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키워 주세요 웅진 세계그림책 5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진 자이언 글,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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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1


《화분을 키워 주세요》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8.30.



  맨발로 디디며 뛰놀 만한 흙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아, 내가 태어나서 뛰놀며 자랄 곳은 이런 냄새에 빛에 기운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맨발로 못 디디고 뛰놀 만한 데조차 없는 데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아, 내가 태어나서 나이를 먹을 곳은 이런 구석에 그늘에 다툼판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화분을 키워 주세요》는 여름맞이로 큰고장을 떠나 새롭고 짙푸른 곳에서 시원하게 보내고 싶던 아이가 도무지 그럴 집안이 아닌 모습을 보고는, 여름마실을 떠나는 이웃집 꽃그릇을 하나하나 받아들여서 집을 온통 ‘꽃그릇잔치’로 바꾸어 놓은 아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여름마실을 떠나지 못하지만, 집을 온통 꽃그릇밭으로 꾸미면서 ‘집에만 있어도 숲에 있듯’ 푸른바람을 누립니다. 아이가 오롯이 돌볼 마당이나 꽃밭이 있지는 않지만, 또 이웃집이 여름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면 모두 돌려주어야 할 꽃그릇이지만,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곁일을 해요. 어쩌면 이 별이란 꽃그릇 같은 삶터는 아닐까요? 저마다 심는 꿈대로 자라나는 꿈그릇이요, 스스로 돌보는 사랑대로 피어나는 사랑그릇일는지 몰라요. 아이 마음은 흙과 같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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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병풍 그림책)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 한솔수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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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8


《장날》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한솔수북

 2008.9.29.



  지난날 임금붙이하고 벼슬아치는 손수 지을 줄 아는 살림이 없었지 싶어요. 사람을 부려 남한테 시키기는 했겠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짓거나 나누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살림을 가르치는 일도 없었을 테고요. 풀꽃을 읽거나 벌나비 마음을 알거나 구름결을 헤아리지도 않았다고 느껴요. 지난날 흙을 가꾸고 숲을 돌보던 수수한 사람은 모든 살림을 손수 짓고 나누었을 뿐 아니라, 풀꽃을 읽고 벌나비 마음을 알며 구름결을 헤아렸어요. 오늘날을 돌아보면 나라지기에 벼슬아치에 먹물을 비롯해,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손수 짓는 살림하고 꽤 멉니다. 이제는 다같이 공장 흐름에 몸을 맡겨요. 옛날에는 저잣날 저잣거리에 갖은 사람들이 갖은 솜씨를 뽐낸 살림이며 세간을 갖고 나와서 사고팔거나 나눴어요. 이 모습이 《장날》에 고스란히 흐릅니다. 그림책으로 남은 옛자취예요. 잊거나 잃었으나 그림으로 살려낸 살림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숲을 그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돌본다면, 옛날하고 다르면서 새롭게 손살림을 짓고, 새로운 저잣판을 꾸리겠지요. 아득한 손빛을 돌아보면서 짙푸를 꿈을 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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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피스
니시마키 가야코 지음, 황진희 옮김 / 한솔수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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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5


《나의 원피스》

 니시마키 가야코

 황진희 옮김

 한솔수북

 2020.4.17.



  문득 만난 풀벌레가 반가워 묻습니다. “넌 어떤 이름이니?” 풀벌레가 되묻습니다. “네가 느끼는 대로 이름을 지어 주면 어떨까?” 아침에 새로 돋은 풀꽃이 곱기에 물어요. “넌 어떤 이름이야?” 풀꽃이 되물어요. “네가 맞이한 대로 이름을 지어 보면 어떠니?” 눈을 뜬 아침에 하루를 짓습니다. 오늘 누릴 놀이랑 소꿉이랑 살림을 헤아립니다. 신나게 지을 이야기를 마음 가득 그립니다. 같이 누릴 밥을 짓습니다. 함께 나눌 말을 지어요. 환하게 웃음을 짓다가, 때로는 슬프게 눈물을 짓습니다. 알을 낳아 사랑을 물려주고 싶은 새가 둥지를 지어요. 우리는 오늘 어떤 보금자리를 지을까요? 어떤 생각으로 삶을 짓고, 어떤 손길로 꿈을 짓는가요. 《나의 원피스》는 오롯이 새로우면서 즐겁게 피어나는 한벌옷을 바람에 맡겨 새로 짓고, 빗방울에 얹어 새로 지으며, 노래에 실어 새로 짓는 걸음걸이를 들려줍니다. 마음을 짓는 대로 옷빛이 달라요. 생각을 짓는 대로 옷결이 거듭나요. 꿈을 짓는 대로 옷차림이 새삼스럽습니다. 짓고 싶은, 그러니까 처음으로 이루고 싶은 숨결을 모든 살림살이에 물들입니다. 동무랑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신나게 노래를 짓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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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생각하는 숲 8
사노 요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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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6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사노 요코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2004.9.20.



