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개구리
장현정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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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04


《그래 봤자 개구리》

 장현정

 모래알

 2020.1.30.



  7월이란 한여름으로 접어드니 우리 집 곳곳에서 풀개구리를 쉽게 만납니다. 낫을 쥐어 풀을 베려다가도 아래쪽 모시잎에 앉아서 위쪽 모시잎이 드리우는 그늘을 누리는 풀개구리를 보고는, ‘아, 네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어찌 풀을 베니?’ 하면서 한동안 바라봅니다. 이러고는 풀베기를 그치지요. 어제는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 참개구리를 잡았더군요. 잡기는 하되 먹지는 않던데, “너 말이야, 먹을 생각이 아니면 두더지도 개구리도 함부로 잡지 마!” 하고 호되게 나무랐어요. 《그래 봤자 개구리》는 “그래 봤자 개구리”라는 말마디로 두 가지 엇갈린 줄거리를 다루려 하는구나 싶습니다만, 끝이 처음부터 훤히 보이기도 하고, 개구리나 뱀하고 그리 가까이 사귈 마음이 없이 멋을 부린 그림책이네 하고 느꼈습니다. 뱀은 사납이일까요? 뱀을 사납거나 모질거나 나쁘게 그리겠다면, 작은 새를 흔히 잡아먹는 고양이도 나쁘고 못되고 끔찍한 녀석으로 그려 보기를 바랍니다. 더더구나 우리들 사람은 풀도 먹지만 고기도 날름날름 먹어요. 가장 몹쓸 녀석은 바로 사람 아닐까요? 이런저런 겉훑기를 치우고 오직 개구리를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사뭇 달랐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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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돼지소년 - 하와이 옛이야기 열린어린이 옛이야기 그림책 4
제럴드 맥더멋 지음, 서남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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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408


《사고뭉치 돼지소년》

 제럴드 맥더멋

 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2.3.31.



  2016년에 나온 영화 〈모아나〉를 꽤 다시 보았습니다. 일흔 판 즈음 보았지 싶은데, 영화를 보고 몇 해 흐르는 동안에도 하와이 옛이야기는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서야 하와이 옛이야기를 찾아서 찬찬히 읽었고, 하와이를 비롯한 너른바다에서 타는 배는 이 나라에서 타던 배하고 사뭇 다른 얼개라는 대목도 알았어요. 이 땅에는 열두띠를 바탕으로 열두 가지 짐승하고 얽힌 옛이야기가 있고, 열두띠에 깃들지 않아도 숱한 짐승들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고뭉치 돼지소년》이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은 하와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여러 짐승 옛이야기 꾸러미’ 가운데 ‘돼지’ 꼭지입니다. 너른바다에 깃든 섬은 크지도 작지도 않습니다. 섬은 서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알맞게 떨어졌습니다. 이 나라도 바다로 둘러싸이긴 하지만 고장하고 고장은 으레 높다란 멧골이나 길다란 냇물로 갈려요. 너른바다 겨레붙이는 ‘멧골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삶이며 살림이 다르지요. ‘사고뭉치’라기보다는 ‘개구쟁이’로 돼지를 그린 바다겨레 숨결을 돌아봅니다. 그래요, 돼지라는 넋은 바로 개구쟁이일 테지요. 놀이를 즐기고, 마음껏 뛰놀며 거침없는 몸짓이에요. ㅅㄴㄹ


#Gerald Mcdermott #PigBoy #ATricksterTalefromHawa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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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난 공벌레 벨 이마주 61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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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407


《하늘을 난 공벌레》

 마쓰오카 다쓰히데

 이선아 옮김

 중앙출판사

 2004.6.25.



