푸나무가 쓰러지거든요. 안나 어머니는 슬기롭게 마음을 씁니다. 비록 싸움 한복판이어도 ‘무엇을 바라보며 안나가 삶을 배우도록 이끌’ 적에 사랑이 되는가를 헤아립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젠 생각부터 바꿔 사랑을 심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AnewcoatforAnna #HarrietZiefert #AnitaLo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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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리커버)
전이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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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9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전이수

 주니어김영사

 2018.8.14.



  더 지켜보면 더 기다립니다. 더 바라보면 더 생각합니다. 더 살펴보면 더 새롭습니다. 덜 지켜보면 덜 기다리고, 덜 바라보면 덜 생각하며, 덜 살펴보면 덜 새롭고요. ‘더’하고 ‘덜’은 ‘ㄹ’ 글씨 하나 다르지만, 결은 사뭇 달라요. 삶이란 자리를 보면, 언제나 ‘더하다·덜다’ 가운데 하나로 흐릅니다. 더 먹을까? 덜 먹을까? 더 잘까? 덜 잘까? 더 읽을까? 덜 읽을까? 더 걸을까? 덜 걸을까? 더랑 덜 사이에서 어느 길을 가든 우리 삶입니다. 더로 가기에 낫지 않고 덜로 가기에 나쁘지 않아요. 그저 다르게 겪는 길입니다.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를 읽다가 갸우뚱했습니다. 틀림없이 이 그림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그린님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한 숨결일 텐데, 어쩐지 ‘다른 책에서 읽은 줄거리’를 옮겼구나 싶더군요. 따지고 보면 숱한 어른들이 짓는 그림책도 ‘다른 사람·사람터’에서 구경하거나 듣거나 배운 줄거리를 곧잘 옮깁니다. 그림책을 이렇게 엮을 수도 있겠지요.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가더라도 꼭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만 담아내야 하지 않아요. 서울 한복판에서 살더라도 ‘서울에서 보는 모습’을 아예 안 그릴 수 있어요. 어른스럽지도 아이스럽지도 않은, 그저 ‘내가 나로서 보는 길’을 찾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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