  나무는 말이 없다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나무하고 말할 줄 모르면서 나무가 말이 없다고 섣불리 말하는구나 싶어요. 한국사람이 일본사람하고 말을 나누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말을 익혀서 들려줘야겠지요. 어른이 어린이하고 말을 하고 싶으면, ‘어른끼리만 쓰거나 아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알아듣고 생각을 키울 만한 말’을 쉽고 부드럽게 가려서 써야겠지요. 사람이 제비나 비둘기나 까마귀하고 말을 섞고 싶다면, 마땅히 제비말이며 비둘기말이며 까마귀말을 익힐 노릇입니다. 사람이 나무랑 말을 하고 싶으면 나무말을 익힐 노릇이면서, 나무살림이며 나무사랑을 마음으로 읽고 느끼고 헤아릴 노릇이에요.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를 펴면, 도무지 나무하고 말을 안 섞는 아저씨가 나와요. 아저씨는 나무한테 순 억지를 부리지요. 툭하면 뻥뻥 걷어차고 미운말을 쏟아내요. 이러다가 그만 나무를 베어 넘겨요. 자, 이 그림책은 이때부터 이야기가 다시 흐릅니다. 나무한테 모질거나 사나운 말만 하던 아저씨는 ‘나무가 사라진’ 뒤에 어떤 삶이 되고, 하루가 되며, 마음이 될까요? 그리고 나무는 어떻게 다시 아저씨 곁으로 찾아갈까요? 아저씨는 나무말을 알아듣거나 배우려고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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ちいさなきいろいかさ (よみきかせ大型繪本) (大型本)
니시마키 가야코 / 金の星社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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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7


《みずいろのながぐつ》

 もり ひろし 글

 にしまき かやこ 그림

 金の星社

 1977.12.1.



  이렇게 입어야 멋있고, 저렇게 입으면 멋없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듣기 좋고, 저렇게 말하면 듣기 나쁘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그려야 볼만하고, 저렇게 그리면 안 볼만하다고 합니다. 아마 그러할는지 모릅니다. 이쪽하고 저쪽을 갈라서 좋고 나쁘다고 틀을 짓는 말이 안 틀릴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기로 해요. 꼭 이렇게 놀아야 할까요? 저렇게 놀면 어떨까요? 굳이 이렇게 가야 할까요? 저렇게 빙글빙글 돌거나 제자리걸음으로 춤추면 어떨까요? 애써 이 붓을 쥐어야 그림이 빛날까요? 나뭇가지를 주워서 흙바닥에 척척 빚는 그림은 어떤 빛일까요? 《みずいろのながぐつ》는 하늘빛 비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비가 온 어느 날 아이는 하늘빛 슈룹에 비신을 챙겨 배움집으로 갔다지요. 배움집으로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인 슈룹에 비신을 챙겨서 왔다지요. 배움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하늘빛 비신을 꿰어야 하는 아이는 제 비신 하나가 짝짝이로 남았다지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짝신’이어도 즐겁게, 다른 짝신인 동무한테 제 짝을 찾아주면서 천천히 하늘빛으로 웃었다지요. 니시마키 카야코 님은 상냥하고 가볍게 붓을 놀립니다. 놀이하는 붓결이 놀이하는 마음을 곱다시 피워 올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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