  그늘지고 축축한 곳에서 흙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잎이 진 자리라든지, 가지가 떨어진 데라든지, 빛이 떠나서 주검이 되노라면 이 둘레는 온갖 벌레가 찾아들어 바빠요. 이 많은 벌레는 어디에 있다가 어떻게 이곳으로 찾아올까요. 《하늘을 난 공벌레》는 숱한 풀벌레 가운데 좀처럼 돋보이지 않는다고 여길 만한 공벌레를 다룹니다. 삶자리에 볕이 나면 깜짝 놀라면서 우르르 그늘을 찾아서 숨는 공벌레인데요, “하늘을 난 공벌레”라니, 무슨 일일까요? 태어나고 살아가기를 “해는 싫어, 그늘이 좋아!”인 공벌레 가운데 하나는 어느 날 “나도 이제 땅바닥에서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놀고 싶어!” 하고 생각했다는데요, 무섬쟁이라 언제나 몸을 동글게 말며 두근두근 숨던 아이는 어깨를 활짝 펴고서 하늘을 둘러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날개를 어느 날 만났다는데, 그러니까 몸뚱이는 잡아먹히고 날개만 남은 채 공벌레 자리로 파르르 떨어졌다는데, 제 날개는 아니지만 제 몸에 이 날개를 붙이기로 합니다. 땅바닥에서는 못 보던 꽃이며 새를 보고, 높은 데에서 내려다보는 땅을 느끼고, 잎맛하고 다른 꽃꿀맛을 보면서 삶을 새롭게 마주했다지요. ㅅㄴㄹ


#松岡達英 #だんごむしそらをと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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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 이야기 모두를 위한 그림책 9
질 바슐레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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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406


《어느 사랑 이야기》

 질 바슐레

 나선희 옮김

 책빛

 2018.6.30.



  예부터 쓰는 말을 가만히 살피면 ‘사랑’도 있지만, ‘짝짓기’도 있고 “짝을 맺다”도 있고 “살을 섞다”도 있습니다. “같이 살다·함께 살다”라든지 “한지붕을 이루다”도 있어요. 얼핏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듯하지만 모두 다른 삶길을 나타냅니다. 그야말로 온마음으로 곱고 따스하게 맞아들이는 ‘사랑’이 있다면, 그저 짝을 짓거나 맺어서 같이 살거나 한지붕을 이루거나 살을 섞는 길도 있습니다. 《어느 사랑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지만, 참말로 ‘사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할 적에 쓰는 고무장갑을 빗대어 담아내는 “짝을 맺어 아이를 낳으며 지내는 이야기”는 ‘큰고장에서 톱니바퀴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돈을 쓰는 길’이라고 느껴요. 뻔하거나 틀에 박힌 길이라고 할까요. 눈이 맞아서 입을 맞추기에 사랑이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며 살았기에 사랑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사랑이라면서 바람을 피울 수 있을까요? 사랑이 아니니 딴짓을 하겠지요. 큰고장 사람살이를 보여줄 뜻이라면 굳이 고무장갑에 빗대지 말고 사람꼴로 그리는 쪽이 낫지 싶습니다. ㅅㄴㄹ


#unehistoiredamour #GillesBache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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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2021 화이트레이븐스 선정 글로연 그림책 17
이소영 지음 / 글로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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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405


《여름,》

 이소영

 글로연

 2020.6.21.



  여름은 여름빛입니다. 여름은 하늘하고 땅이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다른 빛입니다. 땅마다 풀빛이 가득하고, 하늘마다 구름으로 물들은 파란빛이 알록달록 반짝입니다. 이 여름은 바람이 한결 시원하고, 대추꽃이 앙증맞으며 온갖 봄꽃이 여름알로 거듭납니다. 살구꽃이 살구알 되고, 오얏꽃이 오얏알 되며, 복사꽃이 복숭아란 몸으로 영글지요. 여름이란 얼마나 놀라운 철일까요. 햇볕을 먹고 소나기를 마시고 무지개를 타는 사이에 더위란 까맣게 잊습니다. 풀밭을 달리다가 넘어지면 무릎이 안 까져요. 나무를 살금살금 타면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곁에 있어요. 바닷물에 뛰어들면 사람구경을 나온 물벗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봅니다. 《여름,》은 서울내기 어른 눈길로 바라본 여름철을 다룹니다. 이제 시골내기는 없다시피 하고 거의 모두 서울(큰고장)에서 살기에, 그림책도 서울사람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더구나 이제는 웬만한 집마다 자가용이 있어, 아이들은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자가용이 익숙합니다. 버스나 전철을 타는 아이는 드물어요. 여름놀이를 하는 어린이 눈빛으로 여름을 보면 좋을 텐데, 서울스러운 어른 그림책은 아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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